유진과 유진 in 대학로 자유극장, 2022.07.26 8시 이아진 큰유진, 송영미 작은유진. 투유진 자첫. 이런 극이야말로 대학로에 꾸준히 올라오고 계속해서 회자되어야만 하는 갓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면의 구성과 이야기의 짜임새와 감정의 흐름과 호흡이 깔끔하게 균형 잡혀있다. 덮고 지우며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과거의 상흔이 어떠한 형태로 현재의 마음과 삶을 짓이기는지, 동일한 사건을 거쳐 다르게 걸어가는 유진이들을 통해 그려낸다. 이 극에는 운 나쁘게 맞닥뜨려야 했던 고통을 전시하는 가학성이 부재한다. 대신 그로 인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여러 피해자들의 아픔과 분노와 괴로움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미친개한테 물린 게 왜 우리 잘못이야!" 내 잘못이 아니라는 당연..
번지점프를 하다 in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2022.07.15 7시반 정택운 서인우, 고은영 인태희, 정재환 임현빈, 지수연 어혜주, 박근식 나대근, 장재웅 윤기석. 워낙 유명한 창작뮤지컬이어서 당연히 관극 예정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당일에 택인우 회차를 예매하고 자첫자막을 하게 됐다. 홍아센의 모든 자리가 공평하게 악몽인건 이제 말하기도 입아픈 수준이니 아예 사블 벽붙 자리를 할인 먹여 잡았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음량이 일괄적으로 작으니 오히려 가사가 전부 들리는 기적이! 약간 등짝미가 있긴 했으나 무대 양쪽을 고르게 쓰는 편인 택인우 얼굴은 꽤 자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미모와 피지컬이 워낙 내 취향 착붙인 분이신지라 눈이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 빅스의 레오는 좋아했으나 그의 뮤..
인형들의 집 in 우란2경, 2022.06.17 8시 임강희 노라, 이석준 한인국, 김정민 김주연, 하성광 유진만, 장석환 신용진. 헨리크 입센의 을 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각색한 연극이라니. 보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틈 날 때마다 매진 회차들 예매창을 들락날락하면서 어렵게 표를 잡았다. 우란에서 올리는 작품이라는 점도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원작의 날카로운 감각은 지독히 익숙하고 평범한 이야기로 둔탁해졌고, 송곳처럼 핵심을 찌르던 원작의 대사는 분노로 온 몸을 파들대면서도 말을 고르는 노라의 인내에 침묵했다. 인형의 집이라는 공간의 호칭과 시대가 요구하는 완벽한 여성상을 연기하는 노라의 이름 외에는 원작의 매력을 연상시킬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시공간을 바꿔 원작을 각색..
넥스트 투 노멀 in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22.06.16 8시 최정원 다이애나, 이건명 댄, 노윤 게이브, 이아진 나탈리, 김현진 헨리, 박인배 의사. 드디어 넥이 돌아왔다. 무려 7년 만에. 이야기 자체의 강렬함에 사적인 경험까지 더해져 참 쉽지 않은 극이었고, 그래서 더 생생하게 심장에 남아있던 작품이다. 그저 또 다른 날을 살아가다 문득 넘버 한 소절을 흥얼대며 힘을 내기도 했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상처를 문지르며 흐르지 않는 핏자국을 애써 문질러 지우기도 했다. 일견 극단적이지만 실은 어디에도 있을 수 있는 모습이 아프게 상흔을 헤집는데도, 그 일상성이 동질의 고통을 공유하는 카타르시스로 연결된다. "좋아질 거야 다" 라고 과할 정도로 밝게 반복하는 자..
더 헬멧 in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2022.06.15 9시15분 룸서울 스몰룸. 정원조, 정인지, 김지민, 이정수, 김도빈. 지난 시즌에 자첫을 했을 때부터,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냈던 부모님께 이 극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고민은 길어졌다. 사람을 패고 고문하는 백골단을 보는 것이 나도 이렇게 힘든데, 너무 생생하게 트라우마를 자극할까봐 걱정이 됐다. 그렇게 지난 시즌을 보냈으나 3년 만에 돌아온 이 극을 다시 또 보내기는 아쉬웠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드린 뒤, 괜찮을 것 같다고 하신 엄마와 함께 객석에 앉았다. 알고 보는데도 여전히 쉽지 않은 극이었고, 특히 헬멧B의 서사에 몰입하며 내내 오열했다. 배우 자첫이었는데, 인지시고니 연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