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삶in LG아트센터 U+스테이지, 2024.12.28 7시 윤나무 게르트 비즐러, 정승길 게오르그 드라이만, 최희서 크리스타 마리아 질란트, 김정호 브루노 햄프 외, 이호철 그루비츠 외, 박성민 우도 외. 연극 관극 후 바로 영화를 봤더니 장면들이 더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위에서 다양한 장소들을 표현하는 연출의 중요성도 새삼 느꼈고. 영화와 약간씩 다른 부분이 보이는 것도 재밌다. 예를 들면 드라이만이 받은 선물이 영화에서는 악보였는데 연극에서는 LP판이다. 피아노를 직접 치는 장면을 넣을 수 있는 영화와 다르게, 연극에서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이외에도 1인 다역을 위해 소품이나 의상뿐만 아니라, 걸음걸이와 말투, 목소리 등을 바꿔내는 방식이..

존 카메론 미첼 내한 공연in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2024.12.25 4시 한국 땅에서 미첼의 무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헤드헤즈로서 6년 만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좋은 자리를 잡아서 쾌적하고 가까운 자리에서 빵빵한 음향으로 황홀하게 이 기적 같은 재회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데이빗 보위의 노래를 부르는 얼굴이, 내가 사랑하는 헤드윅의 넘버를 부르는 표정이,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락앤롤러의 눈빛이 너무도 찬란하다. 2시간 내내 그의 얼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짜릿한 락앤롤을 두 귀와 온 영혼으로 받아들였다. 내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음악이여. Tear Me Down, Sugar Daddy, Wicked Little Town, The Origin of Lo..

베로나의 두 신사in 여행자극장, 2024.12.23 7시반 유혜림 프로테우스, 김하연 발렌타인, 안미혜 줄리아, 유채온 실비아, 이하 원캐. 박하진 공작, 김은희 안토니오/수리오, 박정민 란스, 김수정 스피드, 정인혜 판티노/에글러무어, 황수연 루체타. 허시어터 뉴스레터 소개글 보고 바로 예매한 작품. 극 소개 문구에 가 언급되어 있어서 창조주도 어렵지 않게 모시고 올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여성 국극에서 따온 영감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고전의 한계를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비판하고 넘어선다. 성별의 제약이 없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선이 옅은 덕분에, 1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롯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n막 n장을 안내하며 장면을 시작하는 연출과 "셰익스피어 형님이 부여한 역할..

시라노in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24.12.06 7시반 조형균 시라노, 나하나 록산, 임준혁 크리스티앙, 이하 원캐. 시라노 삼연 총첫공. 시라노 초재삼연 28차 관극. 시라노가 돌아왔다! 그렇지만 나의 시라노는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사랑했던 극으로 돌아오지도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넘버들도 돌아오지 못했다. 눈물은 흘렸으나 5년 전, 7년 전의 감정과는 사뭇 달랐다. 어떤 재회는 벅차올랐고 어떤 변화는 헛헛함을 자아냈다. 빈틈없이 꽉꽉 채워 넣은 개연성은 이해도와 피로도를 동시에 높였다. 새롭게 추가된 설정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느라 흥분했지만, 나의 영혼을 뒤흔들던 시라노가 돌아오지 않았음에 못내 슬퍼졌다. '달토끼였던' 관객으로서, 초연과도 재연과도 다른 극이 되어버린 삼연의 시라노가 반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