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2017) - 김은주 사유는 오직 남성만의 전유물이기에, 남성만의 영역으로 규정지어진 철학이라는 학문에서 여성은 내내 배제되어 왔다. 생각하고, 그래서 의문을 갖고, 그리하여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던 여성들은, 이질적이고 옳지 못한 존재로서 박해당하고 삭제되어왔다. 이 책은 20세기 '여성 철학자'들의 '철학'을 소개한다. 문장이 다소 어렵지만, 스피박의 지적처럼 "쉽게 읽히는 글의 기만성 (p.64)" 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개된 여성 철학자 여섯 명은, 기존 기득권의 것이 아닌 자신들만의 언어로 삶을 이해하고 인간을 바라보며 세상을 논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인간과 삶, 죽음을 긍정하고, 기존 철학이 단정지은 단일성을 비판하고 거부한다. "스피박은 (...
01. 체공녀 강주룡 (2018) - 박서련 강주룡, 조선 최초로 체공 운동을 벌인 노동운동가. 격변의 시대 속에서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낸 이 인물의 이야기가 몹시 생동감 넘친다. 평범한 여성이자 노동가인 동시에, 비범한 의지와 걸출한 행동력을 지닌 운동가이다. 당연하기에 요구해야만 하는 권리를 위해 스스로를 내던지며 싸워본 사람. 두렵기도, 막막하기도 하지만, "제 온 열과 성을 다바쳐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삼이를 위한 길이고 옥이를 위하는 길이며 저 자신을 위한 길인 것 (p.179)" 임을 깨달았기에 주저함은 없다. 그래서 강주룡은 말한다. "내 동지, 내 동무, 나 자신을 위하여 죽고자 싸울 것입네다. (p.181)" 그리고 행한다. 결사를 각오하고 대중을 위하여 죽음을 거부하지 않는다. 강주룡..
01. 소년이 온다 (2017) - 한강 광주. 전쟁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했던, 일방적인 학살. 피 흘리며 쟁취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그 자체인, 80년 5월의 광주. 믿고 싶지 않은 역사를 잘 알기에 더욱 고통스러운 이야기는, 작가의 비유와 우회적 서술을 거치며 불시에 툭 터진다.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을 응시하며 죽음을 곁에 두는 아이. 죽음을 마주하고 죽음에 흩어지는 아이. 남겨진 채 죽음을 기억하고 곱씹는 아이. "죽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둔감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더 두려웠다. (p.89)" 살아남는 것이, 홀로 삶을 유지한다는 것이 더 고통스럽지만, 죽음 앞에서 두려울 수밖에 없는 지독히 평범하고 위대한 인간. 검열로 검게 칠해진 희곡은 무대에 오른다. 무언극처럼 입모양으..
01.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014) - 리베카 솔닛언어에 대한 논의, 단어의 존재에 대한 의미가 중요하다. "만일 우리에게 어떤 현상이나 감정이나 상황을 가리키는 단어가 없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말하지 못한다. (p.189)" 이 책의 저자가 맨스플레인(Mansplain) 이라는 단어를 창조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지적하는 지점은 동일하고 명백하다. 권위주의, 힘, 신뢰성의 유무 등에 대한 지적 말이다. "자신이 잉여라는 생각과의 전쟁이고, 침묵하라는 종용과의 전쟁이다. (p.16)" 라는 말과 "여성들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다. (p.220)" 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현 상황을 정의한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성의 평등을 인정할 수 없는 기득권의 논리라는..
내 희망이 문을 닫는 시각에 너는 기어코 두드린다나의 것보다 더욱 캄캄한 희망 혹은 절망으로 (...) 네 절망이 문을 닫는 시각에 나는 기어코 두드린다너의 것보다 더욱 캄캄한 절망 혹은 희망으로 - 최승자 중 시발점이 된 이명행 성추행 폭로 이후, 약 열흘 간 공연계에서 터져나오는 성폭력 미투 증언들을 마주하며 가슴이 내려앉았고 분노에 목이 메였고 그 모든 감정이 담긴 눈물이 차올라 넘쳐흘렀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metoo 와 #withyou 운동의 진정한 가치를 비로소 온전히 깨달았다. 아픔과 고통의 경험을 소리 내어 말하고 글로써 공유하는 이 행위야말로, 외롭고 고독한 자학의 어둠 속에 홀로 남겨져있던 더 많은 목소리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는 가장 거대한 응원이었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머리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