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in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2022.08.27 7시 윤나무 서술자 외. 의자와 책상 하나. 최소한의 소품이 놓인 무대에 오롯이 홀로 선 배우가 풀어내는 긴박하고 일상적이고 극적인 24시간. 어투와 목소리, 동작, 태도 등의 디테일 변화를 통해 삽시간에 바꿔내는 인물들. 관객이 그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보조하는 음악과 조명, 그리고 영상. 몰입과 웃음, 긴장과 공감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삶과 감정과 이야기. 시각적 자극과 청각적 환기는 적절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극의 시작과 끝을 온전히 완성한다. 쉽지 않은 극임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숨이 막히는 경험을 했다. 아직 비극을 알지 못하는, 자신은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그러나 곧 완전히 무너져 내릴, 그 안전하고 행..
아일랜더 in 우란2경, 2022.08.18 8시 유주혜 아란 외, 이예은 에일리 외. 다작러는 키난섬 주민도 되어보기로 했다. 로비부터 잔잔하게 물결치는 파도 소리가 가득해서 마음이 일렁거렸다. 우란에서 올리는 작품답게 독특하고 눈부시고 매력적인 극이었다. 특히 루프스테이션이라는 문물을 통해 다채롭고 풍성하게 "소리"를 활용하는 점이 가장 신선하고 감탄스러웠다. 두 배우의 목소리, 숨소리, 발 구르는 소리, 박수 소리, 탄성 등으로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이를 반복하여 화음을 쌓고 주변음을 만들고 효과음을 노린다. 학창 시절 교실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화음 놀이가 떠올라서 괜히 더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다. 모래 위에 그어진 2인극의 한계선을 파도 하나로 쓱 지워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포근했다...
전설의 리틀 농구단 in 동덕여대 코튼홀, 2022.08.12 8시 박은석 종우, 임진섭 수현, 김승용 상태, 신윤철 승우, 김민강 다인, 주민우 지훈. 인기 많은 창작뮤지컬인데 연이 닿지 않아 이번 육연에서야 자첫을 하게 됐다. 여성 배우가 하나도 없는 삼인극 이상 공연은 최대한 지양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날 캐스팅 중 일부만 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배우들을 이미 만난 적이 있음을 깨닫고 새삼스러웠다. 누구나 각기 다른 무게로 끌어안고 사는 외로움과 아픔을 잔잔한 수채화처럼 풀어낸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임에도 특정 사건의 비극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다만 속초 바닷가에서의 다인 솔로 넘버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떠올리게 했다. 내 영혼 바람 되어.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
아이다 in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2022.08.06 7시 윤공주 아이다, 아이비 암네레스, 김우형 라다메스, 박시원 조세르, 이하 원캐. 공주아이다, 과자암네, 소녀라다메스. 공과소 페어막이자 막공. 코로나 시작 전 리뉴얼을 예고하며 피날레 시즌을 했던 아이다가, 코로나 때문에 리뉴얼이 밀려 최_최종의 마지막 시즌으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버젼이기에 꼭 챙겨봐야만 했고, 16년도에 처음 아이다를 만났을 당시 페어의 막공으로 마지막 시즌 자첫자막을 하게 됐다. 무대인사까지 들을 수 있어 감사했으나, 여전히 주인공 아이다가 아니라 라다메스를 커튼콜 인사 가운데 자리에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막공의 무대인사까지 라다메스 역의 배우가 주도하고 맺음 짓게 한 제작사의 태도에 또 화가 났다. 물론 ..
햄릿 in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22.07.28 7시반 강필석 햄릿, 박지연 오필리어, 박정자 배우1, 길해연 배우2, 윤석화 배우3, 손봉숙 배우4, 김성녀 거투르드, 권성덕 무덤파기, 전무송 유령, 정동환 폴로니어스, 유인촌 클로디어스, 김수현 호레이쇼, 박건형 레어티즈, 김명기 로젠크란츠, 이호철 길덴스턴. 그 유명한 햄릿을 정극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심지어 이전에 햄릿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원로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점이 한층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낡았다. 낡은 문장과 어휘를 문자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작품이 고스란히 납작하게 남았다. "약한 자, 그대의 이름 여자" 라는 유명한 햄릿의 대사부터 짜게 식은 마음은 극이 끝날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언제나 말하지만, 원작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