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11월 제주여행의 마지막 포스팅.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에는 '숲'이 최고라는 말에, 사려니길로 향했다. 아침 9시쯤 도착하니 주차장에 자리가 많아서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사람도 많지 않고! 이런 길이 쭈욱 이어진다. 비로 젖은 길이긴 하지만 신발이 망가질 정도의 진창까지는 아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말그대로의 '숲'은 처음 만난 것 같다. 절물이나 교래 같은 여타 휴양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유한 정체성이다. 걷는 내내 새로운 경험에 신기함을 느꼈다. 숲은 모든 소음을 집어 삼킨다는 말이 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소리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안내소에서 딱 3km 떨어진 곳을 반환점 삼아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옷을 잘못 입고 가서 산책이 평소보다 힘들었지만, 생각을 텅 비우고..
광란의 빗길야간운전을 하고 온 다음날은 아침 일찍 사려니길만 다녀오고 숙소에서 푹 쉬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책이 있길래 그것도 읽으면서. 그리고 그 다음날, 도시락까지 챙겨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절물자연휴양림! 여기는 주차료까지 포함해서 입장료를 계산한다. 아반떼를 끌고 간 나는 3,000원. 지도 확대샷. 일단 메인도로를 쭉 걸어올라가 약수를 마신 뒤에, 생이소리길을 조금 걷다가 3Km의 너나들이길을 걸어 입구로 걸어내려온 다음, 삼울길을 걸으며 피톤치드 향을 듬뿍 마셨다. 전부 해서 1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올라가는 길에 있던 연못. 절과 물이 있어서 '절물'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는 절물휴양림. 물맛은 깔끔했다. 차에 빈 물통이 있는데 깜빡하고 안 가져온 실수를 자책하며ㅠㅠ 이..
월요일이라 아빠는 아침을 드시고 서울로 올라가셨다. 제주공항까지 아빠를 모셔다드리고, 바로 평화로를 따라 새벽오름으로 향했다. 2효리 씨가 블로그에 언급해서 더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확실히 정상에서의 정경이 아주 근사했다. 그리 높지 않은 높이라서 산책하기에도 좋을 듯한 오름이었다. 주차장이 오름과 꽤 떨어져있다. 저 차도를 꽤 걸어야 비로소 오름 등산로가 시작된다. 저녁 하늘의 샛별처럼 외롭게 서 있다 하여 새별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려말 최영장군의 부대가 여몽군과 격전을 벌인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매년 이 곳에서 한 해의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들불축제가 개최되고 있다는데, 다음에 구경올 기회가 생기길 바래본다. 이날 바람이 어마어마했다. 정지된 사진인데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강한 제..
제주에서 10박 11일 동안 머물고 돌아왔다. 3월처럼 가족여행이어서 스케쥴을 빡빡하게 세워 빠릿하게 움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3월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왔다. 특히, 대학에 입학한 이래 주체적으로 했던 모든 여행을 통틀어 '최초'의 경험을 했다. 바로, 자동차 여행. 언제나 뚜벅이를 추구하며, 하나의 도시 안에서는 대중교통도 거의 이용하지 않았던 과거의 여행들과 다르게 이번 제주여행에서는 렌트카를 열심히 몰고 다녔다. 물론 혼자서. 이 자차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은 첫 3일에 대해 적어봐야겠다. 갈 때 올 때 다 진에어를 탔다. 소음 좀 심하고 기체가 좀 흔들리긴 하지만, 저가항공 한두 번 탄 것도 아니고..ㅎ 도착해서 차를 렌트하고 4시 쯤 흑돼지로 늦은 ..
경주 한복판에서 신라의 흥망성쇠를 묵묵히 바라보던 남산. 신라인의 신앙이었던 경주 남산은, 그 모든 역사적 사건들이 저문 이후에도 굳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고. 역사의 목격자로서 천년이 넘는 시간을 담고 있는 이 산을, 올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을 했으니, 실천에 옮겨야겠지. 경주에서 묵었던 숙소는 프렌드게스트하우스였다. 샤워실이 공용이라는 점만 빼고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게하가 아니었나 싶다. 게하 이모님도 엄청 친절하셔서 이것저것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하셨다. 남산을 간다는 말에 동선도 구체적으로 일러 주시고, 얼음물을 꼭 챙기라며 패트병에 물을 담아 냉동실에 직접 넣어주시기까지 했다. 지도의 주황색 선을 따라 등산했는데, 걸음이 빠른 편이라 3시간이면 될 줄 알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