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다 in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2022.04.23 3시 김소향 프리다, 리사 레플레하, 임정희 데스티노, 허혜진 메모리아. 티몬스테이지. 딤프 초청작일 때부터 관심 있던 극이었고, 2년 만에 만나게 됐다. 마타하리부터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까지, EMK의 창작뮤지컬은 모조리 취향이 아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쟁쟁한 여성 배우들만 잔뜩 나오는데 극이 취향이 아닌 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객석의 반응을 끌어내며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레플레하 때로는 사랑스러운 첫사랑으로 때로는 달콤한 죽음으로 프리다의 선택을 종용하는 데스티노, 목소리 톤의 낙폭이 인상적이었던 평행세계의 프리다 메모리아, 그리고 온몸을 불사르며 하나의 생을 살아내는 프리다까지. 무대를 꽉꽉 채우는 네 사람의 열기에 두 시간 내내 ..

곤투모로우 in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2022.02.23 7시반 강필석 김옥균, 김재범 한정훈, 박영수 고종, 신재희 이완. 요정옥균, 범정훈, 슈종. 필범슈 페어막. 요범슈 페어막으로 초연을 자첫자막 했었던지라, 이왕이면 재연도 같은 페어의 페어막을 보기로 했다. (초연 후기) 초연 당시 국정농단으로 하수상한 시국이었기에 "갈 수 없는 나라"를 부르짖는 이야기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 5년이 지나 재연을 만나고 있는 지금 이 시국 또한 어지럽기 그지없어서 씁쓸하다. 내가 나로서 당당할 수 있는 조선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초연 후기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초연 때 불호가 많았기에 재연은 패스할까 했으나, 극이 별로여도 믿고 보는 배우들이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리라는 확신을 안고 객석에..

하데스타운 in 엘지아트센터, 2021.10.10 7시 조형균 오르페우스, 최재림 헤르메스, 김선영 페르세포네, 김환희 에우리디케, 김우형 하데스, 이하 원캐. 이야기 구성, 무대 및 조명 연출, 음악, 배우들의 연기와 몸짓과 목소리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특히 운명의 세 여신과 일꾼 다섯 명의 앙상블이 채워내는 분위기와 화음이 지독히도 매력적이어서 짜릿했다. 주연 배우들도 워낙 믿고 보는 분들이라, 쫀쫀한 서사와 농밀한 감정에 흠뻑 빠져들었다. 드럼을 제외하고 전부 무대 위에서 함께 호흡하는 악기들이 몰입도를 더했다. 1막 첫곡에서 헤르메스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을 소개한다거나, 2막 첫곡에서 페르세포네가 연주자들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박수를 유도하는 연출이 무대와 객석의 ..

아가사 in 유니플렉스 1관, 2021.09.24 7시반 임강희 아가사, 김재범 로이, 강은일 레이몬드, 임별 아치볼드, 최호승 폴, 김남호 뉴먼, 이아현 베스, 강인대 헤리츠, 정다예 낸시. 깡가사, 범로이. 14년 소가사 15년 대가사 이후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은 극이어서 궁금했는데, 김수로 프로젝트이자 압컨극이었다는 걸 미리 알고 갔다면 기대치가 분명 덜했으리라. 한국 창작 뮤지컬이, 특히 이 제작진들이 유난히도 사랑하는 "그 소재"는 대학로에서 영원히 사골처럼 우려먹겠지. 인물 등장 순간부터 직감한 이 반전이 그나마 덜 진부하고 덜 과하게 연출되었기에 다행히 불쾌함은 없었다. 지난 2017년, 스모크에 이어 인터뷰까지 관극 하며 체감했던 극강의 분노와 짜증과 현타보다는 훨씬 가볍고 옅은 농도의 ..

해적 in 드림아트센터 1관, 2021.08.25 7시반 김이후 루이스/앤, 김려원 잭/메리. 해적 자첫자막. 2019년에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온 이 창작뮤지컬을 이제서야 만나고 왔다. 첫만남 이후로 믿보배가 된 김려원 배우와 이번에 자첫을 한 김이후 배우의 여배페어를 선택했는데, 두 사람이 구축한 캐릭터와 각각의 관계성이 재미있었다. 특히 려잭과 이후앤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서 '해적 노동요' 부터 기분 탓이야' 넘버까지의 모든 순간에 홀딱 반했다. 극 중 이름이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창작진의 애정이 담뿍 묻어있음이 여실히 보였고, 그만큼 각각의 인생들이 더 매혹적으로 반짝거렸다. 담백하고 단순한 전개 위에 매력적인 인물들을 얹어내며 해적들의 시대를 열렬한 사랑으로 그려낸 이 극이 사랑스럽지 않을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