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스트 투 노멀 in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22.06.16 8시 최정원 다이애나, 이건명 댄, 노윤 게이브, 이아진 나탈리, 김현진 헨리, 박인배 의사. 드디어 넥이 돌아왔다. 무려 7년 만에. 이야기 자체의 강렬함에 사적인 경험까지 더해져 참 쉽지 않은 극이었고, 그래서 더 생생하게 심장에 남아있던 작품이다. 그저 또 다른 날을 살아가다 문득 넘버 한 소절을 흥얼대며 힘을 내기도 했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상처를 문지르며 흐르지 않는 핏자국을 애써 문질러 지우기도 했다. 일견 극단적이지만 실은 어디에도 있을 수 있는 모습이 아프게 상흔을 헤집는데도, 그 일상성이 동질의 고통을 공유하는 카타르시스로 연결된다. "좋아질 거야 다" 라고 과할 정도로 밝게 반복하는 자..

렛미플라이 in 예스24스테이지 1관, 2022.05.25 8시 김지현 선희, 홍지희 정분, 김도빈 노인 남원, 신재범 청년 남원. 오래간만에 편안한 힐링극을 보러 대학로를 찾았다. 넘버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갔는데, 돌림노래로 시간차를 두고 이어가는 소절이 여럿 있는 점이 독특했다. 각기 다른 가사를 동시에 부르는 듀엣 부분도 꽤 많았고, 후반부에 리프라이즈도 잘 활용했다. 리프라이즈 활용 잘하는 뮤지컬 너무 좋아. 무대도 예쁘고, 종종 객석 벽면까지 넘어오는 조명들도 동화처럼 사랑스러웠다. 다정하고 친절하고 따뜻한 구성과 전개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다만 닥터후나 마블 같은 SF 판타지물을 사랑하는 덕후이기 때문에, 남원이 말하는 시간여행의 논리 모순을 짚어내는 선희의 ..

쇼맨 in 정동극장, 2022.05.13 7시반 윤나무 네불라, 정운선 수아, 이하 원캐. 안창용, 이현진, 김대웅, 이다정. 여러가지 이유로 정동에서 올라오는 작품들에 관심을 두고 있고, 이 극 역시 캐스팅 공개 전부터 궁금했었다. 연초가 특히나 바쁜 관계로 막공주까지 시간을 못내다가 틈 날 때마다 산책을 해서 앞자리를 하나 주워 객석에 앉았다. 첫장면의 트리네불라 얼굴과 몸짓에 압도당해 눈물을 뚝 떨어뜨리며 생각했다. 재연 언제 오지. 이 배우들 그대로 연말에 앵콜공 해주시면 안될까요. 이렇게까지 다채롭게 취향인 창작극이 너어무 오랜만이라서 관극 내내 벅차올랐다. 잘 짜여진 이야기 구성과 풍성한 맥락을 지닌 복합적인 인물들, 이를 위한 장면 연출과 넘버 활용을 통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무대 위 세상에..

은하철도의 밤 in 드림아트센터 3관, 2022.05.04 8시 정지우 조반니, 정상윤 캄파넬라. 초연 당시 몹시 핫했으나 지앤하 회전 도느라 놓쳤던 극인데, 얼마나 흥했던지 금세 앵콜 공연으로 돌아와서 반가웠다. 그래서 급작스럽게 잡힌 대학로 번개 약속에도 큰 고민 없이 이 극을 택할 수 있었다. 익숙한 배우와 새로운 배우가 한 무대에 있는 것도 신선했고, 유난히 아름다운 영상 연출이 관극 내내 시선을 끌었다. 반짝이는 은하수와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상 속 세상이 다채로운 조명의 색감과 어우러지며 한층 매혹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극'을 만들어냈다. 색감 조합이 정말 예뻐서, 귀로는 배우들의 노래를 들으며 눈으로는 뒷배경의 영상을 감상할 정도였다. 극 초중반까지는 넘버나 안무 등이 크게 취향이 아니어서 ..

프리다 in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2022.04.23 3시 김소향 프리다, 리사 레플레하, 임정희 데스티노, 허혜진 메모리아. 티몬스테이지. 딤프 초청작일 때부터 관심 있던 극이었고, 2년 만에 만나게 됐다. 마타하리부터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까지, EMK의 창작뮤지컬은 모조리 취향이 아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쟁쟁한 여성 배우들만 잔뜩 나오는데 극이 취향이 아닌 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객석의 반응을 끌어내며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레플레하 때로는 사랑스러운 첫사랑으로 때로는 달콤한 죽음으로 프리다의 선택을 종용하는 데스티노, 목소리 톤의 낙폭이 인상적이었던 평행세계의 프리다 메모리아, 그리고 온몸을 불사르며 하나의 생을 살아내는 프리다까지. 무대를 꽉꽉 채우는 네 사람의 열기에 두 시간 내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