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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in 드림아트센터 1관, 2021.08.25 7시반

 

 

 

 

김이후 루이스/앤, 김려원 잭/메리. 해적 자첫자막.

 

 

2019년에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온 이 창작뮤지컬을 이제서야 만나고 왔다. 첫만남 이후로 믿보배가 된 김려원 배우와 이번에 자첫을 한 김이후 배우의 여배페어를 선택했는데, 두 사람이 구축한 캐릭터와 각각의 관계성이 재미있었다. 특히 려잭과 이후앤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서 '해적 노동요' 부터 기분 탓이야' 넘버까지의 모든 순간에 홀딱 반했다. 극 중 이름이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창작진의 애정이 담뿍 묻어있음이 여실히 보였고, 그만큼 각각의 인생들이 더 매혹적으로 반짝거렸다. 담백하고 단순한 전개 위에 매력적인 인물들을 얹어내며 해적들의 시대를 열렬한 사랑으로 그려낸 이 극이 사랑스럽지 않을 리가 없다.

 

 

 

 

"별을 쏘았어 별이 부서져 쏟아졌어

그 순간을 어떻게 설명할까

나를 쏘았어 내가 부서져 사라졌어

그 순간을 어떻게 변명할까"

 

 

술에 잔뜩 취해 주정을 부리는 려잭과 그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후앤의 얼굴이 빛난다. 기록되지 못하고 허락되지 못한 후앤은 교회를 향해, 세상을 향해 외친다. 나를 기억하지 말라고. 나를 축복하지 말라고. "당신들의 신은 나의 항해시대에 초대받지 않았"노라고. 내가 직접 바다 위에 지어올릴 신전을 "질투하라"고. 별을 쏜 후앤의 총성 끝에 와르르 쏟아져내리는 눈부신 빛의 잔해가 그 당당한 선언을 더욱 견고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별이 부서져 쏟아지는 순간 마음이 부서져 사랑에 빠지게 된 려잭의 일렁이는 눈빛이 부드럽고 강인한 파도를 닮아있다.

 

 

매 회차마다 스페셜 커튼콜이 있다니. 그걸 매번 촬영할 수 있다니! 덕분에 이날 박제된 '우리 모두의, 기억나지 않는 꿈' 을 계속 돌려보고 있다. 다른 페어들의 넘버와 디테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여 한 번 더 보고 싶기도 하다. 좋은 배우들로 꾸준히 롱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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