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레바퀴 아래서 in 드림아트센터 3관, 2023.07.05 4시 박새힘 한스, 송영미 하일러, 전하영 루치우스 외 목소리, 박소리 교장 외 목소리.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읽으며 크게 감동받았던 경험은 없다.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억지로 을 읽던 초등학생이 알을 깨고 나오는 새의 고통에 스스로를 투영할 수 있었겠는가. 고등학생쯤에야 다시 읽어보며 현학적인 문장들 사이에 숨겨진 데미안의 가치관과 싱클레어의 고민들을 짐작이나마 하게 되었을 뿐이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속에 담긴 앳된 학생들의 치열한 번뇌와 괴로움 또한 마음으로 와닿진 않았다. 시대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갈등과 아픔이 있다는 공감은 되었으나, 헤르만 헤세의 문체와 표현이 나의 정서에 맞닿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이 극을 보러 간 이유는 단 하나..

실비아, 살다 in 대학로 TOM 2관, 2023.02.15 8시 박란주 실비아, 이지숙 빅토리아, 문지수 테드, 김수정 루이스 보셔 외, 이민규 알바레즈 외, 고쥬니 그리고. 초연 때부터 궁금했던 작품이어서 냉큼 재연 프리뷰를 보고 왔다. 자첫 전에 시놉시스를 열심히 읽는 편이 아니라서, 글을 쓰는 여성 실비아에 대한 작품이라는 정도만 알고 객석에 앉았다. 그런데 제 자리가 이벵석이라니요! 들어오기 전에 캐슷보드 봤냐며 "누구 나오는지 알죠?" 하는 멀티 역의 김수정 배우님 질문에 머리가 하얘졌다. 어버버 거리고 있다가, 빅토리아 이름 꼭 기억하라며 배우님이 건네주는 빅토리아 생수병을 받아 들었다. 극 시작 전의 이벤트였기에 조금쯤 더 들뜬 마음으로 이야기의 시작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

이프덴 in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2023.01.23 7시 정선아 엘리자베스, 에녹 루카스, 조형균 조쉬, 최현선 케이트, 임별 스티븐, 김찬종 데이빗, 이하 원캐. 살면서 "만약" 이라는 가정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갈림길 앞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하여 걷다가 문득 "그때 다른 길을 택했더라면"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으리라. 이 극은 그 상상을 무대 위에 구현한다. 두 친구 중 누구를 따라갈 것이냐는 작은 선택 하나로 인해, 리즈와 베스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평행우주처럼. 리즈와 베스의 삶이 다르기에 주변 인물들의 삶 역시 서로 다르다. 리즈와 베스의 인생이 점점 달라져 어긋날 때, 문득 뒤돌아 과거를 돌이켜보는 그의 고민과 후회와 갈등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단 한..

물랑루즈 in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2022.12.16 7시반 홍광호 크리스티안, 김지우 사틴, 이정열 지들러, 이창용 몬로스 공작, 최호중 로트렉, 심건우 산티아고. 유승엽 베이비돌, 배수정 아라비아, 김주영 라쇼콜라, 이하 원캐. 전성혜 니니. 물랑루즈 아시아 총첫! 궁금했던 작품이지만 가격 패기를 보고 놀라서 티켓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헤미안석이라며 op석과 중블 1열을 따로 오픈한다길래 눌러나 보자 하고 예매처에 들어갔다. 역시나 눈밭이라 빠른 포기를 하고 바로 총첫공 예대를 이곳저곳에 4개 걸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중 3개가 터졌다!!! 세상에!!!! 덕분에 총첫공을 무려 오피 1열 중앙 부근에서 볼 수 있었다. 관극 가기 전부터 느낀 강한 운명의 예감은 로비의 포토존에서 신나게 사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2.12.14 7시반 박강현 토니, 한재아 마리아, 정유지 아니타, 정택운 리프, 임정모 베르나르도, 이하 원캐. 뮤지컬 계의 고전이나 다름없는 이 극이, 지난 2007년 삼연 이후 무려 15년 만에 라이센스 사연으로 돌아왔다. 류정한 배우님의 데뷔작이자, 작곡가 번스타인의 작품이자, 미드 글리 등을 통해 대부분의 넘버를 이미 잘 알고 좋아했기에 반드시 챙겨봐야만 하는 극이었다. 간만에 대극장 특유의 스케일 큰 군무와 빵빵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고 들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익숙한 음악과 함께 맞물리는 배우들의 동작이 무대 위 특별한 세상을 펼쳐냈다. 현대판 답게, 이 극은 두 세력의 팽팽한 대립과 그 사이에서 피어난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한다. 독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