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벳 in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2022.09.30 7시 옥주현 엘리자벳, 이해준 죽음, 박은태 루케니, 길병민 요제프, 주아 대공비 소피, 장윤석 루돌프, 김유안 어린 루돌프, 이하 원캐. 10주년 엘리자벳 자첫자막. 개막도 하기 전부터 말이 많았던 이번 엘리 10주년을, 팔아주지 않으려 했다. 뮤지컬에 입덕한 이후로 늘 궁금했던 은케니가 돌아왔기에 이 불매 결심은 가슴을 미어지게 했지만, 그래도 제작사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을 용납하기엔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뭐라도 관극을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새로고침을 하다가 퇴근하며 사옥의 회전문을 나서는 바로 그 순간, 꿀자리가 눈에 들어와 버렸다. 이런 제기랄. 왜 매번 똑같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거야. 난 그저 행복하고 싶은 덕후라고. 좋은 극 ..
서편제 in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22.09.15 7시반 이자람 송화, 김준수 동호, 김태한 유봉, 채태인 동호모, 최연우 어린송화, 차승수 어린동호, 이하 원캐. 자람준수 판소리 페어 자첫자막. 아는 이야기에 아는 넘버가 잔뜩인 극을 이제야 자첫했다. 문르콘에서 자첫했던 자람신의 송화를 놓칠 수가 없었고, 명성 자자한 김준수 배우도 궁금했다. 덕분에 서편제라는 작품이 추구하는 '소리'를 제대로 감상하고 왔다. 두 배우의 낭창하고 재기 발랄하며 묵직하고 풍성한 소리들이 선연하게 심장에 와닿았다. 온갖 풍파를 삭이고 녹여 제 소리를 찾아낸 자람송화의 두터운 삶과 그 소리를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북을 치고 추임새를 넣는 준수동호의 뜨거운 마음이 오롯이 담긴 마지막 심청가는, 감히 언어로 형용할 수 없을..
미세스 다웃파이어 in 샤롯데씨어터, 2022.09.09 7시 양준모 미세스 다웃파이어&다니엘, 박혜나 미란다, 김산호 스튜어트, 김나윤 완다, 임기홍 프랭크, 영오 안드레, 설가은 리디아, 윤준상 크리스, 김가온 나탈리, 이하 원캐. 로빈 윌리엄스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워낙 즐겁게 봤던지라, 이 극을 챙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꽤 오래전 영화이고 코미디 극이라서 약간의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여러 요소들을 시대에 맞게 다듬고 수정한 창작진의 노력 덕분인지 다행히 불편한 부분은 없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자연스럽고 마땅하다 긍정하고, 포기하는 대신 그 이후를 바라보는 변화와 성장을 포용하는 극의 따뜻한 시선이 포근했다.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 객석에 앉아 익숙한 음감의 뒷모습을 보며 믿고 보는 배..
아일랜더 in 우란2경, 2022.08.18 8시 유주혜 아란 외, 이예은 에일리 외. 다작러는 키난섬 주민도 되어보기로 했다. 로비부터 잔잔하게 물결치는 파도 소리가 가득해서 마음이 일렁거렸다. 우란에서 올리는 작품답게 독특하고 눈부시고 매력적인 극이었다. 특히 루프스테이션이라는 문물을 통해 다채롭고 풍성하게 "소리"를 활용하는 점이 가장 신선하고 감탄스러웠다. 두 배우의 목소리, 숨소리, 발 구르는 소리, 박수 소리, 탄성 등으로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이를 반복하여 화음을 쌓고 주변음을 만들고 효과음을 노린다. 학창 시절 교실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화음 놀이가 떠올라서 괜히 더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다. 모래 위에 그어진 2인극의 한계선을 파도 하나로 쓱 지워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포근했다...
전설의 리틀 농구단 in 동덕여대 코튼홀, 2022.08.12 8시 박은석 종우, 임진섭 수현, 김승용 상태, 신윤철 승우, 김민강 다인, 주민우 지훈. 인기 많은 창작뮤지컬인데 연이 닿지 않아 이번 육연에서야 자첫을 하게 됐다. 여성 배우가 하나도 없는 삼인극 이상 공연은 최대한 지양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날 캐스팅 중 일부만 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배우들을 이미 만난 적이 있음을 깨닫고 새삼스러웠다. 누구나 각기 다른 무게로 끌어안고 사는 외로움과 아픔을 잔잔한 수채화처럼 풀어낸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임에도 특정 사건의 비극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다만 속초 바닷가에서의 다인 솔로 넘버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떠올리게 했다. 내 영혼 바람 되어.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