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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in 드림아트센터 3관, 2022.05.04 8시
정지우 조반니, 정상윤 캄파넬라.
초연 당시 몹시 핫했으나 지앤하 회전 도느라 놓쳤던 극인데, 얼마나 흥했던지 금세 앵콜 공연으로 돌아와서 반가웠다. 그래서 급작스럽게 잡힌 대학로 번개 약속에도 큰 고민 없이 이 극을 택할 수 있었다. 익숙한 배우와 새로운 배우가 한 무대에 있는 것도 신선했고, 유난히 아름다운 영상 연출이 관극 내내 시선을 끌었다. 반짝이는 은하수와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상 속 세상이 다채로운 조명의 색감과 어우러지며 한층 매혹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극'을 만들어냈다. 색감 조합이 정말 예뻐서, 귀로는 배우들의 노래를 들으며 눈으로는 뒷배경의 영상을 감상할 정도였다.
극 초중반까지는 넘버나 안무 등이 크게 취향이 아니어서 섭섭하기까지 했는데, 새장수 캄파넬루와 조반니가 아폴론과 그의 아들 파에톤에 대한 신화를 이야기하는 '시그너스와 페이튼' 넘버의 구성과 연출이 무척 매력적이어서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폴론이 아니라 헬리오스라는 전승도 있고, 페이튼의 시체라도 찾기 위해 백조가 되어 물속에 목을 집어넣는 친구에 대한 전설도 정설은 아닌 것으로 알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해석은 무궁무진하니까.) 캄파넬라가 독백처럼 이어가는 '사냥꾼 신화' 장면도 정말 좋았다. 앞선 장면들에서는 여러 배역으로 객석의 웃음을 끌어내던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순간 일렁이기 시작하는 눈빛이, 그리하여 차오르는 눈물의 깊이가 무척 짙고 강렬했다.
정지우 배우는 신인인데 연기도 군더더기 없고 노래도 청량하니 깔끔한데 무엇보다 딕션이 엄청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조반니를 괴롭히는 악역 자넬리의 목소리가 너무 잘생겨서 반할뻔했는데, 마치 컨프롱 같은 연출의 '어이, 해달 가죽' 넘버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 넘버 박제 좀 주세요! 다음 뮤기작을 어지간하면 챙겨보게 될 것 같은 배우가 생겼다.
대학로 공연을 볼 때마다 남성 캐릭터를 여성으로 치환하여 상상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 작품 또한 조반니든 캄파넬라든 아님 둘 모두든 여성으로 바꿔도 꽤나 재미있는 관계성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의 원작과 어울리는 신화를 잘 차용하여 영리하게 풀어낸 작품이어서 꾸준히 대학로에서 만날 수 있는 극이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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