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0328. 봄 in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 2021.08.11 7시 이 극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반적인 3.1운동이 아닌, 조금 늦게 터져나온 만세운동을 소재로 한다. 경성이 아닌 공간에서, 이미 두려움에 한 번 도망쳐본 청년들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 독창적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맺는 변사는, 악사와 함께 극 중간중간 서술자이자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어느 순간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가수의 존재는 다소 겉돌았다. 무대 위 밴드가 연주하는 넘버들이 잔잔하고 따뜻하여 마음에 들었는데, 담담한 목소리로 부르던 두번째 넘버 '조선의 봄' 이 특히 울림이 좋았다. 무대 왼편 밴드 앞쪽에 늘어뜨린 실커튼을 활용한 조명연출이 특히 좋았다. 조선의 봄을 노래할 때마다 무대 오른편 상단의 조명이 실커..
일리아드 in 예스24스테이지 2관, 2021.08.07 7시 최재웅 나레이터, 장재효 퍼커션 뮤즈. 일리아드 자첫. 개막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무척 궁금했던 이 극을 드디어 만나고 왔다. 일리아드라니, 1인극이라니, 나레이터마다 뮤즈의 악기가 다르다니, 각각의 나레이터가 풀어내는 텍스트 일부와 런닝타임의 차이가 있다니! 고전을 다룬 작품은 수없이 많지만, 확고한 주제를 가지고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각 배우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더해 목적적합하게 풀어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은 무척 오랜만이었다. 이야기를 모르는 청자에게는 친절하고 이야기를 아는 청자에게는 섬세하고 자세한 연출 덕분에 곱씹을수록 맛있다. 특별한 소품 없는 흙바닥 위를 뛰어다니며 객석과 눈을 맞추고 수없이 반복한 이야기를 또다시 노래하는 나..
홀연했던 사나이 in TOM 1관, 2021.07.31 6시반 박민성 사나이, 김태오 승돌, 한보라 홍미희, 황성현 황태일, 조은진 김꽃님, 장재웅 고만태. 홀연사 자첫자막. 조명을 받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 그럼에도 충만히 생을 살아내는 샛별다방의 샛별 같은 이들의 이야기. 홀연하게 나타났다 홀연하게 사라진 사나이가 남긴 뜨거운 오늘의 가치. "수족관의 금붕어는 그 안에서만 숨을 쉬지 하지만 그의 눈은 저 멀리 바다를 봐" "9초라도 좋다 아주 잠시라도 꿈 꿀 수 있다면" 꿈을 좇는 이야기가 범람하는 시대지만, 이 극의 금붕어는 꽤 오래 기억날 것만 같다. 아주 잠시라도, 그저 꿈꾸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노라 위로하는 이 극을 말이다.
라 레볼뤼시옹 in 자유극장, 2021.07.30 8시 고훈정 홍규/레옹, 김사라 서도/마리안느, 구준모 원표/피에르. 라레볼 자첫자막. 왜 한국의 공연 창작자들은 갑신정변을 사랑하는 걸까. 위로부터의 혁명, 그리하여 삼일천하로 끝나고만 실패한 혁명. 시대를 고민하며 변혁을 꿈꿨으나 교만하고 시혜적이던 당대의 지식인의 한계가 그리도 매력적인 소재인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던 민중의 폭발과 비견하여 풀어내기엔 다소 허황되지 않은가. 게다가 "하필이면 이 시대에, 하필이면 이 땅에 태어"나 끝없이 투쟁하고 뜨겁게 타오르던 개인들의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사랑은 애틋한 열렬함이라기 보다는 마지막을 불사르는 치기로 보였다. "언어가 되지 못한 꿈은 목에 칼이 들어오면 기억이 안나거든. 녹아서 사라져버려. 그건 ..
레드북 in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2021.07.18 2시 차지연 안나, 서경수 브라운, 홍우진 로렐라이, 방진의 도로시/바이올렛, 김대종 존슨/앤디, 김승용 헨리/잭, 이하 원캐. 레드북 자둘. 공연중단 후 재개막 첫공. 오피 1열 가변석. 이 자리를 잃을까 어찌나 마음을 졸였던지. 차지연 배우의 확진으로 레드북 공연은 안전을 위해 2주 간 쉬어가기로 했고, 그 기간이 7/6~7/17 이었다. 중단?기간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며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가변석이었기에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을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없는 표라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또다시 행운이 따랐고, 낮공이라는 이유 덕분에 가변석 일괄 취소 대상에서 빗겨 났다. 덕질 중에 이런 요행에 감사할 날이 오게될 줄이야. 이번 시즌 첫공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