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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레볼뤼시옹

in 자유극장, 2021.07.30 8시

 

 

 

 

고훈정 홍규/레옹, 김사라 서도/마리안느, 구준모 원표/피에르. 라레볼 자첫자막.

 

 

왜 한국의 공연 창작자들은 갑신정변을 사랑하는 걸까. 위로부터의 혁명, 그리하여 삼일천하로 끝나고만 실패한 혁명. 시대를 고민하며 변혁을 꿈꿨으나 교만하고 시혜적이던 당대의 지식인의 한계가 그리도 매력적인 소재인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던 민중의 폭발과 비견하여 풀어내기엔 다소 허황되지 않은가. 게다가 "하필이면 이 시대에, 하필이면 이 땅에 태어"나 끝없이 투쟁하고 뜨겁게 타오르던 개인들의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사랑은 애틋한 열렬함이라기 보다는 마지막을 불사르는 치기로 보였다.

 

 

"언어가 되지 못한 꿈은

목에 칼이 들어오면 기억이 안나거든.

녹아서 사라져버려.

그건 절망이야."

 

 

변화를 꿈꾸는 혁명가들의 언어가 심장을 뜨겁게 만들긴 했다. "법국의 그들도 혁명의 성공을 믿었을까?" 라고 묻는 말에 나의 경험을 되짚어 봤다. 유난히도 춥던 그 겨울,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요동치는 가슴을 부여잡고 함성과 구호를 쏟아내며 굳건히 확신했던 성공의 예감을 말이다. 기억되지 못한다 해도 기꺼이 세상을 위해 핏물을 쏟아내어 피웅덩이를 만드는 이들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기에, 언어로 기록되고 노래되어 기억해야만 한다. "내 영혼은 늙어버렸고 내 세상은 낡아버렸"다 하더라도, "그걸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언젠가는 생기리라.

 

 

 

 

"어느날 갑자기 개화의 소낙비가 내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소낙비를 원하면 내 손으로 비구름을 끌어와야지."

 

 

근래 소극장 창작뮤지컬 관극 만족도가 낮은데, 주된 이유가 서사의 개연성 부족이라는 점이 많이 아쉽다. 그래도 애배인 고훈정 배우의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어 귀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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