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앤하이드 in 샤롯데씨어터, 2021.10.24 7시 류정한 지킬/하이드, 윤공주 루시, 조정은 엠마. 류공조 페어첫공. 류지킬/류하이드 자둘. 티몬스테이지. 자둘도 했겠다, 본격적인 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연출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라는 극을 굉장히 싫어함을 명시하려 한다. 남성의 시선으로 대상화한 여성을 도구화하는 전개와 포르노와 다름없는 불쾌한 연출들로 점철된 이 극이, 아무런 성찰과 변화 없이 다시 무대로 돌아와 2021년 현재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대표 뮤지컬이라 자처하고 있음이 몹시 불편하고 괴롭다. 극 제반과 관련한 불호 후기는 이미 작성한 바 있으니, 극불호의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고 싶다면 브런치 글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이 낡은 극이 과연 언제까지 반성 없이 오만할 수 있을지 아득하..
지킬앤하이드 in 샤롯데씨어터, 2021.10.20 7시반 류정한 지킬/하이드, 아이비 루시, 민경아 엠마, 이하 원캐. 류지킬/류하이드 자첫! 후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2015년 팬텀으로 입덕한 이래 장장 6년 동안 간절하고 절실하게 바라왔던 바로 그 소원이 현실로 이뤄진 순간의 전율을, 대체 어떤 문장으로 엮어내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을까. 기사를 읽고 티켓팅을 하고 공연장에 도착해 객석에 앉을 때까지 도무지 실감 나지 않던 이 현실은, 직접 보고 듣는 관극 와중에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공연이 다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물밀듯이 밀려온 현실감은, 류정한 배우님의 가장 대표적인 필모캐를 드디어 만났다는 감격으로 이어지며 복잡하고 벅찬 감정을 자아냈다. 정말, 만났구나, 류지킬과..
하데스타운 in 엘지아트센터, 2021.10.10 7시 조형균 오르페우스, 최재림 헤르메스, 김선영 페르세포네, 김환희 에우리디케, 김우형 하데스, 이하 원캐. 이야기 구성, 무대 및 조명 연출, 음악, 배우들의 연기와 몸짓과 목소리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특히 운명의 세 여신과 일꾼 다섯 명의 앙상블이 채워내는 분위기와 화음이 지독히도 매력적이어서 짜릿했다. 주연 배우들도 워낙 믿고 보는 분들이라, 쫀쫀한 서사와 농밀한 감정에 흠뻑 빠져들었다. 드럼을 제외하고 전부 무대 위에서 함께 호흡하는 악기들이 몰입도를 더했다. 1막 첫곡에서 헤르메스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을 소개한다거나, 2막 첫곡에서 페르세포네가 연주자들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박수를 유도하는 연출이 무대와 객석의 ..
아가사 in 유니플렉스 1관, 2021.09.24 7시반 임강희 아가사, 김재범 로이, 강은일 레이몬드, 임별 아치볼드, 최호승 폴, 김남호 뉴먼, 이아현 베스, 강인대 헤리츠, 정다예 낸시. 깡가사, 범로이. 14년 소가사 15년 대가사 이후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은 극이어서 궁금했는데, 김수로 프로젝트이자 압컨극이었다는 걸 미리 알고 갔다면 기대치가 분명 덜했으리라. 한국 창작 뮤지컬이, 특히 이 제작진들이 유난히도 사랑하는 "그 소재"는 대학로에서 영원히 사골처럼 우려먹겠지. 인물 등장 순간부터 직감한 이 반전이 그나마 덜 진부하고 덜 과하게 연출되었기에 다행히 불쾌함은 없었다. 지난 2017년, 스모크에 이어 인터뷰까지 관극 하며 체감했던 극강의 분노와 짜증과 현타보다는 훨씬 가볍고 옅은 농도의 ..
헤드윅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1.09.07 7시 조승우 헤드윅, 유리아 이츠학. 조드윅 199번째 공연. 조언니 자첫이자 이번 시즌 자첫. 헤드윅 자21. 티켓팅에 하도 실패를 해서 마음을 비우고 도전한 날이었는데, 내 손으로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상상치도 못한 자리를 잡아버렸다. 조언니 1열이라니! 심지어 1열 사블통이라니! 이 시국만 아니었더라면 언니와 하이파이브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었을 이 꿀자리를 내 손으로 잡았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서 매일같이 내역서에 문안인사를 드렸다. 헤드헤즈로써 조드윅을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의무감에서 비롯된 관극이었는데, 이 능숙하다 못해 새로운 언니에게 깊숙이 공감하고 온전히 반해버렸다. 한 인물을 이토록 오랫동안 연기하면 이토록 자연스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