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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북
in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2021.07.18 2시
차지연 안나, 서경수 브라운, 홍우진 로렐라이, 방진의 도로시/바이올렛, 김대종 존슨/앤디, 김승용 헨리/잭, 이하 원캐. 레드북 자둘. 공연중단 후 재개막 첫공.
오피 1열 가변석. 이 자리를 잃을까 어찌나 마음을 졸였던지. 차지연 배우의 확진으로 레드북 공연은 안전을 위해 2주 간 쉬어가기로 했고, 그 기간이 7/6~7/17 이었다. 중단?기간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며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가변석이었기에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을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없는 표라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또다시 행운이 따랐고, 낮공이라는 이유 덕분에 가변석 일괄 취소 대상에서 빗겨 났다. 덕질 중에 이런 요행에 감사할 날이 오게될 줄이야. 이번 시즌 첫공이자 차안나 첫공으로 자첫을 했었는데, 재개막 첫공이자 차안나 공연으로 자둘을 하게 되어 감사했다.
재개막 첫공이어서 그런지 극장 안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온 몸을 불사르며 열과 성을 다해 장면에 임하는 배우들부터 환호 하나 없이 뜨거운 박수만으로 마음을 전한 관객들까지, 이 무대를 다시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순간을 오롯이 즐겼다. 커튼콜에서 배우들이 전부 퇴장하고 홀로 남은 차지연 배우가 허리를 깊이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에 같이 눈물이 터졌다. 그간의 마음고생과 마침내 무대 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해낸 벅찬 감격이 오롯이 전해져 왔기에, 그 눈물의 깊이를 아는 관객으로써 더 열렬히 박수를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고 감사했어요.
"더 이상 상상 속에만 머물지 않아
나 같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거야
조롱을 끌어안고 비난에 입을 맞춰
나를 슬프게 하는 모든 것들과
밤새도록 사랑을 나눠"
내가 나 자신으로써 사는 것이 잘못이라면 기꺼이 스스로를 나쁜 여자라, 야한 여자라 명명하겠노라 선언하는 차안나의 1막 마지막 넘버 '나는 야한 여자' 가 너무나도 훌륭했다. 기꺼이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끝내 나로써 서겠노라는 그 단호하고 절박하며 당당한 외침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넘버 역시 벅차게 애틋했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내가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이 시대에 기꺼이 "새카만 얼룩을 남"기겠노라 노래하는 안나가 어찌나 감사하던지 모른다.
"아직은 어린 단어들이 찾아오는 성
여물지 않은 문장들이 자라나는 성
언젠가 그들이 문학이 될 수 있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게 성을 지어"
로렐라이 언덕을 이끄는 홍렐라이의 든든함이 매혹적이어서 자꾸 눈길이 갔다. 쇼케이스에서 배우 본체가 너무 힘들다고 앞으로 못하겠다고 엄살을 피우셨는데, 그렇게 스스로를 오롯이 내던지는데 힘들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싶으면서도 앞으로 세 시즌은 더 해주셔야 한다는 자체선고를 내렸다. 무척 다정한 진의도로시도 따뜻했지만, 마지막 넘버를 부르는 진의로렐라이의 의연한 용기가 심장을 울렸다. 그 의지를 이어받아 "수많은 로렐라이들이 마음껏 지껄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여 지지하고 응원하는 로렐라이가 존경스러웠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질 때까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요"
자기자신을 긍정하고 용기와 의지를 북돋아주는 이 극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세상 모든 여배들의 안나를 만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이번 시즌 다른 안나들을 만나러 가야지. 부디 무대 아래 위 뒤 모두가 무사히 레드북을 마무리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다시 달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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