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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
in 샤롯데씨어터, 2021.10.20 7시반
류정한 지킬/하이드, 아이비 루시, 민경아 엠마, 이하 원캐. 류지킬/류하이드 자첫!
후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2015년 팬텀으로 입덕한 이래 장장 6년 동안 간절하고 절실하게 바라왔던 바로 그 소원이 현실로 이뤄진 순간의 전율을, 대체 어떤 문장으로 엮어내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을까. 기사를 읽고 티켓팅을 하고 공연장에 도착해 객석에 앉을 때까지 도무지 실감 나지 않던 이 현실은, 직접 보고 듣는 관극 와중에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공연이 다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물밀듯이 밀려온 현실감은, 류정한 배우님의 가장 대표적인 필모캐를 드디어 만났다는 감격으로 이어지며 복잡하고 벅찬 감정을 자아냈다. 정말, 만났구나, 류지킬과 류하이드를, 마침내.
처음 만난 것도 아닌데다가 길고 자세한 후기도 몇 차례 남겼던 극인지라 전개와 무대와 연출이 분명 익숙한데도, 타이틀롤 배우 한 사람이 바뀐 것만으로도 이토록 질감이 달라진다는 게 새삼스레 감동적이었다. 주특기를 전부 모아놓은 두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바꿔내며 유려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류배우님께 감탄할 새도 없이 빠져들었다. 수많은 명장면 중 가장 압도적이었던 건 역시 컨프롱이었다. "두 자아가 충돌하는 장면"이라는 텍스트를 고스란히 무대 위에 펼쳐내는 이 말도 안 되게 정석적인 컨프롱이, 오로지 배우의 연기 하나로 표현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 못해 경이로웠다. 목소리와 표정, 작은 손짓과 강렬한 감정이 하나의 몸에서 온전히 분리되는 동시에 끝내 폭발해버리는 그 짜릿한 전율. 지금껏 류배우님의 무대를 꽤 많이 만났지만, 컨프롱만큼 완벽한 장면은 단언컨대 없었다.
류지킬의 섬세한 연기도 온몸에 전율이 이는 경탄을 선사했다. 레드랫 방문 후 감정이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어터슨의 말을 들은 류지킬의 표정이 일순간에 싹 돌변한다. 자신 역시 이사회의 위선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감정에 휘둘리는 한계 있는 인간임을 깨닫는 그 찰나가 섬세한 표정 하나로 오롯이 설명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피실험체는 바로 지킬 박사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결심의 개연성 또한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표정 하나에 인물의 행동을 이해하고 노선을 납득하는 이 놀라운 경험은 매번 감탄과 존경을 자아낸다. 이제 시즌 첫공인데 앞으로 류지킬의 섬세한 디테일과 연기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벌써부터 벅차오른다.
류배우님께 입덕한 이래 언제나 말해왔다. 늦덕이기에 놓친 배우님의 필모 중 가장 보고 싶은 캐릭터가 프랑켄슈타인의 류빅터, 드라큘라의 류큘, 그리고 지킬앤하이드의 류지킬/류하이드라고. 존버는 완벽하게 성공했고, 이제 최선을 다해 이 기쁨을 누릴 일만 남았다. 이번 시즌의 류지킬/류하이드 막공이 언제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삼연 류빅터와 삼연 류큘을 만날 때 그러했듯 매 순간 온 마음을 담아 아끼고 사랑하고 응원하리라. 앞으로 얼마나 다채로운 노선과 디테일로 경이로움을 선사해줄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류배우님, 지킬 앤 하이드로 다시 돌아와 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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