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머나먼 타지에서 생일을 맞게 되자 뭔가 싱숭생숭한 기분에 충동적으로 벨기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사전조사고 계획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이, 브뤼헤와 브뤼셀에 각각 하룻밤의 호스텔 예약만 걸어놓고 바로 기차역으로 가서 표를 구매했다. 준비를 얼마나 안 했는지, 일기예보도 확인 안하고 우산을 놓고 갔을 정도였다. 로테르담에서 브뤼헤로 가는데 직행이 없어서 벨기에의 Antwerpen 센트럴에서 갈아 탔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가져간 갤스가 진동하길래 깜짝 놀라서 봤더니 바로 벨기에로 넘어왔으니 대사관 전화번호와 주의사항을 알아 두라는 내용이었다. 겨우 이런 문자 하나로 국경을 구분할 수 있다니! 아무튼 여기서 처음 여러 층에 걸쳐서 기차 레인이 있는 기차역을 봤다. 오오 신세계!!ㅋㅋ 기차..
콘서트 가고 싶다 → 근데 비싸네? 돈이 없다ㅠ → 빨리 취직해서 돈 번 다음에 가야지 → 근데 그 때 되면 시간이 없잖아? 게다가 지금 하는 콘서트랑 다른 거잖아.... → 그럼 무리해서라도 가던지 → 근데 진짜 돈이 없어.. 화려한 연말 콘서트들의 예매창을 바라보며 매일 같이 반복하고 있는, 결론이 나지 않는 순환의 구렁텅이...ㅋ.... 그리고 막상 취직을 하게 되면 콘서트도 콘서트지만, 여행이 너무 하고 싶을 것 같다. 3, 4일 만에 후딱 다녀올 수 있는 여행 말고 진짜 멀리 가는 여행.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지 못한다는 거 안다. 그렇지만 하기 싫은 일을 극한에 이를 정도로 꾸역꾸역 해 나가는 삶이 정말 못할 짓이라는 것도 잘 안다. 책임감과 주변의 시선, 그리고 스스로의 불안감으로..
유럽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행하면서도 파견 학교와 기숙사가 있는 이 도시를 항상 '돌아갈 장소'로 여겼다. 반 년 간 내 평범한 일상이 되어 버린 곳, 로테르담. 우선 가볍게! 북유럽에 속하는 네덜란드의 날씨를 보고 가겠습니다^^ 한 면이 죄다 창문인 기숙사에서 보이는 장면. 1월의 모습이다. 이 날씨가 3월 중순까지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지속되었다.......ㅋ 2월이었는데, 저어어어엉말 희귀했던 좋은 날씨다. 한 달 동안 이 정도로 푸른 하늘 보였던 게 한 손에 꼽는다. 5월부터는 날씨도 많이 풀리고, 푸른 하늘이 보이는 날이 우중충한 날보다 많아졌다. 유럽에 와서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구름이었다. 유럽 출신 화가들의 풍경화를 보면서 구름이 뭔가 인위적이고 과..
튤립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에서 매해 튤립축제가 열린다. 바로 큐켄호프(Keukenhof)에서! 기차를 타고 라이덴역에서 내려서 또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딱 절정일 때 가서 길이 무지 밀렸다. 입구 앞 길게 늘어선 줄에 서서 티켓과 함께 인증샷! 이 때 가져간 디카가 망가졌을 시점이라 죄다 폰카다ㅠㅠㅠ 갤스로 찍은 사진들로, 썩 화질이 좋지 않다는 점ㅠ 글보다는 사진이 많을 듯하다. 관리를 정말 잘 하는지, 꽃잎이 다 너무나 깨끗했다. 꽃들의 이름이 세세하게 다 적혀 있는데, 지금은 다 까먹음ㅎ 길을 따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튤립들. 저마다 사진 찍느라 바쁜 사람들. 뷰파인더를 어디다 갖다 대든, 선명한 색의 튤립이 프레임 안에 가득 담겼다. 후보정을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이렇게 강렬한 빨간색이..
네덜란드 헤이그는 을사조약의 부당함과 일본의 침략을 폭로하기 위해 고종의 특명을 받은 이상설, 이준, 이위종이 특사로 파견된 도시이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혹은 조금 길게 유럽에 머물 수 있다면, 헤이그에 꼭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이준 열사 박물관은 작지만, 우리의 가슴을 울리기에는 충분하다. 헤이그는 사실 Den Haag(덴하그)라고 불리는데, 네덜란드의 실질적인 수도로 국가 정치의 중심지이다. 중앙역에서부터 인터넷에 상세하게 설명하는 대로만 찾아가면, 익숙한 국기가 휘날리고 있는 것이 눈에 딱 들어온다. 머나먼 타국에서 태극기를 발견했을 때의 익숙함과 기쁨이란!! 한글로 또렷하게 적혀있는 명패. 입구에 들어가서 한 층 위로 올라가면 태극기와 이준 열사의 흉상이 있다. 헤이그 특사와 관련하여 매우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