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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머나먼 타지에서 생일을 맞게 되자 뭔가 싱숭생숭한 기분에 충동적으로 벨기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사전조사고 계획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이, 브뤼헤와 브뤼셀에 각각 하룻밤의 호스텔 예약만 걸어놓고 바로 기차역으로 가서 표를 구매했다. 준비를 얼마나 안 했는지, 일기예보도 확인 안하고 우산을 놓고 갔을 정도였다.





로테르담에서 브뤼헤로 가는데 직행이 없어서 벨기에의 Antwerpen 센트럴에서 갈아 탔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가져간 갤스가 진동하길래 깜짝 놀라서 봤더니 바로 벨기에로 넘어왔으니 대사관 전화번호와 주의사항을 알아 두라는 내용이었다. 겨우 이런 문자 하나로 국경을 구분할 수 있다니! 아무튼 여기서 처음 여러 층에 걸쳐서 기차 레인이 있는 기차역을 봤다. 오오 신세계!!ㅋㅋ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왔다 안왔다 하던 비가, 브뤼헤에 도착하니 꽤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덜덜 떨면서 버스를 기다려 시내로 진입! 암스테르담과 비슷하면서도 또다른 분위기의 길이다. 비가 꽤 많이 와서 사진기를 제대로 꺼내들지 못하고 그냥 분위기 구경만 하면서 길을 헤맸다.





벨기에는 초콜렛이 유명하지! 그래서 초콜릿이 디스플레이 된 가게들이 정말 많았다. 독특하고 귀여워서 어떻게 먹니... 특히 왼쪽 사진은..ㅋ.... 저런 모양의 초콜렛이 굉장히 많았다.





브뤼헤의 대표 광장인 마르크트 광장에 있는 종루이다. 위에 올라갈 수도 있는데, 시간 상 생략했다.





여기가 마르크트 광장. 비로 축축하게 젖은 이 광장에 버스나 자동차 말고도 진짜 말이 끄는 마차가 다녔다.





중세시대 기념품의 모습.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눈을 반짝일 것 같던 가게였다.





역시 벨기에에 왔으면 와플을 먹어야지!! 카페모카 개념의 음료 한 잔과, 두툼한 와플. 생크림과 녹인 초콜릿이 함께 나왔다. 비에 젖어 덜덜 떨다 먹는 식사라서 너무 맛있었다. 하지만 약 12유로였다는 게 함정.





카페에 놓여있던 인형... 인데 왜 귀여운 거 냅두고 저런 기괴한? 인형을 가게에 둔 걸까...;; 설마 취향?! 무셔..





겨울이라 금세 어두워지고, 마르크트 광장 옆 부르그 광장의 야경이 빛나기 시작했다. 





부르그 광장의 시청. 춥고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건물 외관의 조각. 유럽 여행을 하면 이런 섬세한 작품들을 일상처럼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마르크트 광장 종루의 야경 모습. 헨젤과 그레텔 같은 동화에서 볼 법한 건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큰길에서 뭔가 이정표 느낌을 해주고 있던 분수의 야경. 이 근처에 벨기에의 홍합 요리인 물르를 파는 가게들이 많았지만, 혼자인 관계로 패스~ 그리고 홍합탕은 원래 소주랑 먹는 거 아닌가요^^?





브뤼헤에서 묵은 유스호스텔 계단 창문으로 보이던 종루의 모습이다.





이 날이 생일 전날이라 유스호스텔(무려 1인실ㅋ)에서 혼자 자축하려고 맥주를 두 병이나 사들고 들어갔는데!!!! 병따개가 없다아아아앙아아아ㅏ......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다음날 계속 들고 다녔다. HEMA라는 체인점에서 병따개를 찾았지만 2유로가 넘는 걸 보고, 그냥 브뤼셀 기념품 가게에서 3유로 오줌싸개 소년 기념품용 병따개를 구매했다. 그 후로 병따개가 여행의 필수품이 되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ㅋㅋ





다음날 아침, 유스호스텔 유로 조식을 먹으려다가 메뉴가 부실한 걸 보고 나가서 사먹기로 했다. 그리고 시내로 나갔는데, 아침 8시에 문을 연 식당이 단 한 곳도 없어!!!!!!! 특히 마르크트 광장 시내는 아무것도 안열었어!! 아침 10시에 문열고 저녁 6시에 칼같이 문을 닫는 훌륭한 동네가 바로 유럽, 특히 서유럽 쪽이다. 결국 주린 배를 움켜쥐며 종루 사진을 마지막으로 찍고 이동했다.





음산해 보이기까지 하는 '아침 8시'의 겨울나무 풍경. 금세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며 날아들 것 같다.






브뤼헤의 유명한 수도원, 비넨호프로 향했다. 유유히 강물을 떠다니던 백조.





단정하고 굳건해 보이는 수도원.





수도원 앞의 정원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묘한 광경이다. 카드 병사들이 몰려들어 나를 에워싸지 않을까? 라는 이상한 상상을 저절로 하게 만들던 곳. 





느긋하게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 잠깐 쉬면서 사색에 잠기는 것. 여기서는 그게 일상이겠지. 물론 내가 벤치에 앉아서 사색에 잠기지 못한 건 순전히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온통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비넨호프 옆 공원 '사랑의 호수'는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동화적이었다. 이 사진은 그때의 차갑던 공기와 조용하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유럽이니까 볼 수 있는 장면.





그렇게 브뤼헤를 떠나서, 한 시간 반 정도 기차를 타고 브뤼셀 중앙역에 도착! 중앙역을 나서는 바로 그 순간에 브뤼셀은 브뤼헤와는 전혀 다른 도시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동화적 풍경으로 가득했던 브뤼헤를 방금 떠나온 나에게, 갑작스러울 정도로 탁 트인 도시적 풍경으로 첫 인사를 건네던 브뤼셀. 덕분에 뭔가 탁 숨통이 트인 것 같은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예술의 언덕 진입로의 모습이다. 거리를 청소하고 계시는 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다. 우중충한 하늘이지만, 비가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왕궁 쪽을 바라보며 찍은 예술의 언덕 정원.





반대로 그랑플라스 쪽을 향해서 찍은 사진. 고만고만한 높이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겨울이라 나무가 앙상하고 분수도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녹음이 가득한 여름의 정원 풍경을 상상해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만난, 제대로 된 정원이었기에 한동안 이곳에서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왕궁으로 걸어가는 길에 만난 널찍한 광장의 모습이다.





왕궁의 웅장한 자태. 1년에 개방을 하는 시기가 딱 9,10,11월로 정해져 있다.





세찬 바람에 휘날리던 왕궁 꼭대기 벨기에 국기.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는 길을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벨기에 국기를 마주칠 수 있었다.





굳게 닫힌 왕궁 정문. 금색으로 휘황찬란하다.





왕궁 바로 옆 널찍한 브뤼셀 공원은 사람이 적어서 적막했다.





이제 슬슬 브뤼셀에서 가장 유명한 그랑플라스로 걸어가는 중.





사각형 모양의 그랑플라스 광장은 사면이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그 한 쪽 면은 사진에서 보이는 시청사. 크고 웅장한데다가 뾰족한 첨탑이 인상적인 독특한 건물로, 가까이서 보면 디테일이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아마 이쪽 면이 길드하우스... 일 거다. 암스테르담의 건물들처럼 폭이 좁고 완벽하게 서로 붙어 있긴 하지만, 더 화려하고 장식이 많다. 아무래도 돈 굴리는 장소였으니까 내세우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더 세련되게 꾸몄겠지.





시청사 맞은편의 왕의 집이다. 왕이 산 적이 없는데도 건물 이름은 왕의 집!ㅋㅋ





굳이 햄버거를 메뉴로 선택한 이유는 와이파이를 위해서..!ㅋㅋ 생일이었기 때문에 서울의 가족과 카톡도 하고 스카이프도 했다.





현수막이 영어가 아니라서 목적은 파악할 수 없었던 시위 현장.





만화의 나라, 벨기에! 귀여운 만화 피규어들이 가득하다. 서점 안에도 들어가서 이것저것 책들을 구경했다.





만화의 나라임을 증명하고 있는 벽화.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몇 번 더 발견할 수 있었다. 뒤쪽으로 시청사의 첨탑이 보인다.





의도적으로 찾아간 게 아니라, 그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브뤼셀의 명물 오줌싸개 동상. 국가에 특별한 일이 있으면 이 동상에게 옷을 입힌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그냥 알몸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 동상을 보고 '매우' 실망하며 허탈한 마음으로 뒤돌아선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 전혀 기대 없이 우연히 만났기 때문에 꽤 만족했다. 역시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할 확률도 같이 높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는데 번잡하다기 보다는 그 발걸음들로 활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광장이 꽉 들어차는 느낌이랄까? 빅토르 위고가 그랑플라스를 극찬했다는데, 직접 가보니 이해가 됐다.  






반짝 나타난 푸른 하늘과 화려한 실루엣의 왕의 집이 잘 어울린다.





옆에서 바라본 시청사의 모습. 아래쪽에 바로 이 구도에서 찍은 야경 사진이 나올 것이다.





브뤼셀 이곳저곳을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들어가서 먹은 벨기에식 케밥이다. 유럽은 전반적으로 케밥이 정말 많이 발달되어 있다. 한국인 입맛에도 절대 실패할 일이 없는 메뉴!





그랑플라스의 어느 건물에 초콜릿 박물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입장료도 비싸고 후기들이 별로 안 좋아서 가지 않았다. 대신 달콤한 초콜릿 향기가 가득한 거리를 헤매며 전시되어 있는 것들만 아이쇼핑!





무시무시한 모습의 부조. 악마의 얼굴이 매우 생생하다.





4시반 쯤 그랑플라스에 자리를 잡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점차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모습을 앞에 둔 채, 기념품 가게에서 산 엽서 두 장을 꺼냈다. 그랑플라스 야경이 그려진 엽서에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추위로 손이 얼어서 글씨가 엉망이었지만,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에 이 특별한 장소에서 꼭 완성하고 싶었다. 





불이 들어온 시청사의 첨탑. 생각보다 조명이 많이 켜지지는 않았다.





왕의 집에도 조명이 들어왔다. 여기는 조금 더 냉랭한 느낌의 조명색이다.





추워서 손이 덜덜덜덜 떨렸고, 덕분에 야경 사진은 건진게 거의 없다. 죄다 흔들림ㅋ 하지만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광장과 그 야경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기 때문에 기억에는 생생하게 남았다. 나도 브뤼셀에 살면 매일 같이 그랑플라스의 카페로 출퇴근할 것 같다. 예술가가 충분히 사랑에 빠질 만한 광장!



6시가 넘어가니까 이제 추워서 더 이상 버티고 있을 수가 없었다. 시내와 조금 떨어진 유스호스텔로 이동해서 10인실에 짐을 풀었다. 그런데 이 유스호스텔 왜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거지? 흠. 어쨌든 10인실이었지만 세 사람만 방을 사용했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이렇게 벨기에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로테르담으로 돌아오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브뤼셀 중앙역으로 가면서 찍은 사진. 해가 막 떠오르고 있는 아침이라 여전히 가로등이 켜져 있다.



이 여행은 스스로 생일을 자축한 의미도 있지만, '처음'으로 '유럽' 대륙에서 '혼자' 한 여행이라는 의미도 컸다. 앞으로도 2011년의 생일을 추억할 때 항상 달콤한 초콜릿 냄새와 고소한 와플 냄새, 그리고 처음으로 유럽 특유의 '광장'을 제대로 체감하게 만든 그랑플라스를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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