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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는 을사조약의 부당함과 일본의 침략을 폭로하기 위해 고종의 특명을 받은 이상설, 이준, 이위종이 특사로 파견된 도시이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혹은 조금 길게 유럽에 머물 수 있다면, 헤이그에 꼭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이준 열사 박물관은 작지만, 우리의 가슴을 울리기에는 충분하다. 헤이그는 사실 Den Haag(덴하그)라고 불리는데, 네덜란드의 실질적인 수도로 국가 정치의 중심지이다.
중앙역에서부터 인터넷에 상세하게 설명하는 대로만 찾아가면, 익숙한 국기가 휘날리고 있는 것이 눈에 딱 들어온다. 머나먼 타국에서 태극기를 발견했을 때의 익숙함과 기쁨이란!!
한글로 또렷하게 적혀있는 명패.
입구에 들어가서 한 층 위로 올라가면 태극기와 이준 열사의 흉상이 있다.
헤이그 특사와 관련하여 매우 자세하게 잘 설명되어 있고, 유품 등도 잘 보관되어 있다. 소소해보이지만 역사적 의미가 깊은 것들.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던 세계지도에는 유난히 '평화'라는 단어가 많이 보였다.
다 보고 나오면 친절하게 흉상 옆에서 인증샷까지 찍어주신다ㅋㅋ 나오면서 태극기에도 안녕~
덴하그에는 이준열사 박물관만 있는 게 아니다! 동명소설로 유명해진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그림이 있는 모우리츠호이스 왕립미술관이다. 베르메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화가인데, 유럽 여행을 하면서 유럽 곳곳에 흩어져 있는 베르메르의 작품을 전부 보겠다는 여행 목표를 가지고 일정을 짠 사람을 두엇 만나봤을 정도다. 나는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면서 이 그림 말고도 베르메르의 다른 작품을 몇 개 더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이 미술관에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그림을 보는데, 한참동안 그 눈빛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 크지 않은 캔버스의 그림에서 소년의 눈이 굉장히 매혹적으로 반짝거렸다. 반해버린 기분이야♡
베르메르의 그림 이외에도 모우리츠호이스 미술관은 기억에 계속 남아있는데, 바로 구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며 이곳저곳의 미술관을 꽤나 많이 들려봤지만, 여기만큼 독특한 미술관은 없었던 것 같다. 원래 저택이던 곳을 개조한 느낌이라고 할까,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가운데에 널찍한 계단이 있고 그걸 기준으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관람하는 내내 뭔가 포근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세련됨을 느낄 수 있었다. 유럽 미술관 답지 않게 실내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던 게 아쉬울 뿐이다ㅠ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재방문 하고 싶은 미술관이다!
여기가 비넨호프. 총리실, 국회의사당 등 정부부처 건물을 총칭하는 곳으로, 헤이그특사가 파견된 만국평화회의가 바로 이곳에서 열렸다고 한다. 다 실제로 사용 중인 건물들이다.
꽤 넓은 잔잔한 호수를 뒤로 하고 있는 가게. 바로 여기서 하링을 먹어봤다.
보기만 해도 비린내가 솔솔 풍겨오는 비쥬얼이지만, 의외로 전혀 비리지 않았다! 비위가 정말 약한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한 것 같다. 숙성시킨 청어라지만, 대부분의 숙성식품에서 나는 역한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고. 다만 빵도 그렇고, 좀 텁텁해서 마실 것은 꼭 필요하다!
덴하그의 근처에 해안이 있어서 그런지 호수에 웬 갈매기가....;; 서서 하링 먹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알짱거려서 당황했다ㅋㅋ 아무튼 하링을 먹어 볼 기회가 더 없었다는 게 조금 아쉽네.
헤이그 역시 유럽의 도시 답게 길가도 돌바닥, 건물도 앤티크하다. 이런 건물이 있는 길에 옷가게, 핸드폰가게, 기타 여러 가게들이 혼재되어 있다.
시내 전경. 딱히 자전거도로도 아닌 길을 그저 걷고 있었을 뿐인데 어떤 흑인 남자가 갑자기 욕 지껄이며 자전거 타고 지나가서 조금 빡쳤음...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두독이라고, 체인점이다. 로테르담에도 있는데 정작 나는 헤이그에서 가봤다는 게 함정. 이 가게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은 바로 애플파이다... 진짜 맛있다... 이건 말이 필요없다ㅠㅠ 먹어본 사람만 안다는 바로 그 맛! 커피는 카푸치노를 시켰다. 원래 한국에서 카푸치노는 절대 안 먹는데, 서유럽 쪽은 목장이 가까워서 그런지 우유가 진짜 대박 신선해서 엔간한 우유는 그냥 다 맛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카푸치노도 짱짱이었음ㅠㅠb
반나절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도시다. 암스테르담이 유럽 도시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편에 속한다면, 덴하그는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유럽의 도시 다운 질서 정연함이 가득한 정돈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덴하그를 방문했다가 실망하는 방문객은 아직까지 보지 못한 것 같다. 아, 다시 가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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