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시반에 집을 나서서 저녁 아홉시 쯤 집에 돌아와보니 오늘 하루가 참으로 길었음을 실감했다. 학교에 가는 데 의의를 둔 것만 같은 책가방 속의 내용물과(어제 수업 파일만 고스란히 들어있고 오늘 필요한 강의노트는 딱 하나 있었다. 친구 빌려주기로 한 필기는 한 장이 빠져 있고, 역시 빌려주기로 한 교양 책은 책상 위에 고스란히 두고 나갔고. 파우치 따위 없고^^) 정신이 반쯤 나가 있던 상태는 이른 점심을 먹고 자체 시에스타를 가지면서 조금 회복됐다. 그리고 오후 수업. 중간고사를 월화수목 각각 한 과목씩만 보면 좋겠다는 내 야심찬 계획은 단 한 사람의 일정 때문에 요일을 바꿔버리신, 지나치게 관용적이신 건지 혹은 하나를 위해 전체를 희생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건지 모르겠는 멋진 교수님 때문에 산산조..
......이제서야? 싶지만, 곧 중간고사가 다가오는 시점이라 저렇게 이름을 걸어놓고 의식의 흐름대로 주절거릴 생각이다. 벌써 4월?! 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벌써 중간고사야?!?!?!?!?! 라는 기분은 매우 강하게 드는 지금은 벌써 4월도 일주일이나 보낸 시점이구나. 4월은 언제나 애매한 달이다. 중간고사라는, 학생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빅 이벤트(^^)가 있는 달이기도 하고, 완연한 봄을 단 몇 일 간 뽐내고는 바로 초여름으로 들어가는 날씨이기도 하고, 그래서 외로움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이기도 하고ㅋㅋㅋㅋ 이상형에 대한 포스팅을 한다고 얘기를 하긴 했지만, 아직도 엄두가 안 난다. 수업 시간에 멍 때리면서 고민해보니까 의외로 외모적인 면에서 짚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성격적인 측면은 진짜 할 말..
전공 수업을 듣고 있으면, 내가 이 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쪽 분야에 상식이 부족함을 깨닫고 관련 독서가 절실해진다. 하지만 정작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들은 죄다 인문서적이 아니면 역사관련 도서들. 책을 읽는 것에서 만큼은 경제, 경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교양 수업에서 이야기가 나왔고, 갑작스럽게 과거의 내 독서 성향에 대해 생각을 뻗어나가게 되었다. 우선 삼국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미처 세지 못할 정도다. 물론 그 독서 숫자에 만화책 버전으로 읽은 횟수가 꽤 포함이 되긴 하지만, 글로 된 소설-특히 이문열 버전-으로 최소 너댓번은 읽은 것 같다. 초딩 때 학교 도서관을 즐겨 찾았는데, 그 때 주로 본 책은 딱..
여행에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두근거림'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손꼽을 듯 하다. 나 역시 기대로 인한 기쁨를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성격상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를 해서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는 대략적인 틀만 잡아두고 직접 가서 보고 느끼며 유연하게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훗날 돌이켜봤을 때 가장 행복한 기억은 준비하는 시간보다는 여행하며 걸어다니던 그 순간순간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라고 내 개인적인 생각을 밝혀봤지만, 역시 설렘이라는 감정은 독특한 상황에서만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감정들과의 단순비교는 어렵겠다. 잠을 사랑하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잠을 설친 날이 첫 해외여행 전날밤이었던 것만 ..
3월은 언제나 "새로움"을 지닌다. 초중고를 넘어 대학까지도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는 언제나 3월의 첫번째 월요일을 시작으로 한다. 여기에 봄이라는 계절적인 요소가 들어가게 되면 시작에 대한 두근거림은 배가된다. 물론 요즈음에는 꽃샘추위라고도 부르기 어려운 냉랭한 초봄의 기운에 3월은 봄이라고 쳐주기도 힘들게 됐지만 말이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이천년대 초반, 3월에 눈이 엄청 와서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작년에는 거의 폭설 수준의 눈이 내렸고 재작년에도 눈이 내렸었다. 이렇게 흐릿해져가는 사계절의 구분에도 불구하고, 칼같이 찾아오는 황사만이 겨우 새로운 계절이 오고있음을 알린다. 덕분에 화창해 보이는 햇살에도 섣불리 외출을 할 수 없었다. 1919년의 그 절박하고 가슴뛰던 만세소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