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담주절/Easily

긴 하루

누비` 2013. 4. 10. 23:02


아침 일곱시반에 집을 나서서 저녁 아홉시 쯤 집에 돌아와보니 오늘 하루가 참으로 길었음을 실감했다. 학교에 가는 데 의의를 둔 것만 같은 책가방 속의 내용물과(어제 수업 파일만 고스란히 들어있고 오늘 필요한 강의노트는 딱 하나 있었다. 친구 빌려주기로 한 필기는 한 장이 빠져 있고, 역시 빌려주기로 한 교양 책은 책상 위에 고스란히 두고 나갔고. 파우치 따위 없고^^) 정신이 반쯤 나가 있던 상태는 이른 점심을 먹고 자체 시에스타를 가지면서 조금 회복됐다. 그리고 오후 수업. 중간고사를 월화수목 각각 한 과목씩만 보면 좋겠다는 내 야심찬 계획은 단 한 사람의 일정 때문에 요일을 바꿔버리신, 지나치게 관용적이신 건지 혹은 하나를 위해 전체를 희생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건지 모르겠는 멋진 교수님 때문에 산산조각 났다. 가까스로 마음을 붙들고 들어간 오늘의 마지막 수업은 무려 중간고사 직전 주에 발표 하나, 중간고사 직후 주에 발표 하나가 있는 엄청난 전공이었는데 언제나처럼 멘ㅋ붕ㅋ 그래도 나름 알아들을 수 있을 것만 같으면 바로 나오는 "넌 이미 알고 있지?" 멘트에 도무지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정신이 유영하기 시작하고 오늘 하루 중 가장 길었던 75분을 가까스로 보내니 다시 밥 때. 바람을 뚫고 저녁을 먹고 오니 바로 그 수업의 팀플. 와 신난다. '생각보다' 일찍 끝난 팀플에 기뻐하며 전력질주로 타이밍 맞춰 환승을 하고 돌아오니 어제 안 한 운동이 마음에 걸려 결국 자전거 50분 타고 이제 내일 수업 강의노트를 인쇄 중이다. 



3월 한 달 간 잠잠하다 했는데, 4월 중순에 들어가려는 무렵이 되서야 미쳐 있다는 것을 굳이 증명하고 계신 날씨 덕분에 다시 겨울옷을 꺼내 입고 칙칙한 색으로 감싼 자신을 보며 손톱이라도 기분전환을 하자며 굳이 네일.





손톱만 보면 봄을 넘어서 이미 여름이건만, 현실은 목티에 겨울 자켓. 서울 곳곳에서 전혀 다른 기상 상태를 보이는 하늘을 보며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게 맞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했다. 1학년으로 추정되는 남학생 두 명이 학교에서 큰 소리로 왜 오늘 미사일 안 떨어졌냐고 투덜대는 걸 듣고 진심으로 분노가 차올라 소리를 빽 질러주고 싶었지만, 내 이미지가 있어 참았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겠지만, 그런 멍청한 말 함부로 지껄이는 거 아니라고 매우 강하게 충고해주고 싶더군. 요새 12학번이 선배로서 13학번에게 충고해주고 있는 모습을 카페 등지에서 목격하고 있자면, 내가 2학년일 때 나대지 않았던 게 스스로에게 감사할 정도로 귀엽고 또 낯뜨겁다. 말이 좀 샜지만, 아무튼 학교의 망령이 되기는 아직 이른 나이라고 굳게 믿으며 내일도 학교를 가야 겠다. 신난다. 왜냐. 내일은 팀플이 없거덩. 아직은. 하지만 토요일에 두 개가 있지. 와 신난다. 전공책이나 읽으며 자야겠다. 



네이버 웹툰 <오늘의 낭만부> 5화 中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337962&no=6&weekday=tue



그러니까 좀 행복해지고 싶다고. 이건 단순히 일상의 해야할 일들에 치여서 하는 말은 아님. 그냥 늘 하는 생각.



'사담주절 > Eas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스텔지아 2012ver  (0) 2013.04.13
시험기간 증상  (0) 2013.04.12
3월 되돌아보기  (1) 2013.04.06
독서취향  (7) 2013.03.29
설렘  (1) 2013.03.15
공지사항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