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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수업을 듣고 있으면, 내가 이 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쪽 분야에 상식이 부족함을 깨닫고 관련 독서가 절실해진다. 하지만 정작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들은 죄다 인문서적이 아니면 역사관련 도서들. 책을 읽는 것에서 만큼은 경제, 경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교양 수업에서 <삼국지> 이야기가 나왔고, 갑작스럽게 과거의 내 독서 성향에 대해 생각을 뻗어나가게 되었다.
우선 삼국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미처 세지 못할 정도다. 물론 그 독서 숫자에 만화책 버전으로 읽은 횟수가 꽤 포함이 되긴 하지만, 글로 된 소설-특히 이문열 버전-으로 최소 너댓번은 읽은 것 같다. 초딩 때 학교 도서관을 즐겨 찾았는데, 그 때 주로 본 책은 딱 두 종류였다. 60여권짜리 만화 삼국지 (요새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내 세대에 완전 유행했던 책이다)와 셜록홈즈, 괴도루팡 시리즈. 그 외에도 이문열 삼국지를 읽고, 고등학교 땐가? 그 버전이 만화책 10권으로 나와서(무려 컬러로!) 동생 핑계로 집에 장만하여 화장실에서 읽곤 했다. 삼국지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이 정도니, 나중에 포스팅을 따로 하는 것도 괜찮겠다. 아무튼 삼국지 이야기가 나오면 늘 인용되는 문구인 "삼국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아라"에 내가 해당되긴 하는데, 삼국지를 많이 읽었다고 해도 딱히 전략을 배워서 영악해지지 못한 건 왜죠? ... 또다른 중국의 무협지인 <수호지>는 대학 와서 읽었는데 너무 마초적이라 내 취향은 아니더라.
여기서 셜록홈즈에 관련해 또 짚고 넘어가면, 어렸을 적 엄청난 셜록 덕후였다. 지금은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졌다는 게 비극이긴 하지만, 까만색 표지가 인상적인 셜록홈즈 시리즈 소설을 수없이 읽어대서 사서 선생님이 나를 기억할 정도였다. 덩달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는 괴도루팡 시리즈 역시 독파했는데, 괴도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트릭을 파헤치는 게 훨씬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시리즈 중 <기암성>은 꽤 생생하다. 이렇게 추리소설을 좋아하긴 하는데, 코난도일 말고는 잘 아는 추리소설 작가가 없다는 건 또다른 비극. 대학 와서는 다양한 특색의 추리소설을 읽으려 노력은 했는데, 그 때만큼 불타오르진 않더라. 명탐정코난이나 김전일, 탐정학원Q 같은 추리만화 역시 굉장히 좋아한다.
이 이외에 좋아하는 소설 이야기가 나오면 꼽는 책이 <모모>랑 <소피의 세계> 정도? 모모의 시간을 뺏는 사람들 이야기는 너무도 신선했고, 미하엘 엔데의 다른 소설 <네버 엔딩 스토리>도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소피의 세계는 철학 지식까지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소설인데, 이 책 역시 독특한 스토리라인이라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도 요즈음에는 담담한 일상을 말하는 소설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 결국 인생이라는 건 각각의 독특함을 지닌 평범한 이야기들일 뿐이라는 자각이 들어서 랄까.
비소설 쪽으로 넘어가면, 역사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역사책을 많이 읽었다. 학생 때는 늙어서 고고학자로 사는 게 꿈이었는데, 갈수록 고려와 조선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근현대사가 제일 흥미롭다. 역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열받고 화내고 한숨쉬고 슬퍼하고 공감하는 그런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는 시기가 근현대사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학 와서 쫓아다닌 인문학 강좌가 거의 다 이쪽 내용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책도 근현대사 쪽 이야기, 혹은 조선왕조실록이라거나 옛날의 시대적 배경과 관련된 것들을 주로 선택하게 된다. 물론 세계사도 좋아하는데, 너무 방대해서 시작하지도 못한 로마인이야기는 대체 언제쯤 읽으려나.
대학교 1,2학년 때는 여행을 너무 가고 싶어서 여행 책을 수없이 읽었다. 1학년 여름방학 때는 학교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여행가는 꿈만 꾸고 있었더랬지. 특히 일본 관련 여행서적은 정말 많이 읽었다.
그리고 인문학 서적.... 이라고 말하고 사실 경제 쪽도 많이 읽는다. 경제에 관심이 아예 없었으면 경영학과 들어오지도 않았겠지. 이런 분야는 주로 여러 학문이 결합된 책을 선호하는데,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른 분야에 대해 공부해서 쓴 책은 독특한 관점을 지니고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건 정재승 씨의 과학콘서트를 읽은 뒤였던 것 같다.
자기계발서는 매우 싫어하는 편이다. 자서전 류도 잘 안 읽는 편. 그래 당신 잘나셨네요, 라는 평가가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도 있고, 나에게 뭔가 강요하는 것 같은 문체도 정말 불편하다. 실제로 대화를 한다면 전혀 다른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만, 글로서 자신이 어떤 삶의 역경을 헤쳐 나왔고 그러니 당신들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하는 건 와닿지도 않고 기분만 다운된다.
최근에는 소위 말하는 '고전'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군주론, 시민의 불복종, 사회계약론, 자유로부터의 도피, 정복은 계속된다..... 이런 류의 고전 말이다. 자주 인용되는 책들인데 그래도 읽어는 보고 고개를 끄덕거려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은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중이다. 이 책을 읽으면 올해 서른 권 정도 읽은 셈이 되는데, 무거운 책들 뿐만이 아니라 가벼운 소설도 포함된 숫자라서 큰 의미는 없을 지도. 게다가 4월이 되면 정말로 경영, 특히 재무 쪽을 무지막지하게 파야 할 것 같아서 한동안 독서는 빠이빠이 할 것 같다.
쭉 적어 놓고 보니 역시 내 독서취향은 인문사회 및 경제, 그리고 역사 쪽인 걸로 결론이 난다. 요새 또 난독증이 도져 글이 잘 읽히지 않는 데다가, 책을 읽고도 뒤돌아 서면 잘 기억나지 않는 망각증까지 걸려 걱정은 되지만 이러다보면 또 언젠가는 책이 갑자기 잘 읽히고 신나게 독서만 하게 될 날이 오겠지. 오늘은 즐거운 불금으로 학교도 안 가니까 이기적 유전자나 다 끝내야 겠다!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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