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스트 in 디큐브아트센터, 2020.11.06 8시 박지연 몰리, 김우형 샘, 김승대 칼, 박준면 오다 메, 이하 원캐. 원작을 보지는 못했지만, 신선하고 놀랍다는 무대 연출과 좋아하는 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자첫했다. 디큐브 2층은 2015년 라만차 10주년 공연에서만 앉아봤는데, 무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와서 보기 편했다. 구조물의 움직임이나 조명기구의 위치 변경 등이 잘 보여서, 저 연출은 어떤 방법을 쓴 것일까 추리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다만 음향은 역시나 1층과 다름없이 아쉬웠다. 대사가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아서 1층 객석은 웃음이 터졌는데 2층은 고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고, 주연 세 사람이 각기 다른 가사로 삼중창을 부르는 부분도 전달력이 떨어졌다. 음향 불만을 언급할 필요가 ..

킹키부츠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20.10.28 8시 박은태 롤라, 이석훈 찰리, 김지우 로렌, 심재현 돈, 이하 원캐. 공원 초대 이벤트 덕분에 은롤라 세미막이자 은석훈 페어막으로 자체자막을 했다. 워낙 단순하고 깔끔한 극이라서 한 시즌에 한 번만 관극하곤 했으나, 이번에는 은롤라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발랄하게 무대를 꽉꽉 채워내는 은롤라의 목소리와 잔망과 춤이 충만한 행복을 선사했다. 함성과 떼창이 불가한 시기여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씨뮤가 박제를 후하게 남겨주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오스카 와일드가 그랬어. Be Yourself. 너 자신이 돼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 후기는 크게 쓸 말이 없으니 새삼스럽게 박은태 배우에 대한 단상이나 남겨볼까 한다. 15년에 JCS ..

머더발라드 in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2020.10.23 9시 김재범 탐, 김려원 세라, 이건명 마이클, 장은아 나레이터. 5년 만에 다시 만난 이 극은 여전히 강렬하고 매력적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객석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허용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범위 안에서 최대한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소통하려는 연출이 다정하여 기껍고 고마웠다. 삼각형의 형태를 적극 활용한 대칭적이고 깔끔한 무대가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하지만 극 본연의 분위기를 더 정확하게 살린 건 이번 시즌이 아니라 15년 연출이었다. 직선과 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가운데 당구대가 배치되어 있던 당시의 무대는 투박하지만 밀도 높은 농염함을 쉽게 만들어냈다. 매캐한 담배 연기로 항상 뿌옇고, 길거리 특유의 ..

킹키부츠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20.09.29 8시 박은태 롤라, 이석훈 찰리, 김지우 로렌, 고창석 돈, 이하 원캐. 은롤라 첫공을 챙겨보고 싶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개막 직후 공연 중단이 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자첫자막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띄어앉기를 위해 계속 재예매가 이어지고 좌석 품귀현상이 발생하여 도무지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지난한 무한산책을 거쳐 아쉬운 대로 당일 오전에 티켓을 예매하고 객석에 앉았고, 은롤라가 첫 넘버를 시작하는 순간 알게 됐다. 왜 내 자리가 없었는지. 자리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무대 위엔 상상하던 바로 그 롤라가 있었으니까. 롤라의 첫 넘버인 Land of Lola 를 보고 듣는 내내 짜릿함에 몸서리를 쳤다. 두툼하고 단단하며 균형 잡힌 상체의 ..

썸씽로튼 in 충무아트센터, 2020.09.18 8시 강필석 닉 바텀, 박건형 셰익스피어, 곽동연 나이젤 바텀, 제이민 비아, 최수진 포샤, 마이클리 노스트라다무스, 이하 원캐. 이한밀 제레마이어, 김태한 샤일록/유랑악사, 육현욱 클래팸경/유랑악사. 작년 내한공연 워낙 재미있게 관극했기에 (내한 후기) 올해 라이센스 공연도 기대가 컸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객석에 앉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오랜만에 보는 홀리워터 음감님의 지휘도 몹시 반가웠고, 내한만큼 섹시한 셰익스피어에게 내적 야광봉을 아낌없이 흔들었다. 공연장 음향은 여전히 아쉬웠지만, 잘 번안된 가사들은 언어유희로 가득한 원가사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냈다. 원어인 영어가 가진 특유의 운율과 발음의 유사성이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