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킹키부츠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20.10.28 8시 박은태 롤라, 이석훈 찰리, 김지우 로렌, 심재현 돈, 이하 원캐. 공원 초대 이벤트 덕분에 은롤라 세미막이자 은석훈 페어막으로 자체자막을 했다. 워낙 단순하고 깔끔한 극이라서 한 시즌에 한 번만 관극하곤 했으나, 이번에는 은롤라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발랄하게 무대를 꽉꽉 채워내는 은롤라의 목소리와 잔망과 춤이 충만한 행복을 선사했다. 함성과 떼창이 불가한 시기여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씨뮤가 박제를 후하게 남겨주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오스카 와일드가 그랬어. Be Yourself. 너 자신이 돼라. 타인은 이미 차고 넘친다!" 후기는 크게 쓸 말이 없으니 새삼스럽게 박은태 배우에 대한 단상이나 남겨볼까 한다. 15년에 JCS ..

머더발라드 in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2020.10.23 9시 김재범 탐, 김려원 세라, 이건명 마이클, 장은아 나레이터. 5년 만에 다시 만난 이 극은 여전히 강렬하고 매력적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객석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허용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범위 안에서 최대한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소통하려는 연출이 다정하여 기껍고 고마웠다. 삼각형의 형태를 적극 활용한 대칭적이고 깔끔한 무대가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하지만 극 본연의 분위기를 더 정확하게 살린 건 이번 시즌이 아니라 15년 연출이었다. 직선과 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가운데 당구대가 배치되어 있던 당시의 무대는 투박하지만 밀도 높은 농염함을 쉽게 만들어냈다. 매캐한 담배 연기로 항상 뿌옇고, 길거리 특유의 ..

킹키부츠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20.09.29 8시 박은태 롤라, 이석훈 찰리, 김지우 로렌, 고창석 돈, 이하 원캐. 은롤라 첫공을 챙겨보고 싶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개막 직후 공연 중단이 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자첫자막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띄어앉기를 위해 계속 재예매가 이어지고 좌석 품귀현상이 발생하여 도무지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다. 지난한 무한산책을 거쳐 아쉬운 대로 당일 오전에 티켓을 예매하고 객석에 앉았고, 은롤라가 첫 넘버를 시작하는 순간 알게 됐다. 왜 내 자리가 없었는지. 자리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무대 위엔 상상하던 바로 그 롤라가 있었으니까. 롤라의 첫 넘버인 Land of Lola 를 보고 듣는 내내 짜릿함에 몸서리를 쳤다. 두툼하고 단단하며 균형 잡힌 상체의 ..

썸씽로튼 in 충무아트센터, 2020.09.18 8시 강필석 닉 바텀, 박건형 셰익스피어, 곽동연 나이젤 바텀, 제이민 비아, 최수진 포샤, 마이클리 노스트라다무스, 이하 원캐. 이한밀 제레마이어, 김태한 샤일록/유랑악사, 육현욱 클래팸경/유랑악사. 작년 내한공연 워낙 재미있게 관극했기에 (내한 후기) 올해 라이센스 공연도 기대가 컸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객석에 앉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오랜만에 보는 홀리워터 음감님의 지휘도 몹시 반가웠고, 내한만큼 섹시한 셰익스피어에게 내적 야광봉을 아낌없이 흔들었다. 공연장 음향은 여전히 아쉬웠지만, 잘 번안된 가사들은 언어유희로 가득한 원가사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냈다. 원어인 영어가 가진 특유의 운율과 발음의 유사성이 조금..

베르테르 in 광림bbch홀, 2020.09.16 3시 카이 베르테르, 김예원 롯데, 이상현 알베르트, 김현숙 오르카, 송유택 카인즈, 이하 원캐. 지난달 알앤디 첫콘을 관극할 떄만 해도 세상이 이토록 괴로워질 줄 알지 못했고, 한 달만에야 가까스로 치킨홀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힘겨운 현실 너머 무대 위의 발하임이 잔인할만큼 지나치게 눈부셔서, 1막 내내 펑펑 눈물을 쏟았다. 따뜻한 색감의 조명과 풍성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오케스트라,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무대가 마음을 벅차게 했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대극장 특유의 풍만함과 비현실적으로 다정한 이야기가, 띄어앉기와 마스크로 쓸쓸해보이는 객석 전체를 아우르며 위로를 건넸다. 공연을 사랑하기 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