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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디큐브아트센터, 2020.11.06 8시

 

 

 

 

박지연 몰리, 김우형 샘, 김승대 칼, 박준면 오다 메, 이하 원캐.

 

 

원작을 보지는 못했지만, 신선하고 놀랍다는 무대 연출과 좋아하는 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자첫했다. 디큐브 2층은 2015년 라만차 10주년 공연에서만 앉아봤는데, 무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와서 보기 편했다. 구조물의 움직임이나 조명기구의 위치 변경 등이 잘 보여서, 저 연출은 어떤 방법을 쓴 것일까 추리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다만 음향은 역시나 1층과 다름없이 아쉬웠다. 대사가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아서 1층 객석은 웃음이 터졌는데 2층은 고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고, 주연 세 사람이 각기 다른 가사로 삼중창을 부르는 부분도 전달력이 떨어졌다. 음향 불만을 언급할 필요가 없는 공연장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려나.

 

 

 

 

김우형 배우 특유의 차분하고 점잖으며 잘생긴 목소리를 무척 좋아하는데, 절박함과 절절함을 실어 호소력 짙게 전달하는 감정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가득한 자신감, 혼란스럽고 절망적인 고독, 잔혹한 진실 앞에서 토해내는 비통, 마지막을 마주하는 마땅한 담담함이 완벽했다. 박지연 배우가 특히나 강점인 음역대에서 쏟아내는 처절하고 처연한 감정선이 이 극에서도 눈부시게 빛을 발했다. 목을 긁으며 토해내듯 내지르는 고음은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만드는 끝모를 절망이라는 간접 경험을 선사했다.

 

 

젼몰리와 소녀샘은 딱 봐도 세상 부드럽고 우아하며 흠 잡을 곳 없이 사랑스럽다. 동시에 내면은 절대 부러지지 않는 신념과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꼿꼿하게 중심을 잡고 있다. 겉과 속이 동일한 결을 지닌 두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감정이 치우친다거나 이야기가 쏠린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고요한 잔잔함 깊이 휘몰아치는 폭풍을 숨긴 담백함이 이 극을 보다 완전하게 만들었다. 이 페어 최고야.

 

 

자첫이었던 김승대 배우는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면서 섬세한 연기로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보여줬고, 역시 처음 만난 박준면 배우의 오다메는 맛깔나고 사랑스럽고 시원시원한 매력으로 온 무대를 휘어잡았다. 신시 극 특유의 안정적인 앙상블도 격렬하고 다채로운 안무로 공간을 꽉꽉 채워냈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듣기 편한 넘버들이 적절한 리프라이즈로 한층 감동을 더했다. 다양하과 화려하며 입체감 가득한 영상미가 세련됐고, 예상 가능한 전개와 짐작할 수 있는 연출은 결코 진부하지 않다.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고, 흥미진진 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스포약간

 

 

 

 

"언제나 널 사랑했어."

"동감이야."

 

 

너무나도 귀해서 아끼고 아끼다가 마지막 작별의 순간에서야 비로소 입에 올릴 수 있었던 사랑한다는 말. 그런 연인에게 그가 생전에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사랑 고백을 돌려주며 파스스 섞어내는 웃음. "우리 또 만나" 하며 손을 흔들며 짓는 다정한 미소. 아픔과 절망의 끝에 비로소 웃으며 안녕을, 다음 생의 만남을 기약할 수 있는 사랑. Here Right Now를 오롯이 살아냈기에 기꺼이 맞이할 수 있던 이 작별이 지독히도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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