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언제나 "새로움"을 지닌다. 초중고를 넘어 대학까지도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는 언제나 3월의 첫번째 월요일을 시작으로 한다. 여기에 봄이라는 계절적인 요소가 들어가게 되면 시작에 대한 두근거림은 배가된다. 물론 요즈음에는 꽃샘추위라고도 부르기 어려운 냉랭한 초봄의 기운에 3월은 봄이라고 쳐주기도 힘들게 됐지만 말이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이천년대 초반, 3월에 눈이 엄청 와서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작년에는 거의 폭설 수준의 눈이 내렸고 재작년에도 눈이 내렸었다. 이렇게 흐릿해져가는 사계절의 구분에도 불구하고, 칼같이 찾아오는 황사만이 겨우 새로운 계절이 오고있음을 알린다. 덕분에 화창해 보이는 햇살에도 섣불리 외출을 할 수 없었다. 1919년의 그 절박하고 가슴뛰던 만세소리는 ..
팀버튼의 영화를 서넛 보았다. 나름 매력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썩 내 취향은 아니었기에 팀버튼에 대한 생각은 깊게 하지 않았었다. 서울에서 팀버튼전을 한다는 얘기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는데 왜 갔느냐 한다면, 역시 얇은 귀 때문일까.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라는 둥, 앞으로 해외에서 안 열릴 것이라는 둥, 독특한 전시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둥. 문화생활은 많이 할수록 좋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가기로 결정. 하지만 역시 나의 첫 느낌을 믿는 편이 나았던 걸까. 높은 티켓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만족도가 낮다. 애초에 나와 취향이 안맞는 사람의 작품을 뚫어져라 본들 뭔가 좋은 결과물이 나올리가....ㅠ 나도 나름대로 회의적인 성격이긴 하지만, 팀버튼 특유의 무기력한 흑백 분위기는 내 정서와 핀트가..
2013년이 시작됐다. 솔직한 감정을 말한다면, 해가 바뀔 때마다 느껴왔던 묘한 설렘이나 기대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다거나 하고 싶은 게 없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올해는 대충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니 좀 바쁘게 살아봐야지, 라는 계획은 있지만 그 기저에 깔린 건 묵직한 무기력감이다. 그래서 연말이라고, 혹은 연초라고 들뜨는 기분이 전연 없다. 딱 1년 전, 2012년 1월 1일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건물 앞에 걸린 "2012년을 점령하라" 던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리던 것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마지막 해'라는 생각으로 꿋꿋이 견뎠다. 여느 연도와 다름없이 수많은 이슈들이 생겨났다가 금세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갔다. 그리고 5년 만에 그 날이 도래했다.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