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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주절/Deeply

표절 그리고 침묵

누비` 2013. 8. 11. 21:22


진짜, 내가 웬만하면 입 다물고 추이를 지켜보려고 했는데 뻔뻔함을 넘어 적반하장인 누군가들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 분노를 어떻게 글이라도 몇 자 적어서 식혀야지 그나마 진정할 수 있을 거 같다.



표절은, 도둑질이다. 



지적 재산권은 눈에 보이지 않고 '먼저'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온갖 요령과 꼼수를 부려 표절이 될 수 있는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 역시 굉장히 많다. 그래서 지적 재산권을 지켜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언제나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고, 굳이 건드려서 논란을 일으키느니 그냥 참자, 라는 정도로 유야무야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힘들게 고생해서 뭔가를 '창조'해 놨는데 그걸 다른 사람이 함부로 도용하고 마치 자신의 것인양 떠들고 다닌다. 그런데 그 사실에 대해서 지적하면 뭔가 속이 좁아 보이고 괜히 후발주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일부 여론이 형성된다. 이딴 분위기의 사회에서는 아무것도 새롭게 만들어질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존중해야, 내가 만든 창작물도 존중받을 수 있다.



이 당연한 사실이 그렇게 어렵나? 지금 당장의 부 혹은 인기를 위해 창작자로서의 자존심까지 버리는 게, 그게 예술가인가?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습하며 노력하는 거잖아, 다들. 나만의 색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런데 감히, 뻔뻔하게, 표절을, 해놓고, 철면피를 깔아? 그것도 예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것을, 가지고?



그리고 정말 울고 싶은 심정으로 "팬덤 다툼으로 번지지는 맙시다"라는 주장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안다. 아이돌 가수,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수록, 소속사가 거대하고 힘이 강할수록, 아이돌가수들이 정말 본인들이 원하는 노래를 하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본인들이 직접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아이돌이 실력파로 인정받는 추세이기에 자작곡을 부르는 아이돌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이돌가수는 소속사의 입김대로, 혹은 작곡가의 입김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터졌을 때도 함부로 그 가수들을 비난하거나 욕하지 않았다. 그나마 그쪽 팬분들도 둥글둥글하게 '저희 오빠들 미워하지 마세요ㅠ 그거 알아보는 중이래요, 저희도 문의 중입니다ㅠ'라는 반응들을 보여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노래 나온지 며칠이 흘렀다. 그 노래를 들고 음악방송에 나온다. 화려하게 컴백을 한다. 포탈 메인 뉴스에도 걸린다. 이 모든 논란에 대해서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대중들 앞에서 본인들의 것인양 노래한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들이 모를까? 안다고 해도 그들은 '을'이니까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서야 한다고? 



알고도 모르는 척,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기만이다. 그들의 팬들과, 선배들과, 선배들의 팬들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피해자인 양 몸을 사리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용기내서 말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당연히 안다. 그래서 지금 그들이 최선을 다해 서고 있는 무대에 차마 돌을 던지지는 못하겠다. 피해입고 상처입은 '선배들'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아직까지도 침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우니까, 그들을 비난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참자. 그럼 참는 우리는? 가슴에 열불이 나서 눈물이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도 뚝뚝 떨어지고 있는 우리는? 하.... 돌을 던지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 하나하나가 잘못된 것이라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그런데 어째서 이것이 팬덤 간의 다툼이라는 값싼 단어로 변질되는 건가?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수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자동으로 방어하려 드는 기제를 이해는 해줄 수 있지만, 용납 해줄 수는 없다. 우리의, 나의, 자랑스럽게 여기며 뿌듯해하던 재산이자 권리를 침해받았다. 도둑질당했다. 당연히 지켜야 하고 도둑을 쫓아내야 한다. 더 나아가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관계 없는 제3자들에게도 알리고 사전예방할 수 있는 원칙과 여론을 새로 확립해야 한다. 



솔직히 나는 표절에 대해 용서하고 싶지 않다. 이해도 하고 싶지 않고, 양해도 배려도 별로 해주고 싶지 않다. 표절에 관해 꽤 엄격한 편이고 스스로 글을 쓸 때도 표절에 관해서만큼은 자기검열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이런 내가 자제했던 이유는, 지적재산을 침해당한 당사자들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롯이 그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일개 팬인 나는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데 괜히 앞서 나가며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표절시비가 있었을 때 사적인 자리에서만 분노했고 공론장에서는 말을 아꼈다. 그들에게 폐가 될까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이번에도 입을 앙다물고 침묵하고 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괘씸죄가 추가된다. 



B.A.P는 작년에도, 신화의 노래를, 표절했다. 올해에도 기다렸다는 듯, "또" 표절을 감행했다.



표절을 한 작곡가가 다르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부르는 가수가 똑같다. 이건 반론의 여지 없는 노이즈 마케팅이다. '가수'라는 본인들의 정체성을 아주 근본부터 부정하는 개념없는 짓을 통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아주 오래 가시겠습니다, 그려? 가만히 있어도 오래 안갈 거라는 걸 알아서 우리 오빠들이 가만히 있나..ㅠ 하....



신화는 정규 앨범 노래만 해도 백여곡이고, 비정규앨범과 개인앨범의 노래까지 전부 합치면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곡들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멤버 본인들이 작곡 혹은 작사한 노래도 굉장히 많다. 그래서 작년에 논란이 터졌을 때는 "14년 동안 낸 앨범만 수십장이고, 낸 곡은... 대체 셀수도 없을 만큼 많은 데다가 숨겨진 보석같은 곡들도 많으니 이런 논란... 아주 조금쯤은 감수해 드리죠. 관용이 가득한 너그러운 신창이니까요. 하지만 정도는 지킵시다." 라고 정말 유하게 이를 악물고 웃으며 넘어갔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그건 실력이라고, 고등학생 때 많이들 들으셨을 말이 있다. 이젠 실수라고 볼 수 없다. 고의가 다분하다. 만약 이대로 유야무야 계속 음방에 나오고 그들의 팬덤 역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열광한다면, "표절의 시작은 그들이 행한 것이 아니지만 표절을 지속한 것은 그들이 행한 것이므로 그들에게도 표절죄가 적용된다."라고 감히 말하고 다니겠다. 



신화창조가 정말로 화가 난 것은 이 논란을 만들어낸 근본적인 원흉인 작곡가들이나 그들에게 곡을 받아 노래를 부른 가수 혹은 그 가수의 팬덤이 신화창조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신화'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신화는 늘 지인들이나 선후배들에게 유하고, 늘 둥글둥글하고 원만하게 갈등 없이 서로 잘 지내는 것을 추구하는, 속이 너무 넓고 편한 남자들이다. 그래서 신화창조가 대신 분노하고 대신 화내고 있다. 신화가 겉으로 싫은 말 잘 안하는 사람들인 걸 너무 잘 아니까, 그래서 그들 대신 눈물 짓고 열내고 있는 거다. 우리는 작곡가들이 신화에게 사과하는 것을 원한다. 가수가 표절곡을 부르지 않기를 바란다. 가수의 팬덤이 이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다른 사람이 쌓아 올린 것을, 이를 악물며 만들어 낸 것을, 감히 넘보지 마라. 작곡가와 소속사는 당장 침묵을 깨고 표절에 대해 사과해라. 조치를 취해라. 부탁이니, 우리들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입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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