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올 한 해 들어 가장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 한 달이었다. 그래서 이번주, 특히 마지막 사흘 동안은 정말 피곤했다. 점심시간에 유난히 손님이 많기도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한숨과 함께 '아.. 힘들다'라는 탄식이 계속 흘러나와서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진상손님 하나 없는 작은 카페 체인점인데도, 역시 서비스 업 알바는 쉽게 지치게 된다. 매일매일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은, 평균 이상을 해낼 수는 있지만 체질에는 정말 안 맞는다...... 그리고 잘 지내왔는데, 추워지는 날씨와 극도의 피곤함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외로워졌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덕질꺼리가 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냥저냥 무던히 하루하루를 살았는데, 요새는 반복되는 일상이 징글징글할 정도로 지겹고 답답하다ㅠ..
이 글을 대체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지만, '신화'의 멤버인 '신혜성'이 선택한 음악을 담은 앨범이기에 여기 넣는다. 의외로 프로젝트 그룹 S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꽤 담게 된 포스팅이다. 처음 다섯 트랙을 쭉 듣고 나서, 정말 누가 들어도 S의 노래구나, 라는 탄식인지 탄성인지 모를 감상에 젖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들어볼수록 본인들이 직접 경험했을 법한 특유의 감수성을 노래의 가사 한 구절 한 구절마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담아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애절하면서도 절제된 감성의 목소리가 가슴을 더 절절하게 울렸다. 미니앨범의 이름인 'Autumn Breeze'의 뜻 그대로, 처연하고 쓸쓸하지만 결코 절망의 비애가 담기지는 않은 가을의 감수성을 정확히 짚어냈다. 첫 ..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기에, 동생이 사들고 와서 본인 책장에 꽂고 나서야 비로소 손에 쥐게 된 책 두 권. 부부 소설가가 하나의 사랑을 서로 다른 시점으로 그려냈다는 독특함과, 오랜 약속이 연관된 러브스토리라는 점 정도만 알고 시작한 소설이었다. 도입부를 읽어낼 즈음의 탐탁치 않은 첫인상과는 다르게, 진한 여운을 남기며 책을 덮게 되었다. 지금 이 시점의, 현재의 나이기에 더 깊은 감정선을 흔든 것이 아닐까 싶다. 냉정과 열정사이(ROSSO)저자에쿠니 가오리 지음출판사소담출판사 | 2000-11-2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하나의 사랑, 두 가지 느낌! 하나의 사랑을 두명의 남녀작가가 ... 일단 여자의 시점인 Rosso 부터 읽었다. 표지가 주황색(......)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여성의 관점에 공..
어제 일부러 일찌감치 침대에 올랐지만,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가까스로 잠에 들었지만, 한 시간 단위로 계속 번뜩 눈을 뜨게 됐다. 밤새 굉장히 얕은 잠에 짓눌리며 불면에 시달렸다. 학창시절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어폰을 낀 채 아주 늦은 밤 특유의 저음으로 진행하던 그의 라디오를 듣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마왕 특유의 조소 어린 말투도, 그 말투의 이면에 깔려있던 많은 것들에 대한 애정도, 생방을 하기만 하면 방송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수없이 삐- 소리를 넣으며 필사적인 노력을 해야만 했던 피디를 놀려먹던 그의 웃음도. 십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그 시간에 그 주파수를 맞추면 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고스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자기정체성 뚜..
지난 토요일에 답사를 다녀왔다. 화성이랑 평택. 인문학강좌 답사에 스태프로 참여한 경험이 다소 있기 때문에 딱히 힘들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조금 놀랐다. 누가 말을 걸어서 대화를 나눌 때는 최근 서비스직종 알바의 습관을 십분 살려 자동적으로 입가에 미소를 걸 수 있었지만, 걷거나 다들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완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렇게 의욕이 없으니 평소에는 눈까지 반짝이며 듣던 설명도 시들하고, 몸도 금방 지치더라ㅠㅠ 내용이 머릿속에 거의 안남았어ㅠㅠㅠ 그래도 산책은 정말 제대로 했다. 삼국시대 산성인 당성도 좋았고,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를 모신 능(융릉)과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건릉)의 산책로도 아주 훌륭했다. 융릉 건릉 융건릉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