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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대체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지만, '신화'의 멤버인 '신혜성'이 선택한 음악을 담은 앨범이기에 여기 넣는다. 의외로 프로젝트 그룹 S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꽤 담게 된 포스팅이다.



처음 다섯 트랙을 쭉 듣고 나서, 정말 누가 들어도 S의 노래구나, 라는 탄식인지 탄성인지 모를 감상에 젖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들어볼수록 본인들이 직접 경험했을 법한 특유의 감수성을 노래의 가사 한 구절 한 구절마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담아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애절하면서도 절제된 감성의 목소리가 가슴을 더 절절하게 울렸다. 미니앨범의 이름인 'Autumn Breeze'의 뜻 그대로, 처연하고 쓸쓸하지만 결코 절망의 비애가 담기지는 않은 가을의 감수성을 정확히 짚어냈다. 





첫 번째 노래 '세상 속으로'가 남긴 강렬한 여운과, 이어지는 타이틀 '하고 싶은 거 다'가 미묘한 마무리를 끝맺자 탄식처럼 흘러나온 첫 마디가 "하아, 신혜성 노래 듣고 싶다......" 였다. 누가 들어도 'S'의 음악다운 노래였지만, 잘 맞는 자기 옷을 입은 듯 세 사람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졌지만, 오히려 그런 어색함이 없는 무대였기에 더욱 어색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무대에 함께 오른 사람들 중에서 단 한 명만 사랑하는 팬의 입장에 서보기는 또 처음이라 그 불편함이 가중된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감정은 뮤직비디오 때문에 더욱 무거워졌다. 세상에. 그 로고를 보는 게 너무나도 불편해서 신화의 그 시절 뮤비들도 잘 안 보게 되는데. 최근의 신셩 모습이 담긴 화면 속에서 그 이름을 또다시 마주쳐야만 하다니. 하아... 처음 풀렸을 때 딱 한 번 보고 다시는 손도 대지 않았다.


N사 메인에 뜬 인터뷰 뉴스도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읽어내리며 슬슬 미소 짓다가,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공자의 이름을 보고 다시 한 번 철렁거리는 가슴을 추스려야만 했다. 자신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처음 엮어준 그 은사에게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하는 건 그들의 몸에 배인 겸손이고 예의이기 때문에, 이제는 감안하고 아무 언급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회사만큼은 도저히 아무렇지 않은 척 무던히 넘길 수가 없다. 아주 최근까지도 그로 인해 야기된 문제 때문에 가슴 시리도록 아파해야 했고, 앞으로 또 몇 년을 그렇게 아파야 하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속상하다. 알아서 잘 해내리라 믿어도, 심장이 아파오는 걸 막을 순 없다.





후우. 저 엠카 무대에서는 짧게 불렀지만, 가사는 곡 전체를 첨부한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자, 앞으로도 즐겨 들을 것 같은 노래다. 세 번째 트랙의 '세상 속으로'.

   



세상 속으로 (Utopia) - 프로젝트 그룹 S



바래왔던 시간들 꿈꿔왔던 모든 것들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지금 난 어디 서 있는지


들려오는 숨소리 숨가쁘게 달려왔던

내 안에 있는 그 추억들 바람에 흩어져 날아가


끝없이 펼쳐진 세상 

그곳에 나의 꿈들이 나의 작은 소망들이

자유롭게 날고 팠던 어린아이의 꿈처럼 날아 가고파

나의 세상 속으로


멀어진 듯 가까운 다가오는 바람 소리

나를 향해 있는 모든 것 새롭게 흩어져 날아와


끝없이 펼쳐진 세상

그곳에 나의 꿈들이 나의 작은 소망들이

자유롭게 날고 팠던 어린아이의 꿈처럼 날아 가고파

나의 세상 속으로


좌절 끝에 홀로 

남겨졌던 시간

안 된다고 느껴졌을 때


그것이 끝은 아니죠

지금이 시작이죠


이제 다시 날아가 새롭게 펼쳐질 시간 속으로


끝없이 펼쳐진 세상 

그곳에 나의 꿈들이 나의 작은 소망들이

자유롭게 날고팠던 어린아이의 꿈처럼 날아 가고파

나의 세상 속으로


끝없이 펼쳐진 세상

그곳에 나의 꿈들이 나의 작은 소망들이

자유롭게 날고팠던 어린아이의 꿈처럼

날아 가고파




다섯 곡 중 유일하게 '사랑' 노래가 아닌 곡이다. 이 노래, 특히 셩오빠의 목소리에 얼마나 가슴을 위안받았는지 모른다. 2012년 연말에 나온 솔로앨범 'Winter Poetry'에 담긴 '한 걸음을 더'가 겨울 감성이 담긴 힐링 노래라면, '세상 속으로'는 한없이 높고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차가워지는 바람을 느끼다가, 그저 깊은 한숨 한 번 푹 내쉬고 툭툭 털고 일어나도록 만드는 노래다. 







하고 싶은 거 다 - 프로젝트 그룹 S



끊었던 담배를 태워도 늦은 밤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셔도

눈치보며 봤던 축구 경기로 밤을 새워도 늦잠을 자도 

이젠 괜찮아 투정 부리던 넌 없으니


성가셨던 귀찮았던 잔소리도

너의 목소린 다신 들을 일 없으니


혹시나 네가 없는 날 걱정하고 있다면

그럴 필요 없어 이렇게 난 편안해


주말이면 너의 등쌀에

보기 싫은 영화를 보는 일도 이젠 없으니

네가 싫어하던 옷을 입어도

머릴 길러도 짧게 잘라도


이젠 괜찮아 걱정하던 너는 없으니


성가셨던 귀찮았던 잔소리도

너의 목소린 다신 들을 일 없으니


혹시나 네가 없는 날 걱정하고 있다면


그럴 필요 없어 이렇게 난 편안해


길을 걷다 문득 너의 생각이 나도

술에 취한 어느 밤에 네가 떠올라도

습관처럼 걸던 전화도

버릇처럼 널 찾던 내 모습도


이제는 두 번 다시 허락 안 되죠


성가셨던 귀찮았던 잔소리도 

너의 목소리는 다신 들을 일 없으니


혹시나 니가 없는 날 걱정하고 있다면

그럴 필요 없어 

이렇게 난 편안해


끊었던 담배를 태워도 밤새 술을 마셔도




딱 일주일 활동하고 마는 것 같아서, 일단 나온 음방은 다 첨부했다. 인기가요는 강타 씨가 컨디션이 별로였는지 목소리가 혼자 붕 뜬다. '천상의' 하모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온 가수들로서 하모니가 잘 어우러지는 그룹인데, 이렇게 드문 무대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여 조금 아쉽다.





나머지 세 곡에 대해 첨언하자면, 이번 앨범에서 제일 와닿지 않은 노래가 두 번째 트랙의 '내려놓기 (One Last Memory)'였는데, 인터뷰에서 '가장 동감이 되는 노래'를 묻는 질문에 이 노래를 꼽은 혜성오빠 덕분에 나 홀로 괜히 민망해졌다ㅋㅋ 노래의 어떤 가사가 무슨 감정선을 건드려서 울컥하는 기분이 되었을지,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으로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ㅠ "네가 없는 내가 너무 막막해져 와 / 걷는 걸음 걸음마다 많이 아파 와" 라는 가사의 감성 만큼은 울림이 있다.


네 번째 트랙의 '이런 어느 날 (One Fine Day)'는 싸비 부분의 "하루하루 멀어진다 / 조각조각 사라진단 그 말 / 믿을 수 없었는데 / 믿지 않았었는데" 라는 가사가 참 와닿는다. S 특유의 잘 정제된 언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가 S의 정체성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멜로디나 곡의 분위기도 S 답다고 생각 되고. 마지막 트랙의 'Secret Letter'는 체념이 짙게 깔린, '어른이 할 법한' 사랑이자 처연한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묘하게 옛날 노래 같으면서도, 최근 트랜드를 고려한 세련미를 끼얹은 듯한 노래다. 특별히 임팩트 있는 부분은 없지만, 잔잔한 맛에 듣게 된다. "잊혀짐이 서둘러 오길 / 모두 다 없었던 것처럼" 이라는 가사가 좋더라.



전반적으로 이번 미니앨범은 11년 전의 S 1집보다 더욱 성숙해진 남자들의 노래라고 생각된다. 1집의 노래들은 대부분 짙은 어둠이어서 더욱 강렬한 이미지다. 절절한 20대 초반의 사랑을 날 것의 단어들을 사용해 휘몰아치듯 강하고 직설적으로 묘사했다. "니가 죽었으면 좋겠어 / 작은 희망도 가질 수가 없도록 (S 1집, I Swear)" 라거나 "제발 불행해지길 바래 / 내게 돌아오는 그날까지 (S 1집, 미쳤었죠)", "죽을지도 몰라요 / 이렇게 미쳐가는 내 모습까지도 (S 1집, 사랑니)" 처럼, 참으로 극단적인 언어를 구사했다. 반면 이 앨범은 차분하고 애잔한 감성을 깔며 30대의 사랑을 그려냈다. 수많은 만남과 사랑과 헤어짐을 거치며 나름대로 '성숙'해진 느낌이다.  





S의 첫 앨범이 나온 뒤 시간이 한참 흘렀음에도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 듣곤 했다. 아마 이번 앨범의 노래들 역시 몇 년의 시간이 지나더라도 때때로 그리워져 들어볼 것 같다. S의 음악이 이토록 짙고 긴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아마 베이스 악기의 음보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을 완성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실 속의 '진짜' 사랑 이야기를 잘 다듬어 만든 가사와, 그 이야기를 고유의 감수성으로 해석하여 목소리만으로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낼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수많은 잡음이 있었고, 저마다의 이유들로 상처를 입은 프로젝트였다. 항상 믿고 듣는 그의 음악인 만큼 앨범의 퀄리티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그저 너무도 지쳐버렸다. 이제는 오빠가 진심으로 아끼는 친구분들에 대한 불편함보다, 그 앨범을 제작한 회사로 인한 허탈함과 무력감이 더욱 커졌다. 노래는 아무런 죄가 없다지만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그 뒷이야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팬인 이상,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당신이 원했고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당신과 잘 어우러지는 음악이라 할지라도, 그 노래들을 자주 소비할, 당신을 한없이 사랑하는 '듣는 이'의 감성을, 앞으로는 조금만 더, 헤아려주길, 빌어본다.



그럼에도, 귀를 황홀하게 만드는 그대의 목소리 하나에, 눈물 글썽이며 또다시 노래를 되감기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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