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bbch홀, 2019.09.06 8시 류정한 시라노, 박지연 록산, 김용한 크리스티앙. 류라노 자여섯. ※스포있음※ 이날 류라노는 초연의 느낌이 많이 묻어나왔다. 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홀로 사무치게 고독한 사람. 지도자의 강건함 너머에서 외롭고 지친 영혼이 고통스럽게 울고 있었다. 소외 받는 약자들을 돕는 것이 제 사명이라는 듯, 스스로 상처 입는 길을 자처하면서까지 타인을 돌보는 사람. 그 과정에서 상처 입은 영혼이 뭉텅뭉텅 죽어가면서도 삶의 끝까지 거인들과 맞서기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 마지막 순간 죽어버린 영혼까지 고스란히 끌어안음으로써 비로소 온전하게 달나라로 돌아간 사람.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낸 이 고귀한 영혼의 귀천에 어찌 별들을 휩쓸 축포를 쏘아올리지..
뮤지컬 시라노 초재연 넘버 비교. 류라노 기준. 오기재 및 오타 지적 환영. 다들 시라노 하세요:) 초연 (2017) - 나의 코 왜 남의 코를 쳐다봐 부담스럽나 거슬리나 불편한가 볼수록 뭔가 요상하고 괴상한가 울퉁불퉁 바다코끼리 같나 왠지 커다랗고 압도적인가 아님 쬐끄맣고 볼품이 없나 아 근데 왜 자꾸 코를 쳐다봐 코인지 손인지 살짝 헷갈리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아볼까 아님 니들 싹 다 코로 맞아볼까 어디서 내 코를 자꾸 쳐다봐 뭐야 왜 또 갑자기 안 쳐다봐 내가 이러다가 큰 코 다칠 것 같나 (천만에!) 걱정 마 네 코가 석자다 코가 커야지 사람이 품위가 있는 법 드높은 콧대는 자존심이 세 당당할 수밖에 매력과 능력의 상징 참 존경스러운 크기 덕분에 다른 곳까지 정말 차원이 다르지 이 덜떨어진 멍청..
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19.08.31 7시반 류정한 시라노, 나하나 록산, 김용한 크리스티앙. 재연 류라노 자다섯. 류하나용한 페어 첫공.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디테일을 나열하는 후기를 남길 때가 되어 최대한 상세하게 써봤다. 중간중간 초연과의 비교가 들어갔는데, 쓰다 보니 초연의 장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 뼈아프게 다가와서 속상하더라. 이러한 성질 때문에 공연예술을 사랑하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연예술 덕질이 힘들다. 그럼에도 재연 관극을 통틀어 가장 훌륭했던 1막 덕분에 무척 행복하다. 슬슬 디테일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류라노 때문에, 아직 잡지 못한 앞자리 표들이 떠오르며 초조해졌다. 8월의 마지막을 류라노와 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전부 스포, ..
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19.08.29 8시 류정한 시라노, 나하나 록산, 송원근 크리스티앙. 재연 류라노 자넷. 류하나 페어 자첫. ※스포있음※ 시라노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록산은 시라노를 닮아간다. 시라노처럼 멋있게 살고 싶었던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에게 물들어간다. 록산을 사랑한 시라노는 록산이 사랑한 크리스티앙까지 사랑하게 된다. 각기 다른 별개의 영혼들이 시간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며 점차 유사해진다. '하루 또 하루' 넘버에서 정면을 바라보는 록산과 왼쪽으로 선 크리스티앙과 오른쪽을 응시하는 시라노의 엇갈린 시선은, 모두가 정면을 향해 몸을 돌림으로써 같은 곳을 향하게 된다.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사랑한 세 사람은 마침내 하나의 온전한 영혼으로 맞물린다. 그렇기에 크리스티앙..
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19.08.25 2시 류정한 시라노, 박지연 록산, 김용한 크리스티앙. 재연 류라노 3차 관극. 류지연용한 페어 자둘. 시라노 프레스콜이 있었던 날, 백스테이지 투어 이벤트도 짧게 진행되었다. 주변 분들의 친절 덕분에 처음으로 이런 특별한 기회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류라노가 서서 연기하는 바로 그 무대를 두 발로 밟아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가까운 객석, 그 객석에서 체감한 것보다 훨씬 좁은 무대의 깊이와 넓이 등이 생경하고 놀라웠다. 특히 좋았던 것은 사방에 가득한 조명들과, 무대 위쪽에 준비되어 있는 무대 막들이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바로 그 공간 안에 잠시나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