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bbch홀, 2019.09.26 8시 류정한 시라노, 나하나 록산, 김용한 크리스티앙. 재연 류라노 자열하나 관극. 류하나용한 페어 세번째 공연이자 페어막. 페어 전관. 용티앙 자막. 류배우님에게는 공연의 시즌 중후반 쯤 평소 노선들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극강의 노선을 취하는 일종의 루틴이 있다. 이날이 그러했다. 첫 대사부터 이전 회차들과 차이가 났고, 모든 넘버들에 성악톤의 웅장하고 공간감 가득한 울림이 들어갔다. 특히 록산 넘버는 완벽하게 달랐다. 연기도 발성도 톤도 전부 다. 1막 초반은 다른 배우로 다른 극을 보고 있는 듯한 새로움에 얼떨떨할 정도였다. 평소라면 변화와 변주의 신선함에 관극 내내 느낌표를 띄우며 행복해했을텐데, 이날은 물음표가 먼저 튀어나오며 몰입을 방해했..
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bbch홀, 2019.09.22 2시 류정한 시라노, 나하나 록산, 김용한 크리스티앙. 류라노 재연 열 번째 관극. 류하나용한 페어 둘공이자 세미막이자 자둘.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막힘없이 진행된 공연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다듬어낸 평소의 노선에 황홀할 정도로 풍성한 음색이 더해지니 가히 완벽한 공연이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0919 가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0922 공연은 반론의 여지없는 훌륭한 공연이었다. 재연 들어 처음으로 오피석에 앉아본 터라, 뒤쪽에서는 세세하게 보기 어려웠던 류라노의 섬세한 표정들에 집중했다. 무대 저 안쪽에서도 디테일하게 표정 연기를 하고 있는 류라노를 보며 그저 극 자체에 한껏 빠져들어 이야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단 두 번이었지만 ..
지난 포스팅에서 다루지 않은 시라노 넘버 가사 추가. (참고) 앙상블 떼창 넘버들은 일단 보류. 류라노 기준. 더블 캐스팅의 경우 어미나 단어가 약간 다를 수 있음. 오기재 및 오타 지적 환영.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라노 하세요:) 초연 (2017) - 누군가 내 마음에 자꾸 떠오르는 사람이 생겨버렸죠 나도 모르게 심장이 떨리고 온종일 꿈꾸는 기분 마주친 눈이 조용히 반짝인 그 순간 내 삶이 깨어났어 아주 조금 때로는 좀 많이 한없이 외로웠는데 참 신기하게 그이의 미소는 내 영혼을 위로해요 문득 난 궁금해져요 혹시 그 사람도 나와 같은 맘일지 자상하고 선하고 용감한 남자 당차고 고귀한 신사 얼굴도 어쩜 그렇게 잘생겼는지 특별한 사람 나만을 위한 사람 찾아온 것 같아요 재연 (2019) - 누군가 내 마..
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bbch홀, 2019.09.14 3시 류정한 시라노, 박지연 록산, 송원근 크리스티앙. 류라노 자여덟. 류지연런 페어 둘공이자 자둘. ※스포있음※ 류라노는 타협이나 비겁함을 결코 용납하지 않고 세상 모든 거인들과 맞서 싸우는 전사이자, 날카로운 펜 끝에 재치와 유머를 항상 걸고 다니는 시인이다. 담백하지만 예리한 문장 하나하나에 꾹꾹 눌러 담은 진의가 유난히 곧고 명징한 울림을 남긴다. 거인을 데려와 넘버에서 "그 펜! 절대 내려놓지 말게" 라고 말하는 류라노의 정면이, 광채를 번뜩이는 두 눈과 커다랗고 굴곡진 매부리코 때문에 매서운 독수리와 겹쳐 보인다.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은 무대를 "자유로운 불꽃처럼" 일렁이며 누비는 그의 등 뒤로 밝은 조명이 비춘다. 선명한 직선으로 내리 ..
시라노 in 광림아트센터bbch홀, 2019.09.08 2시 류정한 시라노, 박지연 록산, 김용한 크리스티앙. 재연 류라노 자일곱. ※스포있음※ 재연 들어 가장 좋았던 마지막 독백 장면 덕분에 커튼콜까지 눈물을 펑펑 쏟고도 주체가 되지 않아서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아 엉엉 울었다. 록산에게 다정한 미소조차 지어주기 힘들 정도로 위태롭게 삶의 끝에 서있던 류라노가 지독히 처절해서,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아프고 아프고 아프고 아팠다. 돌이켜 곱씹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미어진다. 1열 정중앙에서 마주하는 거인을 데려와 넘버나 얼론 넘버가 너무 좋아서, 독백씬에서 이토록 오열하게 될 줄은 미처 각오하지 못했다. 15년 간 깊이 묻어두었던 제 진실한 영혼이 꾹꾹 눌러담은 글자 위로 피어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