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답사를 다녀왔다. 화성이랑 평택. 인문학강좌 답사에 스태프로 참여한 경험이 다소 있기 때문에 딱히 힘들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조금 놀랐다. 누가 말을 걸어서 대화를 나눌 때는 최근 서비스직종 알바의 습관을 십분 살려 자동적으로 입가에 미소를 걸 수 있었지만, 걷거나 다들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완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렇게 의욕이 없으니 평소에는 눈까지 반짝이며 듣던 설명도 시들하고, 몸도 금방 지치더라ㅠㅠ 내용이 머릿속에 거의 안남았어ㅠㅠㅠ 그래도 산책은 정말 제대로 했다. 삼국시대 산성인 당성도 좋았고,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를 모신 능(융릉)과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건릉)의 산책로도 아주 훌륭했다. 융릉 건릉 융건릉이 ..
2013년 1월 1일에 시작한 이 블로그의 포스팅 갯수가 이제야 200개를 채웠구나. 1년하고 10달이 넘는 시간 동안 가시적으로 남긴 성과가 썩 많지는 않지만, 이 긴 시간 동안 뭔가를 채우긴 했으리라 믿는다. 생각이든 감정이든 고민이든 뭐든. 어쩐지 성격만 더 나빠진 것 같기도 하지만...ㅠㅠ 퇴근하고 오랜만에 엄마랑 둘이 저녁 먹고 방에 들어왔더니 마침 디디쇼가 시작한다기에 두시간 동안 라디오를 들었다. 어제 막공을 무사히 마무리한 헤드윅의 일부 캐스트들이 초대되어 자리를 마련했는데 방청객 100분이 죄다 오빠얌 팬이어서 그냥 오빠얌 팬미팅 같다고 디제이가 콕 찝어 말씀하셨다. 훈훈한 분위기에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두 시간 내내 한참을 웃다울다 했다. 헤드윅 넘버 중에서는 The Origin of ..
해를 넘기고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잊어버리는 것도 많지만 나름의 의미가 담겨 소중해지는 것도 많다. 예전 블로그 이름을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라고 지었던 이유도, 강력한 시간의 힘 때문에 잊게 되는 디테일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중요한 가치 및 기억들은 잊고 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지금의 블로그 이름은,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처음 접한 뒤로 죽을 때까지 지니고 살아야겠다 결심했던 문구고. 초반에는 같은 뜻의 사자성어인 '수승화강'을 썼는데, 한 번에 확 와닿지 않아서 바꿨다. 그러고보니 두 개 모두 경제학자의 입에서 나온 명언이네. 전자는 존 러스킨, 후자는 알프레드 마샬. 2011년 이후 7월 14일은 내게 꽤나 의미있는 날짜가 됐다. 별 건 아니고, 교환..
새벽 3시쯤, 축구 기다리다가 거실 베란다에서 찍은 전경이다. 해가 진 직후의 황혼과 해가 뜨기 직전의 여명을 사진 찍기 좋은 매직아워라 부르는데, 확실히 야경보다 셔터 닫히는 속도가 빠르긴 하더라. 당연히 삼각대 같은 지지대가 없으니 많이 흔들리긴 했지만ㅠ 옥상에 올라가 찍었으면 시야가 더 탁 트였을테지만, 다들 자고 있어서 현관문 소리 내기가 껄끄러웠다. 하늘에 옅게 깔려 있는 구름. 집의 지대가 높다 보니, 서울에 얼마나 산이 많은가에 대해 매번 새삼 깨닫곤 한다. 정말 사방이 산이다. 날이 좋으면 산 봉우리들이 선명하게 보여서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이렇게 능선의 실루엣이 담긴 사진을 보면, 도쿄여행 때 먼발치에서 봤던 후지산이 자꾸만 생각난다. 화산활동으로 위험해지기 전에 후지산 등반을 한..
7월도 벌써 열흘이나 지났구나.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이유는, 조금 후에 있을 축구 보려고ㅋㅋㅋㅋㅋ 이번 월드컵은 시차도 시차지만, 재미있을 것 같던 경기가 재미가 없어서 점차 챙겨보지 않게 됐다. 아침에 하이라이트 위주로 골라보고, 슬슬 끝이 보이는 이 시점에 와서야 밤을 새고 있다. 사실 카페에서 일하는 동생이 마감조라 차로 픽업해오느라 늦게까지 깨있었던 이유도 큼......ㅋㅋㅋㅋ 덕분에 아메리카노랑 케이크를 맛나게 섭취 중이다. 어, 티비에서 무도 응원단 재방하네. 가루가 되도록 깨진 알제리전ㅋㅋㅋㅋㅋㅋ 결국 월드컵은 스포츠의 탈을 뒤집어 쓴 자본놀음인데, 그 맥락에서 이번 월드컵은 무지하게 적자다. 애초에 16강 가리라고는 기대도 안했어서^_ㅠ 02년의 그 뜨겁고도 붉디 붉었던 기억이 앞으로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