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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주절/Easily

7월 14일

누비` 2014. 7. 14. 15:31


해를 넘기고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 잊어버리는 것도 많지만 나름의 의미가 담겨 소중해지는 것도 많다. 예전 블로그 이름을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라고 지었던 이유도, 강력한 시간의 힘 때문에 잊게 되는 디테일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중요한 가치 및 기억들은 잊고 살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지금의 블로그 이름은,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처음 접한 뒤로 죽을 때까지 지니고 살아야겠다 결심했던 문구고. 초반에는 같은 뜻의 사자성어인 '수승화강'을 썼는데, 한 번에 확 와닿지 않아서 바꿨다. 그러고보니 두 개 모두 경제학자의 입에서 나온 명언이네. 전자는 존 러스킨, 후자는 알프레드 마샬.



2011년 이후 7월 14일은 내게 꽤나 의미있는 날짜가 됐다. 별 건 아니고, 교환학생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날이다. 프랑스 혁명기념일 날짜가 바로 이 날이었다는 걸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ㅠ 무지로 인한 아쉬움을 그렇게 남기고 왔다. 반 년 동안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느끼면서, 돌아갈 날을 복잡한 감정으로 기다리던 그 때가 참으로 그립다. 교환학생 학기 끝날 무렵에는 향수병을 심하게 앓았는데, 한국 돌아오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유럽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스키폴 공항을 떠나면서 느꼈던 귀국의 희열과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서 느꼈던 안도감 및 아쉬움이 여전히 생생하고 또 그립다. 



작년, 재작년의 7월 14일에는 같은 학교 같은 기숙사에서 함께 교환학생 시절을 겪은 친구들과 셋이 만났는데, 올해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다음주 쯤 만나게 될 것 같다. 만나면 늘,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추억팔이로 대화가 끝나곤 한다. 반 년이나 같이 있었으면서 셋이서 다 함께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는 아쉬움도 크고. 사실 이 후회는 내 책임이 가장 크다. 스카이프에 '나 여행 갔다올게' 한 마디만 남기고 기차 혹은 저가항공 타고 훌쩍 떠나버리곤 했으니까ㅋㅋㅋㅋ 혼자 여행하는 게 정말 좋았다. 아, 그리워........



돌이켜보면 아쉬운 것 투성이인 시절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립다. 다시 가면 더 잘 보고, 더 잘 놀다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지나온 과거만 추억하는 건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 이제 남겨온 후회를 거의 다 털어버리긴 했지만, 그 반 년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던 시간이었다는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애틋한 기분이 든다. 언제 또 다시 그렇게 빛나는 걸음걸음을 남길 수 있을까 아득하기만 하다. 



(예전 포스팅에 올렸던 사진 재사용ㅋㅋㅋㅋㅋㅋ)



7월 14일만 되면 센치해진다. 3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감정이 바래질 않는다. 하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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