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2.12.14 7시반 박강현 토니, 한재아 마리아, 정유지 아니타, 정택운 리프, 임정모 베르나르도, 이하 원캐. 뮤지컬 계의 고전이나 다름없는 이 극이, 지난 2007년 삼연 이후 무려 15년 만에 라이센스 사연으로 돌아왔다. 류정한 배우님의 데뷔작이자, 작곡가 번스타인의 작품이자, 미드 글리 등을 통해 대부분의 넘버를 이미 잘 알고 좋아했기에 반드시 챙겨봐야만 하는 극이었다. 간만에 대극장 특유의 스케일 큰 군무와 빵빵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고 들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익숙한 음악과 함께 맞물리는 배우들의 동작이 무대 위 특별한 세상을 펼쳐냈다. 현대판 답게, 이 극은 두 세력의 팽팽한 대립과 그 사이에서 피어난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한다. 독특..
테레즈 라캥 in 드림아트센터 1관, 2022.10.22 3시 선민 테레즈, 동현 로랑, 이진우 카미유, 이혜경 라캥 부인. 초연부터 궁금했던 작품이어서, 재연이 돌아오자마자 보고 싶었던 배우들로 맞춰서 관극하고 왔는데, 그냥 봤다는데 의의를 둔다. 원작 소설과 영화도 나중에 챙겨만 봐야지. 무대에서 울고 절망하는 인물들을 보며 대체 관객으로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건지 난감한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바스러질 것 같은 예민한 이들이 감당하지 못한 일을 벌인 뒤 후회하고 부정하며 끝내 광기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는, 너무 많다. 아름다운 집에서 달아나고 싶었던 테레즈와 그 집의 모든 걸 빼앗아 소유하고 싶었던 로랑. 인간의 욕망과 그에 따른 선택으로 인한 파멸을 그려내는 창작진의 과한 자기도취가 몰입을 방해..
브론테 in 대학로 자유극장, 2022.10.20 8시 강지혜 샬럿, 김려원 에밀리, 이아진 앤. 글을 쓰는 여성들은 언제나 옳다. 여성이 감히 글을 쓴다는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던 시절에도 여성들은 자신의 생각을, 마음을, 꿈을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갔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의지, "폭풍우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신념. 그 걸음들이 모이고 쌓여 지금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 닿는다. "해뜨기 전 찬란한 새벽"처럼. "써 내려가 써 내려가" 졔샬럿의 확고한 목표는 묵직하고 려밀리의 명료한 신념은 찬란하며 아진앤의 단단한 믿음은 다정하다. 브론테이기에 모두가 글을 사랑했지만, 브론테임에도 모두의 글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저마다의 관점으로 탄생한 세계들이 부딪히고 평화는 찢겨진다, 필연적으로. 자유롭게..
마틸다 in 디큐브아트센터, 2022.10.07 7시반 하신비 마틸다, 주현준 브루스, 구더기팀 정아인 라벤더, 은시우 토미, 정혜람 앨리스, 임동빈 나이젤, 정은서 아만다, 이서준 에릭. 박혜미 허니, 최재림 트런치불, 강웅곤 미세스 웜우드, 차정현 미스터 웜우드, 이하 원캐. 신비마틸다 데뷔 무대! 재연 마틸다 자첫. 기적 같은 아이 마틸다가 돌아왔다. 달라진 공연장 무대 위에 새로운 아이들의 얼굴이 담겼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이야기의 본질만큼은 그대로였다. 3년 하고도 9개월 만인 이 놀라운 극과의 재회는 커다란 설렘만큼 만족스러웠고, 또 벅차게 고마웠다. 일상에서 문득문득 떠올랐던 장면들을, 때때로 의지가 되던 대사와 가사들을, 고스란히 다시 마주할 수 있음이 어찌나 기쁘던지 눈물이 자꾸 차올랐다..
인간의 법정 in 아트원시어터 2관, 2022.10.01 7시 박민성 호윤표, 이재환 아오, 김승용 한시로/서인구, 이상아 오미나/카운슬러. 기회가 닿지 않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켄의 무대를 대학로에서 보게 됐다. 창작 뮤지컬 초연이라서 극의 뚜껑이 열린 다음에 표를 잡을까 했는데, 어쩌다 보니 프리뷰 기간인 켄아오 둘공에 객석에 앉아있더라. 후기를 먼저 보면 표를 잡을 리가 없다는 선견지명이었던 것일까. 캐스팅 공개 이후에 원작 소설을 미리 읽어봤다. 초반 열 장을 넘기기가 몹시 힘들었다. 그럴싸한 논리를 통해 풀어내는 로봇법이 모호해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의식 생성기 설치 하나로 안드로이드가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이해되지 않은 것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