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무겁게 징징댔으니 오늘은 가볍게! 미니어처를 워낙 사랑하는지라, DIY 미니어처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특히 책장에 끼워 넣을 수 있는 북엔드 스타일이 늘 부러웠다. 책과 책 사이에 숨겨진 또 다른 세상이라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제품은 대부분 일제더라. 가격도 가격이지만 언어 같은 실질적인 부분이 부담스럽고 불편했기에, 동경은 늘 장바구니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텀블벅에서 무려 "한옥" 시리즈를 발견했다! 이건 사야 해! 결제 후 한참을 잊고 살다가, 해외출장지에서 배송이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잔뜩 지친 채로 돌아오니 상자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고. 그렇게 책상 위에서 굴러다니던 박스는, 저것 좀 치우라는 창조주의 잔소리 덕분에 비로소 열리게 됐..
사회생활이란 무엇일까. 연차와 커리어는? 10년 차를 코앞에 둔 과장급 회사원으로서 근래 자주 하는 고민이다. 지금 내 위치는 어디이며, 나는 언제 어느 곳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성취가 내 삶에 유의미한가. 당장 이 순간을 오롯이 마주하고 있는가. 오늘을 희생하지 않은 대가는 무엇일까. 오늘을 희생한다면 내일의 나는 조금이라도 더 충만감을 얻을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예측불가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으면서 너무나 나이브하게 하루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10대의 나는, 30대의 나를 꿈꿨다. 넓고 얕은 관심사 중 하나를 업이자 꿈으로 삼으리라고. 멋진 사회인으로 세계를 누비며 회의를 하고 성과를 내고 있으리라고. 20대의 나는, 다시 30대의 나를 기대했다. 여전히 넓고 얕..
가벼운 제주 여행기 마무리.. 많은 것이 예정되어 있던 날에는 폭우가 쏟아지더니, 서울 돌아가야 하는 날에는 푸르른 하늘이 보인다. 이 파랑을 잠시나마 만나고 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헌팅으로 유명하다는 카페 더클리프. 내부는 클럽 같지만 외부 전경이 끝내준다. 대낮이지만 가볍게 생맥 한 잔으로 기분을 내본다. 이 맛에 바다 구경하러 오는 거지. 점심 먹고 가볍게 산책. 산책길 조성이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이런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음에 다시 한번 마음이 따숩게 차오른다. 이 잔잔한 풍경이 좋아서 제주를 사랑했지. 여전히 구름이 많다. 제주에 들어갈 때는 기체도 엄청 흔들리고 천장에서 우웅 소리가 너무 나서 무서울 정도였는데, 서울로 돌아갈 때는 구름은 많아도 평탄했다. 제주 도착했을 땐 입구..
10년 만의 제주도!! 인 줄 알았는데, 2년 전의 추억이 여행 중에서야 문득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산방산 지나가면서 깨달음. 코로롱 이후로 여행을 못 가다가 아부지랑 4박 5일로 다녀온 건데. 심지어 한라산도 올라갔었고, 여행 후기도 썼었는데!!! 몇 년도에 어디를 여행했는지 정도는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었는데, 코로롱 이후로 정신이 쏙 빠져버림. 그냥 나이가 든 건가 싶기도 하고. 도착 즈음부터 흐리멍덩하더니 밤부터 비 내리기 시작. 두 번째 날은 조금만 걸어도 운동화가 다 젖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너무 힘든데 바뀐 일정마저 최악이어서 여러모로 아주 아쉬웠음. 어린애들 몸 갈아 넣는 서커스 이런 것 좀 사라졌으면. 동선도 극악해서 시간 아깝고 체력은 떨어지고 일은 일대로 하고. 엉망이었음. 내 ..
덕친들과 수다 떠는 건 늘 즐겁다. 공유하는 추억들도 많고 공감하는 취향도 비슷하고. 결국 똑같은 이야기로 귀결되며 한숨만 나오고. 저기요 배우님 제발 일을 하시라고요 일을! 무대를 만들 때 아래 말고 위에 있어달라구요!! 이 막막하고 힘겨운 시대에 시라노 안 해주시는 건 진짜 선 넘으셨죠.. 얼론과 가스콘맆 보고 들으며 벅차오르는 심장을 느껴야 하는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벌이고 경험하고 행하게 된다는 것.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하는 현타가 문득 전신을 사로잡더라도 결국 스스로 행복하기에 자발적으로 고통 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것. 그리고 이 좌충우돌이 차후 삶을 지탱해 주는 애틋하고 든든한 사랑으로 남는 것.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해 보는 경험은 영혼에 선연한 흔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