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in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2021.03.19 7시반 손승연 엘파바, 나하나 글린다, 서경수 피에로, 남경주 마법사, 이소유 모리블. 위키드 라센 자둘. 자첫 때 손나나 페어를 봤으니 자둘은 손정 페어를 보려고 스케쥴에 맞춰 예매를 해놨는데, 공연 시작을 한 시간도 안남기고 글린다 역의 배우가 변경됐다는 공지에 마음이 상했다. 관객에게 굳이 알리지 않은 무대 뒤 사정이 있겠지만, 변경된 배우가 이미 몇 시간 전부터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을텐데 이렇게 급박하게 통지 식의 변경 안내를 해야 했을까. 결과적으로는 이날 공연이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박수를 치다가 손바닥에 멍이 들 정도로 행복하게 즐기고는 왔지만, 조금만 더 일찍 공지를 했더라면 앞줄의 빈 좌석을 덜 볼 수 있었으리라는 확신이 있어 거듭 ..
맨오브라만차 in 대전 예술의 전당, 2021.03.14 2시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 알돈자, 정원영 산초, 서영주 도지사/여관주인. 류동키 시즌 자일곱. 류공주 자넷. 류빅터를 따라 지방공 류랑을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더라. 역병만 아니었더라면 작년 여름에는 맨덜리를 쫓아다녔을 텐데. 대전 예당에서의 관극은 처음이라 기대가 컸는데, 깨끗하고 선명하게 오케스트라 라이브의 전율을 전하는 음향이 최고였다. 대사 부분은 울림이 좀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음향이었다. 중블 2열임에도 샤롯데 6-7열 정도인 거리감이 아쉬웠으나, 2주 만에 새로운 극장의 무대에서 만난 류동키가 잔뜩 신이 나있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행복했다. 청아하고 반듯한 철야기도와 풍성..
태일 in TOM 2관, 2021.03.06 3시 이봉준 태일 목소리, 김국희 태일 외 목소리. 이전에 전태일기념관에서 올라왔을 때 장렬하게 티켓팅을 실패하고 못사로 남았던 극인데, 이번엔 대학로에서 올라온 덕분에 마침내 만나게 됐다.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반한 김국희 배우로 꼭 보고 싶었는데 마침 그 회차에 현장 구매 할인이 풀려서 냉큼 공연장으로 향했다. 노동운동가이자 그에 앞서 한 사람의 인간이었던 청년 전태일을 어떻게 담아냈을지 무척 궁금했고, 이 극이 택한 방향성에 고개를 끄덕이고 왔다. 생각했던 방식이 아니긴 했으나, 전태일 열사의 글과 생각을 목소리로 구현하고 기록하는 근간에 그를 향한 존중과 애정이 담뿍 담겨있었다. 각오했던 것보다 쉽고 편안하게 관극 했으나, 예상했던 만큼 묵직하고 단단하게..
맨오브라만차 in 샤롯데씨어터, 2021.02.28 7시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최수진 알돈자, 이훈진 산초, 김대종 도지사/여관주인. 류동키 자여섯이자 샤롯데 막공. 맨오브라만차 800회 공연. 이날이 800회라는 것을 공연 10분 전에 알았는데, 그래서인지 배우들이 이야기를 유난히 정성껏 쌓아 올린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따뜻하고 다정하게 위로를 건네는 이날 공연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다. 풍성하고 황홀한 류동키의 1막 마지막 임파서블 드림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며 벅찬 감동과 희망에 전율케 했고, 목소리들이 하나씩 모여가는 2막 마지막 임파서블 드림은 공간에 함께한 모든 이들과 함께 극을 완성해내는 기쁨과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리고 샤롯데에서 듣는 커튼콜의 마지막 임파서블 ..
맨오브라만차 in 샤롯데씨어터, 2021.02.25 7시반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 알돈자, 이훈진 산초, 김대종 도지사/여관주인. 류동키 자다섯, 류공주 자셋. 이 극이 건네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심장을 벅차오르게 만든다. 동시에 극 내내 반복적으로 폭력과 억압이 영혼을 지치게 만든다. 비단 2막의 그 장면뿐만이 아니라, 노새끌이들이 행하는 모든 형태의 희롱과 괴롭힘이 끔찍하고 역겹다. 그 추행을 힘겹게 밀치고 뿌리치는 알돈자의 저항이 괴롭고 힘들다. 관극을 거듭해도 무뎌지지 않는 이 불편함이 마땅하기에 더 속상하다. 주제에 담긴 가치가 중하다고 해서, 수단의 폭력성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악이 활개 치는 세상을 두고 볼 수 없는 미친 기사의 정의를 위해 약자를 학대하는 불의를 반드시 전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