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김씨 집안 박씨 in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장유희, 김재훈, 김다경, 맹원태, 전혜진, 박도현, 김수현, 정지훈, 정은영, 박혜림, 임태섭, 장희원. 생각지도 못하게 초대로 만나고 온 극이었는데, 그리 무겁지 않게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관극이었다. 무대 위 열두명의 배우들이 빠짐없이 잘하는 건 오랜만이어서 더 기껍기도 했다. 여리면서도 심지 곧은 주인공 여성 박씨를 연기한 장유희 배우의 흡입력 강한 정적의 매력이나, 목소리로 꽹과리 씬을 감칠맛나게 살리고 움직임으로 빨갱이 씬을 처절하게 표현한 남편 김씨의 김재훈 배우가 지닌 다양한 매력이 무척 안정적이었다. 시라노 초연과 지바고, 지킬 등 여러 대극장에서 만나 이미 알고 있는 맹원태 배우를 오랜만에 만난 것도 반가웠다. 자세와 걸음걸이, 목소리와 ..
맨오브라만차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1.04.10 8시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최수진 알돈자, 이훈진 산초, 서영주 도지사/여관주인. 위메프데이 전관. 류동키 시즌 자열. 1막 피날레의 이룰 수 없는 꿈이 유난히 심장을 에는 듯 맹렬하게 다가왔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 싸움 이길 수 없어도 /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 길은 험하고 험해도" 라고 노래하는 고단하고 막막한 현실이, 작금의 절망을 지독히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서 가슴이 미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위해 싸우"고 "사랑을 믿고 따르"겠다며 꿈을 꾸는 돈키호테의 찬란한 의지가 커다란 위로와 눈부신 희망을 건넸다. 다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고 지난할지라도, 꿈을 꾸며 한 걸음씩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만 ..
오프라인 체험극 다크필드 FLIGHT in 우란문화재단 2층 리허설룸, 2021.04.09 8시 다크필드 온라인 작품을 먼저 인지하였으나, 일상적인 공간에 독립된 별개의 상황을 설정하는 어려움이 체험을 망설이게 했다. 그렇기에 비행을 소재로 한 오프라인 체험극에 한껏 흥미가 돋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예매자에게 여권과 비행기표를 제공하고, 출국신고서 양식으로 만든 문진표를 제출하면 출입국 심사처럼 여권 사증에 도장을 찍어주는 경험은 익숙하면서도 특별했다. 여권소지자 할인도 있어서, 19년 이후 구석에 고이 잠들어있던 여권을 찾으며 새삼 여행하듯 설렘을 느끼게 만든 것 또한 즐거움을 더했다. 비행기 좌석을 고스란히 재현한 객석의 의자와 앞좌석의 안내문, 기내의 선반 등이 여행이 당연하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
팬텀 in 샤롯데씨어터, 2021.04.09 3시 전동석 팬텀, 이지혜 크리스틴, 신영숙 카를로타, 홍경수 카리에르, 에녹 샹동, 임기홍 숄레, 김주원 벨라도바, 김현웅 젊은 카리에르, 이시목 어린 에릭, 이하 원캐. 팬텀 4연 자첫자막. 팬텀 자여덟, 동릭 자넷, 신칼롯 자다섯. 반가면 도입과 이에 대한 제작사 EMK의 생각 짧은 발언 때문에 이번 시즌 또한 삼연처럼 패스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연히 시간이 났고 또 우연히 엄청나게 좋은 페어였고 또 우연히 덕친이 현매로 꿀자리를 잡아주셔서 결국 파리의 지하묘지를 방문하게 됐다. 초연 충무와 재연 블퀘와는 또 다르게, 폭이 좁아 아늑하고 객석과의 거리가 다소 가까운 샤롯데 무대는 또 다른 인상을 자아냈다. 초재연 관극 시 매번 불안했던 무대 구조물 안전문..
맨오브라만차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1.03.31 7시반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최수진 알돈자, 이훈진 산초, 서영주 도지사/여관주인. 류동키 자아홉. 자칫하면 표를 날릴 수도 있던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어찌저찌 해치우고 미뤄서 늦지 않게 객석에 앉았다. 지난 시즌까지 더하면 벌써 15번째 관극임에도, 마치 처음 만나는 듯한 설렘을 장면 곳곳에서 느낀 날이었다. 도지사에게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던 원고가 세르반테스에게는 값비싼 자산이라는 첫 장면의 차이가 평소보다 강렬히 와 닿았고, 극중극을 끝낸 뒤 돌려받은 원고를 꽉 끌어안는 순간 다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가 어둡고 희망 없던 지하감옥을 환하게 밝히는 인상을 받았다. 이날 무대 위 라만차의 기사들이 모두 영광을 좇는 사람들이었기에 더욱 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