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미니츠 in 정동극장, 2021.05.15 6시 김선영 크뤼거, 김환희 제니, 정상윤 뮈체, 박란주 한나, 오은철 피아니스트, 이하 원캐. 무대 정가운데에 놓인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배우가 직접 연주하는 부분도 있었으나, 대부분 무대 왼쪽 2층에 위치한 피아니스트의 연주였다. 회전무대를 사용하여 피아노가 돌아가기도 하고, 피아노를 중간에 두고 바깥쪽 둘레원이 돌아가기도 한다. 앙상블 배우들이 의자를 끌고 움직이거나 그 위에 앉으며 여러가지 상황과 역할을 가정한다. 무대 안쪽 벽에 낙하산을 탄 피아노들이 비춰지기도, 재능 있는 물고기와 같은 물에서 헤엄치고 싶다며 물 속의 일렁임이 그려지기도, 격렬한 연주에 맞춰 곡선이 하늘하늘 춤을 추기도 한다. 낙하산을 닮은 살이 많은 우산..
지붕 위의 바이올린 in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21.05.13 7시반 양준모 테비예, 유미 골데, KoN 피들러. 근래 세종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데, 그 과정 중에 포함된 단체 관극이었다. 워낙 고전이어서 이름만 익숙한 작품이었는데, 강의 중에 여러 차례 다뤄진 데다가 직접 특정 장면을 연기하고 노래하는 기회까지 얻으며 한층 가까워졌다. 직접 말로 내뱉어본 대사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경험이 꽤나 각별하여 신선했다. 고전은 고전만의 가치가 분명히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담고 있는 가치가 낡고 바래질 뿐. 고전이라 불릴만한 이 극 역시 지금의 관점에서는 진부하고 답답하며 불편한 요소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객의 심장을 울리는 부분이 잔존한다. 가족의 형태와 관계성은 달라..
맨오브라만차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1.05.08 3시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 알돈자, 정원영 산초, 서영주 도지사/여관주인. 류동키 자열둘, 류공주 자다섯/자막. 공주돈자 200회 공연! 햇살영주 페어막. 예정했던 전관이 취소되었는지 일반 예매로 풀린 덕분에 충무에서 공주돈자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고 보낼 수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공주돈자의 200회 공연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맹렬한 분노와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던 알돈자가 돈키호테로 인해 흔들리고 절망하며 끝내 변화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매끄러웠다. 다 똑같아 넘버 마지막 소절에서 끝내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나, 우물씬에서 침을 뱉고 돌아섰다가 "근데, 아씨," 하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게 ..
맨오브라만차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1.05.06 7시반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김지현 알돈자, 정원영 산초, 김대종 도지사/여관주인. 세류반테스/류동키 자열하나. 류지현페어 자둘자막. 막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기에 알돈자 세 사람을 한 번씩 더 만나고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샤롯데에서의 페어첫공 이후로 세 달만에 지현돈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지현돈자는 희망 없는 현실 속에 침잠할대로 침잠해버려 고요해진 물 같다. 자신의 이름을 듣고선 "그건 천한 여종의 이름이나 아니면 몸종의 이름"이 아니냐는 돈키호테의 말에도 타격을 전혀 받지 않고 "그게 내 이름이라니까요" 하며 무심히 그를 밀치고 지나쳐버린다. 알돈자 넘버 가사 중 "아무 생각 없이" 하며 공허한 표정을 짓는데, 바로 그것이..
인사이드 윌리엄 in 아트원씨어터 1관, 2021.04.23 8시 김아영 셰익스피어, 유리아 줄리엣, 김바다 햄릿, 주민진 로미오. 류동키를 만나러 지하감옥에 갈 예정이었는데, 폭풍처럼 휘몰아친 위협으로 인해 또다시 표를 강제로 잃었다. 이 시국에서 1년 넘게 살아가다 보니 공연을 취소당하는 것 자체는 이미 익숙해져서 작년만큼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누적된 경험치에 따른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특성 상 여러 공연들이 줄줄이 엮여 나왔기에 그저 모두의 무사함을 바랄 뿐이었다. 기대를 강탈당한 아쉬움과 헛헛함이 남아, 결국 토요일로 예정되어 있던 자첫자막 관극을 앞당겼다. 연극 위주의 작품을 올리던 연극열전이 창작뮤지컬을 올린다는 것만으로도 궁금증이 컸는데,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유쾌하게 비튼 작품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