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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들
in 플러스씨어터, 2023.11.24 8시
기세중 찰리, 조풍래 빅, 정우연 인어공주, 한보라 백설공주, 선한국 왕자1/마법사, 서동진 왕자2/신데렐라, 주민우 왕자3/마녀. 캐슷보드는 멀어서 생략.
꽤 자주 올라오던 이 극을, 이제서야 자첫했다. 연뮤덕이기에 못사임에도 익숙했던 끼리끼리 넘버와 난쟁이들 분장을 드디어 실물로 보는 감회가 새로웠다. 책이 쌓여있던 빈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고, 동화책을 펼친 듯 반짝이는 빛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순간, 그동안 잊고 지낸 벅찬 감정이 마법처럼 차올랐다. 맞아. 현실에 없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세계가 마음껏 펼쳐지는 이 찰나를 사랑해서 연뮤덕이 되고야 말았지.
"돈을 쓰면 마법이 일어난단다
돈을 써야 네 꿈이 이뤄진단다"
근래의 나에겐 이런 극이 필요했었나 보다. 이제는 돈을 쓰고 관망만 하는 마법에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가볍고 희망차고 제 멋대로 내달리는 사랑스러운 마법이 절실했던 거였어.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찰리의 모습에 마음이 일렁였다. 인생 뭐 있나, 해보고 싶은 거 안 하면 죽기 전에 후회나 남지.
"야름답고 발기차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생각보다 섹드립이 많지 않아서 괜히 아쉬웠다. 워낙 애드립이 많아서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건 좋았지만, 대사가 중간중간 안 들려서 같이 못 웃는 순간도 꽤 있었다. 기찰리는 대극장에서만 보고 아주 오랜만이었는데, 역시 성대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풍빅은 젊어진 순간 너무 잘생겨서 눈 비빌 뻔했다. 우연인어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라서 맏언니 심정으로 응원하게 됐다. 타인에게 모든 걸 내어주며 상처 입었으면서, 결국 "이게 나야" 라고 당당히 외치는 그의 성장이 어찌나 찬란하던지.
보라백설의 찰진 드립과 찐한 감정이 좋았다. 3왕자들 귀여웠음. 선한국 배우는 재랑켄/벤허/여명 등 대극장 앙상블로만 만났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서술자 역할은 쉽지 않은데 과하지 않게 잘 살리더라. 민우왕3도 어쩐지 허당인 마녀와 잘 삐지는 왕자3을 재미있게 넘나들었다. 그리고 이번 관극에서 제일 눈이 많이 가던 동진렐라. 신데렐라 역에 키 크고 잘생긴 남자 배우를 섭외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큰 키와 미모로 천연덕스럽게 악착스러운 공주 연기를 하는 그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공주 출신이 아니기에 더 표독스럽고 열정적으로 주인공을 향한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함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이날 캐슷 너무 마음에 들었음.
"해피엔딩 해피엔딩
현실에는 없는
동화나라 이야기"
웃고 몰입하며 즐기다가, 마지막 넘버를 들으며 끝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동화나라에서 피어나는 또다른 동화의 탄생을 목격하는 동안 분명 행복했는데도 불구하고, 과하게 환상적인 그 반짝임에 저절로 눈물이 차올랐다. 그동안 차곡차곡 몸 안에 쌓여있던 부정적인 감정의 노폐물들이 막을 틈도 없이 주르륵 새어버린 느낌이랄까. 밝고 활기찬 이 동화의 해피엔딩이 가끔씩 귓가에 맴돌 것 같다. 현실에는 없는,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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