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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오브라만차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1.04.10 8시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최수진 알돈자, 이훈진 산초, 서영주 도지사/여관주인. 위메프데이 전관. 류동키 시즌 자열.
1막 피날레의 이룰 수 없는 꿈이 유난히 심장을 에는 듯 맹렬하게 다가왔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 싸움 이길 수 없어도 /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 길은 험하고 험해도" 라고 노래하는 고단하고 막막한 현실이, 작금의 절망을 지독히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서 가슴이 미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위해 싸우"고 "사랑을 믿고 따르"겠다며 꿈을 꾸는 돈키호테의 찬란한 의지가 커다란 위로와 눈부신 희망을 건넸다. 다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고 지난할지라도, 꿈을 꾸며 한 걸음씩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만 함을 새삼 절감하고 재차 다짐하고야 마는 것이다.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누굴 미치광이라고 부를 수 있겠소?
꿈을 포기하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이야말로 미친 짓이 아닐까요?
쓰레기 더미에서 보물을 찾는 게 미쳐 보이나요? 아니요, 아니요!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갖고 사는 것이야말로 미친 짓이겠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과 이상을 포기하는 것이라오!"
늘 심장 한 켠에 품고 살지만 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늘 잊은 듯 사는 이 대사. 시대의 퇴보에 절망하고 세상의 광기에 지쳐버린 바로 지금, 너무나도 필요했던 용기와 꿈을 다시금 마주했다. 객석의 문턱을 넘어 현실로 되돌아갈 때마다 무엇이든 새로이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풍만한 의지가 영혼 가득 차올랐던, 2015년의 어느 라만차 관극 날로 돌아간 듯했다. 6년 전의 나 자신을 응시하며, 위로를 독려를 희망을 무엇보다 용기를 다시 채워낼 수 있었다.
현실에 안주하고 꿈과 이상을 포기해버리기엔, 이상 없이 살 수 있는 용기가 나 역시 아직은 없는가 보다. 이 작품과 류동키가 아니었더라면 얻을 수 없었을 수많은 다채로운 감정들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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