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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체험극 다크필드 FLIGHT

in 우란문화재단 2층 리허설룸, 2021.04.09 8시

 

 

 

 

다크필드 온라인 작품을 먼저 인지하였으나, 일상적인 공간에 독립된 별개의 상황을 설정하는 어려움이 체험을 망설이게 했다. 그렇기에 비행을 소재로 한 오프라인 체험극에 한껏 흥미가 돋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예매자에게 여권과 비행기표를 제공하고, 출국신고서 양식으로 만든 문진표를 제출하면 출입국 심사처럼 여권 사증에 도장을 찍어주는 경험은 익숙하면서도 특별했다. 여권소지자 할인도 있어서, 19년 이후 구석에 고이 잠들어있던 여권을 찾으며 새삼 여행하듯 설렘을 느끼게 만든 것 또한 즐거움을 더했다. 비행기 좌석을 고스란히 재현한 객석의 의자와 앞좌석의 안내문, 기내의 선반 등이 여행이 당연하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의자 등받이에 걸린 헤드셋을 착용한 기내의 승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오롯이 홀로 경험하고 사유한다. 시간이 흘러도 시야가 익숙해지지 않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기댈 곳은 오직 귓가에 울리는 소리와 앉아 있는 좌석의 진동 뿐이다. 예민하게 인지하지 않던 감각들을 최대한으로 동원하며 짧지만 선연한 30분의 비행을 마치고 나온 관객은, 안전한 이륙을 기대하고 위험을 각오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두 발을 딛고 선 이 현실은 출발했던 바로 그 세계인가 혹은 운이 좋은 결과물인가.

 

 

 

 

※스포있음※

 

 

"의식" 하기 나름이라는 헤드셋 너머 안내말에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바로 떠올렸는데, 이내 "상자 속의 고양이"가 살아있는지 여부를 상자 밖에서는 알 수 없다는 이야기로 이어져서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자 밖에서는 고양이의 생존을 알 수 없으나, 과연 상자 안의 시점도 마찬가지인가 묻는 질문이 의미심장했다. "운이 좋은 좌석" 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안내와 "이미 당신은 운이 좋은 자리에 있으니 움직이지 말라" 고 속삭이는 음성의 괴리가 오싹함과 찝찝함을 동시에 전했다. 기체로 표상된 상자 속에 갇혀 있다가 그 상자를 열어버린 나는, 정말 새로운 세계에 도착한 것일까?

 

 

이륙을 위해 평지를 내달리는 기체의 진동은 실감나게 표현됐으나, 바퀴가 지면을 박차고 둥실 허공에 떠오르는 느낌은 재현하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기체에 구멍이 나서 공간이 흔들리고 공기가 빠져나가는 위협적인 찰나는 실감나게 느껴저서 섬뜩하고 새로웠다. 클라이막스의 찰나 사위를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의 빛이 들어올 때, 입장 시 가려둔 왼쪽 벽의 커튼이 걷히고 거울이 드러나 인지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기내의 공간을 체감하게 만드는 연출이 너무나도 짜릿하고 강렬했다.

 

 

 

 

다크필드 시리즈 작품을 계속 체험해보고 싶다. 이러한 형태의 극을 현실화한 과정과 결과물이 몹시 흥미롭고, 이 경험을 통해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자극을 얻을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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