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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니츠

in 정동극장, 2021.05.15 6시

 

 

 

 

김선영 크뤼거, 김환희 제니, 정상윤 뮈체, 박란주 한나, 오은철 피아니스트, 이하 원캐.

 

 

무대 정가운데에 놓인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배우가 직접 연주하는 부분도 있었으나, 대부분 무대 왼쪽 2층에 위치한 피아니스트의 연주였다. 회전무대를 사용하여 피아노가 돌아가기도 하고, 피아노를 중간에 두고 바깥쪽 둘레원이 돌아가기도 한다. 앙상블 배우들이 의자를 끌고 움직이거나 그 위에 앉으며 여러가지 상황과 역할을 가정한다. 무대 안쪽 벽에 낙하산을 탄 피아노들이 비춰지기도, 재능 있는 물고기와 같은 물에서 헤엄치고 싶다며 물 속의 일렁임이 그려지기도, 격렬한 연주에 맞춰 곡선이 하늘하늘 춤을 추기도 한다. 낙하산을 닮은 살이 많은 우산이 뮈체의 과거 설명 장면과 열등감을 떨쳐내는 장면에 등장한다. 전체적으로 다른 극에서 봤던 연출, 예측 가능한 동선과 전개, 예상 가능한 서사 등이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다.

 

 

 

 

"쌓여가는 내 하루하루가 미안해"

 

 

재능 있는 제니를 질투하고 재능 있는 크뤼거를 맹목에 가깝게 동경하는 뮈체가 왜 남성이어야 했을까. 뮈체가 여성이었다면, 크뤼거와 같은 간호병 출신이었다면, 재능을 향한 갈망과 인정욕에 눈 먼 좌절이 훨씬 단단하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에 녹아들었으리라. 물론 토로뮈체의 노선과 연기는 충분히 매끄러웠으나, 덧입혀본 여러 여배들이 더욱 다채롭고 폭넓고 흥미로운 상상을 가능케했다. 제니의 재능을 강압적으로 소유하려 했던 보호자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였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를 바랐지만 품을 수 없었던 제니의 어버이와 아이를 품었으나 안아보지 못한 제니의 관계성이 좀 더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될 수 있지 않았을까?

 

 

각자의 삶과 각자의 선택과 각자의 욕망이 산발적으로 흩어지며 끝내 모아지지 않는 게 아쉬웠다. 재능을 가진 자의 의무를 강조하며 제니에게 스스로를 투영하는 동시에, 재능이 있었던 사랑하는 한나를 제니에게서 보고 있는 크뤼거의 감정에 집중을 했더라면 훨씬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청자를 휘어잡는 공감대가 부족하여 초중반까지 자꾸 극과 거리를 두게 됐다. 마지막 4분을 위해 달리는 극이라는 평을 듣고 갔는데, 그 마지막 4분의 강렬함마저 앞부분의 지루함으로 인해 반감되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 그러하니 너의 삶을 살아라"

 

 

이 작품이 전하고 싶었던 주제는 크뤼거의 이 가사였겠지만, 이 관극이 남긴 건 멋진 배우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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