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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윌리엄
in 아트원씨어터 1관, 2021.04.23 8시
김아영 셰익스피어, 유리아 줄리엣, 김바다 햄릿, 주민진 로미오.
류동키를 만나러 지하감옥에 갈 예정이었는데, 폭풍처럼 휘몰아친 위협으로 인해 또다시 표를 강제로 잃었다. 이 시국에서 1년 넘게 살아가다 보니 공연을 취소당하는 것 자체는 이미 익숙해져서 작년만큼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누적된 경험치에 따른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특성 상 여러 공연들이 줄줄이 엮여 나왔기에 그저 모두의 무사함을 바랄 뿐이었다. 기대를 강탈당한 아쉬움과 헛헛함이 남아, 결국 토요일로 예정되어 있던 자첫자막 관극을 앞당겼다.
연극 위주의 작품을 올리던 연극열전이 창작뮤지컬을 올린다는 것만으로도 궁금증이 컸는데,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유쾌하게 비튼 작품이라는 평가에 기대가 컸다. 익숙하게 잔상이 남는 음악과 곳곳에 인용된 셰익스피어의 문장, 원작의 인물을 비틀어내는 유머와 적재적소에서 장면을 살려내는 배우들의 발랄한 열연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작품이었다. 낱장의 종이 위 작품 속에서 작가의 의도대로만 존재하던 캐릭터들에게 "자유의지"가 생기면서 생기는 혼란과 반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고전을 차용했음에도 여러모로 동화 같은 무대 위의 극중극 세상이 사랑스러웠다. 셰익스피어를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 젠더프리 연출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성별의 고정관념을 박차고 나오는 반전 또한 특별하게 다루지 않기에 더 편안하고 마땅하게 다가왔다.
"조명이 꺼져도 계속 살아있을 수 있는
몇백 년이 흘러도 사랑 받을 수 있는"
<그런 작품, 명작> 中
우리 이야기가 사람들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냐는 물음에 "다시 쓰면 되지" 라고 말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 그래도 사람들이 안 좋아한다면 그냥 "잠시 환상에 빠져 꿈을 꾼 거" 라고, "우리 이야기는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자는 긍정과 희망. 바로 이것이 작가가 끝까지 펜을 놓지 못하고 예술가가 안간힘을 다해 창작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라고 믿는다. 섬 같은 외딴 공간에 6년째 꾸준히 나만의 기록을 남기고 있는 이유 중 하나 역시 이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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