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오브라만차 in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2021.05.08 3시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 알돈자, 정원영 산초, 서영주 도지사/여관주인. 류동키 자열둘, 류공주 자다섯/자막. 공주돈자 200회 공연! 햇살영주 페어막. 예정했던 전관이 취소되었는지 일반 예매로 풀린 덕분에 충무에서 공주돈자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고 보낼 수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공주돈자의 200회 공연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맹렬한 분노와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던 알돈자가 돈키호테로 인해 흔들리고 절망하며 끝내 변화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매끄러웠다. 다 똑같아 넘버 마지막 소절에서 끝내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나, 우물씬에서 침을 뱉고 돌아섰다가 "근데, 아씨," 하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게 ..
맨오브라만차 in 샤롯데씨어터, 2021.02.25 7시반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 알돈자, 이훈진 산초, 김대종 도지사/여관주인. 류동키 자다섯, 류공주 자셋. 이 극이 건네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심장을 벅차오르게 만든다. 동시에 극 내내 반복적으로 폭력과 억압이 영혼을 지치게 만든다. 비단 2막의 그 장면뿐만이 아니라, 노새끌이들이 행하는 모든 형태의 희롱과 괴롭힘이 끔찍하고 역겹다. 그 추행을 힘겹게 밀치고 뿌리치는 알돈자의 저항이 괴롭고 힘들다. 관극을 거듭해도 무뎌지지 않는 이 불편함이 마땅하기에 더 속상하다. 주제에 담긴 가치가 중하다고 해서, 수단의 폭력성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악이 활개 치는 세상을 두고 볼 수 없는 미친 기사의 정의를 위해 약자를 학대하는 불의를 반드시 전시해야..
맨오브라만차 in 샤롯데씨어터, 2021.02.17 7시반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 알돈자, 이훈진 산초, 김대종 도지사/여관주인. 류동키 자넷. 완벽한 레전공은 아니었지만 온전하게 심장을 울린 공연이었다.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을 비판하고 경계하면서도, 결국 그 현실에 발목이 붙들려있는 지식인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세르반테스였기 때문이다. 지독히 공감하고 절절히 이해할 수밖에 없는 무력감과 절망이 너무도 익숙하고 가까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리를 박차고 걸음을 옮기는 의지와 용기가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관극의 여운이 길고 짙다. ※스포있음※ 이날 극 초반의 세류반테스와 류동키는 이번 시즌에서 만나본 것 중 가장 젊고 불완전했다. "이상주의자, 엉터리 글쟁이 그리고 고..
맨오브라만차 in 샤롯데씨어터, 2021.02.03 8시 류정한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 알돈자, 이훈진 산초, 서영주 도지사/여관주인, 이하 원캐. 류동키 첫공. 이 무대를 얼마나 간절히 기다려왔던가. 역병으로 인해 개막 연기를 거듭하며 실망과 좌절이 계속되었으나, 길고 길었던 기다림 끝의 만남은 더없이 달콤하고 벅찬 영광이었다. 무대 위 배우들은 열과 성을 다해 온 마음으로 공연에 임했고, 무대 아래의 관객들은 모든 찰나를 오롯이 눈과 귀와 마음에 담았다. 절반 밖에 채울 수 없던 좌석과 함성을 쏟아낼 수 없는 커튼콜이 속상하긴 했지만, 공연장에서 그 공간과 시간을 공유한 모든 이들의 마음은 모자람 하나 없이 충만했다. 작년 6월 이후로 참 많이도 그리워했던 류배우님이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내내..
아이다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20.01.24 2시 윤공주 아이다, 최재림 라다메스, 정선아 암네리스, 박송권 조세르, 이하 원캐. 그랜드 파이널 시즌 자둘. "우연이란 없어 운명도 없는 거야" 라며 스스로 삶을 개척하길 꿈꾸고, 배를 몰고 강물에 발을 담그며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원한 두 동질의 영혼은 정열적인 감정에 휘감긴다. 그러나 그들이 살아내는 인생은 "사랑만이 전부인 곳 어딘가 있겠죠 / 남은 인생 모르는 채 현실도 필요 없는" 낙원이 아니다. 두 사람은 이 감정이 잘못인지 끝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 이 고통이 "벌을 받는 것일까" 곱씹으며 괴로워한다. "인생처럼 쉬운 일이야" 라고 짓씹듯 온몸으로 절규를 쏟아내면서 아이다는 신을, 운명을 직시한다. 동포를 위해 개인의 사랑을 포기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