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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20.01.24 2시
윤공주 아이다, 최재림 라다메스, 정선아 암네리스, 박송권 조세르, 이하 원캐. 그랜드 파이널 시즌 자둘.
"우연이란 없어 운명도 없는 거야" 라며 스스로 삶을 개척하길 꿈꾸고, 배를 몰고 강물에 발을 담그며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원한 두 동질의 영혼은 정열적인 감정에 휘감긴다. 그러나 그들이 살아내는 인생은 "사랑만이 전부인 곳 어딘가 있겠죠 / 남은 인생 모르는 채 현실도 필요 없는" 낙원이 아니다. 두 사람은 이 감정이 잘못인지 끝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 이 고통이 "벌을 받는 것일까" 곱씹으며 괴로워한다. "인생처럼 쉬운 일이야" 라고 짓씹듯 온몸으로 절규를 쏟아내면서 아이다는 신을, 운명을 직시한다. 동포를 위해 개인의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우리 만남의 가장 큰 의미일 수 있다는 걸요" 라는 아이다의 말에, 라다메스는 "그건 너무 가혹하잖아" 하고 절망한다.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운명의 굴레에서 괴로워하던 두 사람은 끝내 나일 강 너머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서로를 끌어안는다. 아무리 긴 세월이 지나도 반드시 서로를 찾아내고 알아보겠노라 약속하며.
잔인하지만 애절하게 아름다운 이들의 결말은, '가혹' 한 그들의 운명과 진실을 알게된 암네리스가 내린 "지나친 자비" 덕분에 가능했다. "여신을 원하" 는 백성들을 위해, 그저 "인간" 이었던 암네리스는 신이 되기로 결심한다. 잔혹하고 냉정한 신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위하는 신이. 자신을 배신한 것과 다름 없는 두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고 보듬으며 자비로운 판결을 내리고, "그냥 쳐들어가서 확 뺏어" 온 "너무 잔인" 한 과거를 반성하고 평화를 이끌어낸다. 이시스 신의 딸로써, 아름다운 보석 대신 존중과 공존을 더 중요시하는 지도자로써, 암네리스는 이집트의 영원한 파라오로 남는다.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려온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다시 만나는 그 순간을 기꺼이 축복하면서.
"증오의 시대에 살던 연인들" 의 "위대한 사랑" 이 "평화를 탄생" 시킨 이 이야기는 아름답기에 비극적이고, 가슴 시리기에 눈부시다. "운명적인 실화" 이기도 "동화 속 이야기" 이기도 한 이들의 인생은, 시대를 뛰어넘고 공간을 초월하며 공감과 이해와 연대를 이끌어낸다. "우리의 복잡한 인생들" 은 결국 "사랑" 으로 귀결되기에. 민족 간의 영역 다툼은 덧없고, 세대 간의 가치관 갈등은 새로운 길을 이끌어낸다. 그렇게 역사는 이어져왔고, 인류는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왔다. 이 극은 명확한 갈등 상황들을 짜임새 있게 풀어내며 관객들이 각기 다른 지점에 방점을 두며 관극을 할 수 있도록 돕기에 한층 흥미롭고 선명하다. 그래서 볼 때마다 새로이 벅차고 애틋하고 아름답더라.
이번 한뮤어에서 앙상블상을 수상한 아이다팀은, 이날 공연 역시 딱딱 떨어지는 군무와 화려하고 우아한 동작과 처절하고 갈급한 몸짓으로 무대를 꽉꽉 채웠다. 수많은 극들의 앙상블 배우들을 사랑하고 애정하고 존경하지만, 배우들의 유려한 춤선과 매끈한 곡선이 경탄을 자아내는 작품은 의외로 많지 않다. 짙고 맹렬한 감정들을 무대에서 오롯이 쏟아내어 이 완전한 이야기를 완벽하게 완성시키는 무대 위 배우들에게 열렬히 환호를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바로 운명을 개척하는 아이다이자 암네리스이자 라다메스였고, 덕분에 관객 역시 벅찬 감동을 끌어안고 공연장을 나서 다시 현실을 마주할 힘을 얻었다. 그랜드 파이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무대에 성실히 임하는 모든 배우들과 무대 아래 및 뒤쪽에서 힘써주시고 계시는 크리에이티브 팀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막공까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끝까지 무사히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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