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Bea in LG아트센터 U+스테이지, 2024.02.18 3시 김주연 비, 강명주 캐서린, 김세환 레이. 보고 싶었던 극이라서 냉큼 프리뷰를 잡았다. 객석 입장이 늦어지는데 현장 공지가 얼렁뚱땅이라서 답답했다. 캐서린 배우 부상으로 다른 배우가 오고 있다, 이렇게 듣고 기다리는데 한참 있다가 캐슷 변경 없이 30분 지연 시작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공연 후반부쯤 되어서야 캐서린 배우 턱의 살색 테이핑이 눈에 밟히더라.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작품인데, 다들 아프지 마시길. 발랄하고 경쾌하지만 안락사라는 소재가 소재인만큼 결코 가볍지 않은 극이다. 침대 위에서 방방 뛰고 장난스럽게 말을 맞받아치는 주연비의 사랑스러움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죽음으로써 자유롭고 싶은 비의 부탁이, 아니 그의 요구가, 극..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in CKL스테이지, 2024.02.07 3시 이수정 키키, 김수정 호스트 수, 신진경 호스트 진, 문지수 호스트 문, 이민규 호스트 규, 전성혜 호스트 혜. 강렬한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니, 작년에 인상 깊게 관극한 창작진 작품이라고 하여 냉큼 예매했다. 토크쇼 형식을 차용한 극의 형식이 독특하다. 멀티맨이 있던 실비아처럼, 다섯 명의 호스트들이 키키의 이야기를 돕기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전애인이 되기도 하고, 틴더에 스치는 데이트 상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상담사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애인의 고양이나 화염방사기로 분하기도 한다. 무대와 객석이 더 가까웠더라면 참여도가 훨씬 높아졌을 텐데. 자첫하는 공연장이라서 사전에 시야 검색을 했는데, 익숙한 얼굴..
거미여인의 키스 in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2024.01.27 3시 정일우 몰리나, 최석진 발렌틴. 궁금했던 극인데 이제야 봤다. 보고 싶은 캐슷이 있긴 했는데, 내 일정에 맞게 탐셀이 딱 떠서 자첫인 배우들의 페어로 관극 했다. 공연장인 예그린씨어터도 처음이었는데, 로비가 너무 협소하고 객석도 답답했다. 소극장 관극을 마음먹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몰리나는 대사 톤이 잘 잡혀있는 점이, 발렌틴은 몸을 사용한 디테일이 실감 나고 생생한 점이 좋았다. 다만 서로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자연스러웠던 반면, 각각 독백을 읊조리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원작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두 인물에 비해 다소 어린 느낌이랄까. 치열하게 삶을 살아냈기에 수없이 상처 입은 두 영혼은, 낡고 빛바랜 누더기 같으리라 생각했다..
일 테노레 in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24.01.10 7시반 박은태 윤이선, 박지연 서진연, 전재홍 이수한, 아드리아나 토메우 베커 여사, 이하 원캐. 최호중 최철. 2024년 첫 뮤지컬 관극. 오디컴퍼니 창작뮤지컬 초연이라서 당연히 챙겨보려다가 음악감독 이름 석자에 불매를 다짐했더랬다. 그걸 홀랑 까먹고는 통신사 할인만 보고 예매를 하고 관극을 하러 오다니. 심지어 커튼콜 때 기억해 냈다. 멀리서 봐도 음감이 누군지 알아챌 정도의 덕후력과, 애매한 탈덕의 기로에 서는 바람에 늘어난 망각력이 한탄스럽다. 웃고 울며 재미나게 관극 해놓고 마지막에 기분 다 망쳐버림. 이게 다 오디 때문이다. 스토리 구성이나 무대 연출,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수작이었다. 간만에 잘 만든 창작뮤지컬을 만나니 감격스러울 ..
고도를 기다리며 in 국립극장, 2024.01.10 3시 신구 에스트라공(고고), 박근형 블라디미르(디디), 박정자 럭키, 김학철 포조, 김리안 소년. 원캐. 2024년 첫 관극. 평일 마티네인데도 매진 객석인 점에 한 번 놀라고, 때로는 맨발로 때로는 무겁게 이동하며 펼쳐내는 무대 위 배우들의 농도 짙고 묵직한 연기에 또 한 번 놀랐다. 무척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개에 나른해질 무렵, 순간적으로 관객의 몰입도가 확 높아지는 찰나가 여럿 있었다. 담백한 텍스트를 생동감 있게 풀어내는 배우들의 능숙함에 저절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 갈래." "안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1막에서 조금씩 가볍게 쌓아놓은 초석들이 2막에서 망가지고 뒤엉키며 적나라하게 현실을 드러낸다. 1막과 비슷하게 반복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