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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Bea

in LG아트센터 U+스테이지, 2024.02.18 3시

 

 

김주연 비, 강명주 캐서린, 김세환 레이.

 

보고 싶었던 극이라서 냉큼 프리뷰를 잡았다. 객석 입장이 늦어지는데 현장 공지가 얼렁뚱땅이라서 답답했다. 캐서린 배우 부상으로 다른 배우가 오고 있다, 이렇게 듣고 기다리는데 한참 있다가 캐슷 변경 없이 30분 지연 시작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공연 후반부쯤 되어서야 캐서린 배우 턱의 살색 테이핑이 눈에 밟히더라.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작품인데, 다들 아프지 마시길.

 

 

발랄하고 경쾌하지만 안락사라는 소재가 소재인만큼 결코 가볍지 않은 극이다. 침대 위에서 방방 뛰고 장난스럽게 말을 맞받아치는 주연비의 사랑스러움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죽음으로써 자유롭고 싶은 비의 부탁이, 아니 그의 요구가, 극 초반에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주체적인 운신이 불가하고 발음도 불분명한 그의 현상황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장면들이 차곡차곡 포개진다. 침대라는 공간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그의 절망이, 희망 없는 삶의 무게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그의 열망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제 자유롭고 싶어요."

 

당사자성이 없기에 쉬이 공감을 입에 올리거나 반대를 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는 이상 당사자가 될 수 있는 확률이 없지 않기에 이해를 시도하고 위로를 건네보지 않을 수도 없다. 현실이 담겨 있기에 고민해 볼 수밖에 없는 이야기. 남겨질 자의 처절한 오열과 비로소 자유로워질 자의 기쁨 가득한 웃음의 선연한 대비가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을 듯하다.

 

오래된 사과나무는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차마 내 손으로 베어낼 수가 없다. 하지만 시들어가는 찬란함으로 박제되는 느릿한 종말을 그저 관조만 할 수도 없다. 울음과 웃음으로 견디고 건네는 저마다의 최선을, 어찌 몇 마디 말로 평할 수 있겠는가. 그 근원에는 서로를 향한 짙은 사랑이 존재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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