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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in CKL스테이지, 2024.02.07 3시

 

 

이수정 키키, 김수정 호스트 수, 신진경 호스트 진, 문지수 호스트 문, 이민규 호스트 규, 전성혜 호스트 혜.

 

강렬한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니, 작년에 인상 깊게 관극한 <실비아, 살다> 창작진 작품이라고 하여 냉큼 예매했다. 토크쇼 형식을 차용한 극의 형식이 독특하다. 멀티맨이 있던 실비아처럼, 다섯 명의 호스트들이 키키의 이야기를 돕기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전애인이 되기도 하고, 틴더에 스치는 데이트 상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상담사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애인의 고양이나 화염방사기로 분하기도 한다. 무대와 객석이 더 가까웠더라면 참여도가 훨씬 높아졌을 텐데.

 

자첫하는 공연장이라서 사전에 시야 검색을 했는데, 익숙한 얼굴이 나와서 조금 놀랐다. 연뮤보다는 강연이나 팬미팅 등을 진행하는 곳 같았고, 그래서 스피커 하울링이 연뮤 공연장과 사뭇 달랐다. 음질이나 가사 전달력은 나쁘지 않았는데 소리 울림이 커서 귀가 아팠다는 의미. 서로 다른 가사를 부르는 배우들의 노래가 맞물리는 부분도 꽤 많다. 하지만 몇 장면에서 무대 뒤편 영상에 가사를 띄워줘서 무척 좋았다. 배리어프리나 릴랙스드 퍼포먼스 회차를 도입한 공연이다. 

 

 

경계성 인격장애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리지는 않지만, 키키의 일상을 좀먹는 증상들을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정신적 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실비아와 같은 맥락에서 안 맞는 연출이 있긴 했다. 하지만 후반부에 키키와 엄마가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는 장면은 무척 좋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병을 인정해 주는 것, 그에 따른 증세인 다양한 극단적 감정들의 존재를 받아들여주는 것. 모든 병은 주변의 인정을 근간으로 하여 호전되고 치유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온갖 형태의 인생을 그려내는 작품이 보다 많아지길 바라며. 키키의, 그 주변의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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