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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
in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2024.01.27 3시

 

 

정일우 몰리나, 최석진 발렌틴.

 
궁금했던 극인데 이제야 봤다. 보고 싶은 캐슷이 있긴 했는데, 내 일정에 맞게 탐셀이 딱 떠서 자첫인 배우들의 페어로 관극 했다. 공연장인 예그린씨어터도 처음이었는데, 로비가 너무 협소하고 객석도 답답했다. 소극장 관극을 마음먹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몰리나는 대사 톤이 잘 잡혀있는 점이, 발렌틴은 몸을 사용한 디테일이 실감 나고 생생한 점이 좋았다. 다만 서로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자연스러웠던 반면, 각각 독백을 읊조리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원작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두 인물에 비해 다소 어린 느낌이랄까.
 
치열하게 삶을 살아냈기에 수없이 상처 입은 두 영혼은, 낡고 빛바랜 누더기 같으리라 생각했다. 몰리나의 과민한 신경질은 개인의 섬세한 성정과 사회의 배척으로 누적된 예민함에서 비롯된다. 발렌틴의 짜증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스스로의 권리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불안한 상황에 대한 자격지심을 근간으로 한다. 감옥에 오기까지 각자가 쌓아온 전사를 어림해 보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일 텐데.
 

 
막의 끝마다 천천히 암전이 된다. 발렌틴을 향한 몰리나와 몰리나를 바라보는 발렌틴의 시선 변화에 집중하면, 두 사람의 관계성을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머나먼 대륙의 비좁고 지저분한 감옥에서 뜨거운 생과 일렁이는 감정을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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