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라 아빠는 아침을 드시고 서울로 올라가셨다. 제주공항까지 아빠를 모셔다드리고, 바로 평화로를 따라 새벽오름으로 향했다. 2효리 씨가 블로그에 언급해서 더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확실히 정상에서의 정경이 아주 근사했다. 그리 높지 않은 높이라서 산책하기에도 좋을 듯한 오름이었다. 주차장이 오름과 꽤 떨어져있다. 저 차도를 꽤 걸어야 비로소 오름 등산로가 시작된다. 저녁 하늘의 샛별처럼 외롭게 서 있다 하여 새별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려말 최영장군의 부대가 여몽군과 격전을 벌인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매년 이 곳에서 한 해의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들불축제가 개최되고 있다는데, 다음에 구경올 기회가 생기길 바래본다. 이날 바람이 어마어마했다. 정지된 사진인데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강한 제..
제주에서 10박 11일 동안 머물고 돌아왔다. 3월처럼 가족여행이어서 스케쥴을 빡빡하게 세워 빠릿하게 움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3월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왔다. 특히, 대학에 입학한 이래 주체적으로 했던 모든 여행을 통틀어 '최초'의 경험을 했다. 바로, 자동차 여행. 언제나 뚜벅이를 추구하며, 하나의 도시 안에서는 대중교통도 거의 이용하지 않았던 과거의 여행들과 다르게 이번 제주여행에서는 렌트카를 열심히 몰고 다녔다. 물론 혼자서. 이 자차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은 첫 3일에 대해 적어봐야겠다. 갈 때 올 때 다 진에어를 탔다. 소음 좀 심하고 기체가 좀 흔들리긴 하지만, 저가항공 한두 번 탄 것도 아니고..ㅎ 도착해서 차를 렌트하고 4시 쯤 흑돼지로 늦은 ..
경주 한복판에서 신라의 흥망성쇠를 묵묵히 바라보던 남산. 신라인의 신앙이었던 경주 남산은, 그 모든 역사적 사건들이 저문 이후에도 굳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고. 역사의 목격자로서 천년이 넘는 시간을 담고 있는 이 산을, 올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을 했으니, 실천에 옮겨야겠지. 경주에서 묵었던 숙소는 프렌드게스트하우스였다. 샤워실이 공용이라는 점만 빼고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게하가 아니었나 싶다. 게하 이모님도 엄청 친절하셔서 이것저것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하셨다. 남산을 간다는 말에 동선도 구체적으로 일러 주시고, 얼음물을 꼭 챙기라며 패트병에 물을 담아 냉동실에 직접 넣어주시기까지 했다. 지도의 주황색 선을 따라 등산했는데, 걸음이 빠른 편이라 3시간이면 될 줄 알았는..
두 번째 날 경주여행의 행선지는 양동마을과 옥산서원이었다. 일반적인 '관광코스'에 들어있지 않은 곳을 찾아 가는 것이 내 여행스타일이다ㅎ 아침 일찍 203번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한참을 달려 10시쯤 도착했다. 경주 손 씨와 여강 이 씨 두 가문이 500여 년간 대를 이어 현재까지 살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마을이다. 이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입장료는 4,000원. 가이드가 있다고 해서 잠시 기다렸다가 다른 여행객 몇 분과 함께 출발했다. 이 마을 출신이신 가이드 분의 설명이 상당히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귀 기울여 들었다. 왼쪽 초등학교를 지나고 가옥이 시야에 들어온다. 공개된 건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일상집이기 때문..
문득 여행을 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몇 달 전부터 가고팠던 경주를 가기로 했다. 날짜를 정했다. 숙소를 알아보고 가봐야 할 곳들을 검색했다. 예약을 마쳤다. 짐을 꾸렸다. 이른 새벽 서울역에 가서 KTX에 몸을 실었다. 7월 한 달, 강좌 하나에 제대로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어쩐지 허한 기분을 내내 맛봤다. 온몸의 세포들이 강렬히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음을 깨달은 뒤에는, 일사천리였다. 국내여행이란 건, 그냥 옷가지 몇 개만 챙겨 바로 떠나면 되잖아요^^??ㅎ 일단 신경주역에서 내려, 경주역까지 버스를 탔다. 경주역 코인락커에 배낭을 보관하고, 버스로 불국사에 갔다. 버스정류장을 잘못 찾아서 헤맸는데, 경주역을 등지고 왼쪽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 직진하면 있는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면 된다. 모르겠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