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월요일이라 아빠는 아침을 드시고 서울로 올라가셨다. 제주공항까지 아빠를 모셔다드리고, 바로 평화로를 따라 새벽오름으로 향했다. 2효리 씨가 블로그에 언급해서 더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확실히 정상에서의 정경이 아주 근사했다. 그리 높지 않은 높이라서 산책하기에도 좋을 듯한 오름이었다.
주차장이 오름과 꽤 떨어져있다. 저 차도를 꽤 걸어야 비로소 오름 등산로가 시작된다.
저녁 하늘의 샛별처럼 외롭게 서 있다 하여 새별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려말 최영장군의 부대가 여몽군과 격전을 벌인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매년 이 곳에서 한 해의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들불축제가 개최되고 있다는데, 다음에 구경올 기회가 생기길 바래본다.
이날 바람이 어마어마했다. 정지된 사진인데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강한 제주바람!! 겨울 패딩을 가져간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였다.
오르막이 살짝 가파르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정상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숨을 헉헉댔다.
정상 좌우로 보이는 산책로길. 길이 조금 미끄러운 편이라 주의해야 한다.
옆쪽으로 이달봉에 가는 길이 있다. 말똥이 엄청나게 많아서 입으로만 숨쉬며 걸어야 했다ㅠ
이 전경이 카메라에 다 안담기는 것이 진심으로 안타깝다ㅠㅠ 정상에 서면 사방이 광활하게 펼쳐지면서 저절로 숨이 탁 트이는 기분을 맛보게 된다. 다 둘러보는데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니, 평화로를 타게 된다면 중간에 잠시 들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제주바람을 제대로 느꼈던 곳, 새별오름. 날이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은 저지오름. 여기는 달리 주차장이 없고, 네비에 '저지마을회관' 등으로 검색해 도착한 다음 길가에 세워야 한다. 혹시 모르니 폰번호를 차에 남기고, 물 한통을 사들고 입구로 출발! 저지오름 산책로가 올레길이기도 해서 올레길 표식을 발견한다면 한결 길찾기가 수월해진다.
이런 저지오름 둘레길이 있다. 평지라 걷기 편하다. 걷다보면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저지오름 분화구의 모습! 산굼부리보다야 작지만, 그래도 엄청 크다. 이 날 입었던 기모바지가 땀에 젖으니 엄청 불편해져서 정상에 오르자마자 평상에 벌러덩 누워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평상 옆 작은 전망대가 있다.
저지오름 정상에서 보이는 전경. 다 둘러보고 내려가려는데, 올라온 길로 내려가고 싶지 않아 분화구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걷다보니 벌써 반바퀴를 돌았음에도 내려가는 샛길이 발견되지 않아, 다시 발걸음을 돌려 올라온 길로 하산했다..... 여러모로 뻘짓 많이 하며 걸었더니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다음 행선지는 전쟁역사평화박물관.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니고, 내가 갔을 때도 나 혼자서 관람했다. 뭔가 할인을 해주셨는지, 입장료는 4,800원을 냈다.
현재의 제주는 참으로 평화로워 보이지만, 아주 옛날부터 아픈 상처를 많이 얻으며 그걸 고스란히 끌어안고 사는 恨의 섬이기도 하다. 그 모든 역사를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스스로를 '평화의 섬'이라 명명하게 된 것이고. 이 평화박물관은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된 제주민들이 희생되면서 구축한 지하요새들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보이는 가마오름에 위치해있다.
WW2 종전 직전, 일본 본토를 지키기 위한 발악으로 제주를 최종 방어선으로 삼았기 때문에 더욱 상처가 깊었다. 모형도를 보면 그 크기가 얼마나 깊었는지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전시관 입장 전에 15분 길이의 VCR을 보게 된다. 거기서 본 휴대용 사이렌이 인상 깊어서 찍어봤다. 전시품들이 대부분 실제로 발굴된 물건들이다.
전시관이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의 무게와 깊은 상처의 기억을 곱씹으며 관람한다면, 박물관의 작은 규모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마오름에서 실제 지하요새에 들어가볼 수 있다. 혼자서 빨빨거리며 잘 돌아다니는 나지만, 역시 이렇게 어둡고 밀폐된 공간은 오싹오싹 하더라. 들어갈수록 갈림길이 많아지니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후다다닥 보고 나오니 어느새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차로 돌아가는데 관계자분이 배웅해주시면서, 문화재로 등록된 동굴진지1은 현재 보존 상의 문제로 들어가 볼 수 없지만 2년 뒤에 무궁화 필 무렵 꼭 와보라고 하셨다. 주변이 전부 무궁화밭이라 초가을에 아주 장관이라면서.
그리고 협재에 잠깐 들렸다. 지난 3월에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 가보지 못했던, 그 아름답다던 협재. 그런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눈부신 색의 바다를 실감한 수는 없었다. 날도 저물어가고, 슬슬 돌아갈 시간이었다.
비양도가 보인다. 이 때는 며칠 후에 다시 협재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물론 그날도 비가 왔지만ㅠ 1132도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제주 시내에서 엄청 막히고 어둠은 완전히 내려앉았는데 자동차 라이트는 너무 어둡고 비는 거의 앞이 안보일 정도로 순간순간 폭우처럼 쏟아지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조심조심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니 허기가 엄청 졌다. 이날 종일 먹은 게 아침식사 이후로는 생수 500ml랑 귤 하나였다. 돌아와서 떡볶이 안주로 맥주를 들이켰으니 살이 빠졌을 리는 없지만^_ㅠ 여러모로 고된 하루였다.
'여행기억 > Korea(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제주, 사려니길과 1100로 (0) | 2014.12.07 |
---|---|
11월의 제주, 절물과 교래휴양림 그리고 4.3평화박물관 (2) | 2014.12.06 |
11월의 제주, 송악산 외돌개 그리고 산굼부리 (2) | 2014.12.04 |
7월의 경주, 남산과 자전거 여행 (0) | 2014.11.18 |
7월의 경주, 양동마을과 감은사지 (0) | 2014.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