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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11월 제주여행의 마지막 포스팅.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에는 '숲'이 최고라는 말에, 사려니길로 향했다. 아침 9시쯤 도착하니 주차장에 자리가 많아서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사람도 많지 않고!








이런 길이 쭈욱 이어진다. 비로 젖은 길이긴 하지만 신발이 망가질 정도의 진창까지는 아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말그대로의 '숲'은 처음 만난 것 같다. 절물이나 교래 같은 여타 휴양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유한 정체성이다. 걷는 내내 새로운 경험에 신기함을 느꼈다. 숲은 모든 소음을 집어 삼킨다는 말이 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소리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안내소에서 딱 3km 떨어진 곳을 반환점 삼아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옷을 잘못 입고 가서 산책이 평소보다 힘들었지만, 생각을 텅 비우고 찬찬히 걷을 수 있어 아주 좋았다. 물찻오름은 보전을 위해 내년까지 출입금지다.





비안개 덕분에 더욱 운치 있는 산책이었다.







보정했더니 정말 다분히 일본 분위기를 풍기는 천미천의 다리. 예쁘긴 한데, 쩝. 왜 일본풍.....?





제주에서 아주 자주 만난 보라색 열매. 색이 예쁜 보랏빛이라서 계속 시야에 잡혔다. 





사려니길 산책하고 숙소 돌아와서 근처 세화5일장에 갔다. 직접 만들어 파신다는 오메기떡을 사와 포식했다.





며칠 동안은 숙소를 옮기는 등 느긋하게 보내고, 다시 돌아온 혼자만의 여행일. 이왕 운전대 잡고 돌아다니는 거, 안 가본 도로를 다니자 싶어 또다른 고지대 도로, 1100로를 탔다.  





1100고지 습지를 간단하게 산책해볼 수 있는 길이 있길래 주차를 하고 카메라만 챙겨 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반지의제왕에서 프로도와 샘, 골룸이 지나갔던 늪이 연상되는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절물에서 만난 까마귀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나름 포스 있던 녀석. 뒤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주차장 휴게소다.






캬아. 날 좋다. 하지만 한라산 중간중간 구름이 있어 막상 도로를 달릴 때는 안개 같은 구름을 스치듯 지나쳤다. 내가 직접 구름 사이를 운전하게 되다니...!!ㅎ 1100로는 516도로에 비해 길이 구불구불하지 않아 운전이 수월한 편이다. 다니는 차량의 숫자도 훨씬 적고. 






한라산 위쪽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분화구의 주름까지 육안으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길을 쭉 달려 도깨비도로를 스치듯 지나 도착한 곳은 도립미술관.





아주 얇은 두께의 물인데도, 마치 깊은 연못처럼 선명한 반영을 만들어내고 있다. 





입구의 인공 물안개 사이를 걸어가면,  





오름의 분화구를 형상화한 야외 작품이다. 도립미술관의 입장료는 1,000원이다. 2층의 상설전시관은 닫혀있였고 1층의 특별전시관 3개만 관람할 수 있었다. 내부는 촬영금지라 찍지 못했지만, 꽤 재미있었다. 게다가 오랜만의 미술관 나들이라서 관람하는 동안 괜히 입가에 피실피실 웃음이 피어날 정도로 즐거웠다. 깔끔하고 모던한 내부 인테리어 때문인지 뮌헨의 미술관들이 떠올르기도 했다. 





건물 가운데 야외 잔디밭에 놓여진 작품. 낡은 조각배 틈으로 쏟아지는 전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한라수목원에 갔다. 늦가을이라 수목원에 화려한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공기가 워낙 깨끗해서 걷는 것만으로 상쾌해졌다. 오름에 올라 멀리 보이는 바다를 감상하며 숨을 골랐다. 산책 나온 주민도 많더라. 





캬아. 날씨 좋다222222





물에서 사는 식물을 모아 놓는 정원인데, 다리가 지나치게 일본풍이었다. 왜죠. 왜때문이죠. 간단하게 수목원을 둘러보고, 가시지 않는 미술관의 여운에 현대미술관을 다음 목적지로 삼았다. 평화로를 달리는 중간에 안 달려본 다른 도로로 빠지기 위해 끝차선을 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항몽유적지' 안내판. 별 고민 않고 바로 우측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평범한 마을을 통과하며 조금 달리다보니 표지판이 보였다.







토성부터 들렸다. 토성 저 앞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토성에 발을 디디고 걸어온 길을 휙 돌아봤는데,





순간 숨을 멈출 정도로 눈부신 전경이 펼쳐졌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던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간단한 간식을 싸와서 피크닉을 즐기고 싶은 곳이었다. 역사를 만나러 갔다가 의외의 기쁨을 수확했다.





항몽유적지 전시관의 입장료는 500원이다. 






볼 거리가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여력이 된다면 한 번 슬쩍 둘러볼만 하다. 쭉 둘러보고 다시 차를 몰고 도로를 달려 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주차를 끝내고 부재중전화를 남긴 엄마에게 전화하며 미술관 입구로 걸어가는데, 당장 숙소 돌아와서 저녁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를...........ㅠㅠ 힝..... 결국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숙소로 돌아가 지난 3월에 갔던 보목포구에 가서 성게미역국과 매운탕을 먹었다. 물회는 포장해와서 술안주로 흡입했다.



블로그에 여행후기라고 쓸만한 건 일단 이게 다다..... 10박 11일이었는데ㅋㅋㅋ 포스팅이 4개밖에 안나와아...ㅋ 여행 초반에는 시간이 정말 느릿느릿 간다고 느꼈는데, 여행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았다. 그냥 서울에서 제주로 장소를 바꿔 푹 쉬고 왔다. 





두 번째로 협재에 들렸을 때 먹은 오메기떡고구마팥빙수. 돌이켜 보면 그냥 먹방여행이었다. 살쪘음ㅠㅠ





가기 전에 대충 이런 거 저런 거는 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일정 중에서 못한 게 많아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하지만 3월 여행 때는 제주의 인상이 아주 무덤덤하게 남았는데, 이번 여행이 끝나고는 "다시 놀러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쁘지 않은 결말인 듯하다. 막상 서울로 돌아오니 다시 일상인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떨어지는 일몰처럼, 2014년도 이렇게 저물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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